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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독립운동

투병중인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의 요즘 근황은?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으로 지내고 싶어. 내가 잘 난 사람도 아니고 뭐 큰일 했다고... 남이 알아주면 그것이 좋은 일이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살 수 있게 해준 나라에 감사한 거지. 다른 나라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복지보다는 덜하다는 게 아쉽지만.”

 

이는 오희옥 애국지사의 이야기가 담긴 《마지막 증언》 집에 나오는 오희옥 지사의 말이다. 《마지막 증언》(2019.7. 북앤스토리) 은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의 증언을 토대로 박숙현 씨가 쓴 책이다. 오희옥 지사(94)는 생존 애국지사로 구순이 넘은 나이에도 광복군 시절을 증언하는 등 활약하다가 지난해 3월 쓰러져 1년 9개월 째 서울 중앙보훈병원에서 입원 치료중이다.

 

 

어제(7일) 네 달 만에 오희옥 지사의 병실을 찾았다. 자주 찾아뵙던 병실을 네 달 동안 찾아뵙지 못했던 것은 기자의 친정어머니가 노환으로 지난 9월 말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주말이면 병실을 지키는 아드님과 오희옥 지사를 휠체어에 태워 밖이 내다보이는 창가 복도로 나왔다. 지난여름 찾아뵌 이래 가을도 훌쩍 지나버리고 어느새 겨울로 들어선 병원 밖은 잎새를 모두 떨군 황량한 은행나무 가지만 쓸쓸히 서 있었다. 병원 이층 복도에서 유리문을 통해 겨울나무를 바라다 보는 오희옥 지사의 눈가가 촉촉해져 보인다.

 

 

 

병원 복도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 모습이 지난여름 보다 약간 호전되어 보여 안도의 마음이 들었다. 준비한 매직펜을 드렸더니 《마지막 증언》 책 속지에 정성껏 기자 이름을 써주셨다. 비록 삐뚤삐뚤 하기는 하지만 글씨를 쓰실 수 있다는 마음이 여간 기쁜게 아니다. 고령인데다 장기간 입원생활을 하고 있어 기운도 쇠진하고 정신도 흐려질 법 한데 언제나 뵐 때 마다 또렷한 의식으로 맞이해 주시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오희옥 지사님은 입으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코에 튜브를 꽂아 영양을 섭취하고 있다. 언어소통은 거의 필담이지만 이 역시 힘에 겨운 상태다. 하지만 기자의 방문 때는 언제나 맘속에 든 말씀을 써주시곤 한다. 어제는 “봄에 집에 간다” 라는 글귀를 써보여 주셨다. 코끝이 찡하다. 얼마나 집으로 가고 싶으면 그런 글귀를 쓰셨을까?

 

 

 

집을 떠나 병원 생활을 하신지 1년 9개월이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노환의 친정어머니와 나들이 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버린 나로서는 오희옥 지사가 이제 친정어머니나 다름없다. 자주 뵈러 가야겠다. 이 겨울, 회복의 속도가 빨라져 내년 봄에는 용인시에서 마련한 새로운 보금자리로 돌아가실 수 있길 수없이 마음속에서 빌고 빌어본다.

 

【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는 누구인가?】

오희옥 지사는 할아버지대(代)부터 ‘3대가 독립운동을 한 일가’에서 태어나 1939년 4월 중국 유주에서 결성된 한국광복진선청년공작대(韓國光復陣線靑年工作隊), 1941년 1월 1일 광복군 제5지대(第5支隊)에서 광복군으로 활약했으며 1944년에는 한국독립당(韓國獨立黨)의 당원으로 활동하였다.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  명포수 출신인 할아버지 오인수 의병장(1867~1935), 중국 서로군정서에서 활약한 아버지 오광선 장군(1896 ~ 1967), 만주에서 독립군을 도우며 비밀 연락임무 맡았던 어머니 정현숙 (1900~1992) , 광복군 출신 언니 오희영 (1924~1969)과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참령(參領)을 지낸 형부 신송식(1914~1973)등 온 가족이 독립운동에 투신한 집안이다. 현재는 서울중앙보훈병원 재활병동에 입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