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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화즉사, 그 짧은 꽃피움이 아름다움일까?

[정운복의 아침시평 37]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위 내용은 엘리엇이 황무지라는 시에서 읊조린 내용입니다.

 

“일화즉사(日花即死)”란 말이 있는데

이는 하루 피고는 바로 떨어지는 꽃을 의미합니다.

 

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양귀비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텃밭 쑥갓 밭에 양귀비를 몇 뿌리 심으셨습니다.

쑥갓과 양귀비의 생김새가 비슷하여 발각될 염려가 적었기 때문이지요.

 

 

물론 양귀비는 모르핀이라는 마약 성분의 주원료이지만

의료시설이 변변치 않았던 시절에는

가정상비약으로 양귀비만 한 것이 없었습니다.

특히 배앓이에는 특효였던 것으로 기억하니까요.

 

가끔 양귀비꽃을 보았는데.. 참으로 예뻤습니다.

문제는 하루만 지나면 꽃이 지는 일화즉사의 꽃이라는 것이지요.

그 짧은 생의 붉음이 꽃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는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 교정에 목련이 막 꽃망울을 터뜨리려 하고 있습니다.

봄의 순결 목련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고 숨이 가빠옵니다.

참으로 멋진 봄날의 한 장면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이지요.

문제는 그 목련이 그리 오랜 감상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올해는 평년보다 열흘 정도는 계절이 앞장서 간다고 합니다.

그러면 화려함의 대명사인 벚꽃도 일찍 만발하겠지요.

문제는 그 개화의 짧음에 있습니다.

개화 후 삼일만 지나도, 잠깐의 봄비만 맞아도 함박눈 날리듯이

꽃이 져버리는 허무함이 남겨집니다.

 

어쩌면 그 짧음이 꽃의 아름다운 진정한 이유일지 모릅니다.

인간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이 때

우린 재수 없으면 200살까지 살는지도 모릅니다.

다만 꽃이 온몸을 불사르기에 멋스러운 것을 보며

오늘 순간순간을 불꽃같이 살아야 함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