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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정으로 마음 돌려 시 짓던 '무경대사'

선사들의 시 감상 19

[우리문화신문=전수희 기자]


네 살고 내 죽었다면 죽음 무엇 슬프랴만

네 죽고 내 삶, 삶 또한 슬프다

서풍에 뿌리는 눈물, 원망만 아득하여

늘그막 지는 해에 끝없는 슬픔.

 

이는 무경대사(無竟大師, 1664~1737)가 제자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시다. 대사는 16살에 출가하여 운문사의 추계대사 밑에서 10여년간 수행 정진하였다. 25살 되던 해 은사인 추계대사와 쌍계암으로 돌아왔으나 은사가 이듬해 입적한다.

 

비록 출가한 몸이지만 속가의 어머니 형편이 어려운 것을 알고 모셔다 지극 정성으로 18년간 모시다가 돌아가시자 양지 바른 곳에 어머니를 모시고, 이전에 무덤자리가 안좋아 걱정하던 아버지의 무덤과 함께 길지를 택해 이장하여 대사의 지극한 효성을 보였다.

    

 

그뒤 강원의 초청 등을 물리치고 적조암 서쪽에 암자를 지어 보경당이라 짓고 수행 정진하였다. 대사의 시문집은 무경집3권과 게송문집인 무경당실중어록2권이 전한다. 고요한 산사에서 소리없이 수행하면서 읊은 시를 감상해보자.

 

긴 봄날 암자에 탐낼 물건이 무엇

가는 버들 그늘가에 망울 틔는 살구꽃

유별난 곳 좋은 풍경 엉킬 만큼 짙어

비 몰고 오는 바람 청홍색깔 희롱하네.

    

 

깊고 깊은 마을 속세에 막혀

늦게 개인 풍물이 사람 어지럽히네

꾀꼬리 나비 쫓자 꽃잎이 아름답고

제비 잠자리 채자 물낯이 찡그린다

선정으로 마음 돌려 시 짓기 잊었다가

흥겨워 붓 드니 글귀 오히려 새로워

봄 온 뒤의 풍경이 가장 좋아서

산 색깔 시내 빛 온갖 이웃 풍요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