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하이서울유스호스텔(서울시 영등포구 영신로 200)에서 열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주최하는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 본회의에서 중국 하이난성에서 온 천롄춘(陳連村) 할머니(92세)가 한 증언이다.
또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 온 누라이니(Nuraini) 할머니(88세)의 증언도 있었다. 그는 “13살에 밭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일본군 5명이 와서 나를 끌고 기지로 데려갔다. 너무나 무서워서 큰소리를 질렀다. 몸부림쳤다. 아버지도 제발 딸을 데려가지 말라고 했지만, 일본군은 총으로 아버지를 위협했다. 낮에는 루라 지역에서 강바닥 흙을 퍼서 나르는 강제노동을 하고 밤에는 일본 병사에게 강간을 당해야 했다. 당시 나는 아직 초경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마치 부부라도 되는 양 취급했고 강제로 성의 상대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점령을 받던 시절에 일본군이 저희에게 한 짓에 대해 사죄받고 싶다. 저를 동물처럼 취급했던 일본의 사죄를 원한다.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이어서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 온 자헤랑(Jaherang) 할머니(87세)는 “12살에 면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중 공장 지배인이 방제공장으로 데려갔다. 1주일 정도 일을 한 후 트럭에 실려 차루크에 끌려가 위안소 생활을 강요당했다. 당시 나는 생리도 시작하기 전이었다. 가슴도 아직 여성의 모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군 병사의 성적 상대를 강요당했다. 내가 거부하면 병사는 ‘바가야로’라고 고함을 치며 때렸다. 나는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에 동물처럼 나를 취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함께 자리한 한국 길원옥 할머니(91세)는 건강상 증언 대신 지난해 발매한 음반 중 노래 ‘남원의 봄사건’을 불러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15차 아시아연대회의’ 개회식은 정강자 ‘참여연대’ 대표 겸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 이사의 사회로 진행됐다.
개회식에 참석한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1991년 김학순 할머니로부터 시작된 용기가, 그리고 여기 계신 할머니들과 모든 분의 용기와 헌신이 이어져 이 멋진 자리에서 여러분을 만나 뵐 수 있게 되었다. 진심으로 살아내어 주셔서, 용기를 내어주셔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다. 마리몬드는 여기 계신 선배님들의 뜻을 이어받아 존귀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겠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영원히 할머니들을 존경하고 기억할 수 있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일본군 성노예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엄청난 중요한 숙제다. 답답한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12.28합의로 인해서 그동안 우리가 해온 우리의 성과가 무로 돌아가고 누가 그런 권한을 주었는지 알 수 없는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합의가 제대로 된 합의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고 새로운 정의와 인권을 세우는 일을 해야 한다고 본다. 화해치유재단 문제해결과 일본정부로부터 진정한 사과와 법적 배상을 받고 전시여성인권문제인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도록 국회에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인사했다.
이밖에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독일 Terres Des Femmes(테러데 팜), 독일 Women in Exile(위민 엑사일), 캐나다 Alpha Education(알파 에듀케이션), 한국 평화나비 등이 영상 축사를 보내왔다.
이어 2016년 5월 ‘14차 아시아연대회의’ 이후 세상을 떠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25명(중국 8명, 인도네시아 1명, 필리핀 2명, 대만 1명, 한국 13명)과 문제해결을 위해 애쓴 아시아 활동가 3명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1992년부터 시작, 15회를 맞은 이번 아시아연대회의에는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중국, 대만, 일본,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 11개국 180여 명이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