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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경제(京制)시조와 내포제시조의 서로 다른 특징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3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시조시의 연원과 시조창이 불리기 시작한 시기, 여러 유파가 생겨나면서 최초의 단일 곡을 <평시조>로 부르고 있다는 이야기와 시조창은 박자가 느리고, 3음 중심의 계면조 음악이며 요성(搖聲)과 역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노래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서울, 경기지방에 전승되어오는 ‘경제(京制)시조와 각 지방의 시조, 특히 충청지방의 내포제(內浦制)시조와의 비교를 통해 서로 다르게 표출하는 음악적 특징은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큰 틀에서 보면 각 지방의 시조는 형식이나 창법에서 대체로 비슷하다고 하겠으나, 자세히 들어보면 차이를 보이는 서로 다른 특징들을 발견하게 된다.

 

부분적이기는 하나, 첫째는 가락의 진행을 달리하는 부분이 있고 둘째는 가사, 곧 노랫말을 붙이는 박이라든가 그 위치가 서로 다르며 셋째는 요성(搖聲), 곧 떠는소리를 비롯하여 다양한 시김새의 형태가 비교된다. 그리고 넷째는 창법이나 발음법, 끝내는 박, 등에서 부분적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지방마다 말이 다르듯 생활환경이나 풍속, 성격, 기호, 등이 서로 달라서 자연스럽게 토착화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하겠다.

 

혹자는 버린 시조창을 인위적으로라도 통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나, 이것은 당치 않은 주장이라 하겠다. 자연스럽게 이어져 온 고장의 특징이나 개성을 살리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시조창의 자연스러운 확산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가 될 뿐이다.

 

글쓴이는 오래전, 충청남도 부여를 중심으로 보령, 홍성, 서천, 연기, 청양 지방 등에 전승되어 오는 내포제 시조를 경제시조와 비교해 보면서 양자의 음악적 특징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겸해서 내포제 시조창이 충청남도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전승구조나 계승을 위한 전승자나 이수자 양성의 현황도 살폈고, <내포제 시조보존회>와 <충청남도 통합시우회>와 같은 시조 단체의 강습회나, 발표회 현황, 전국 시조창 경연대회에 참여 인원과 수상자 현황, 그리고 시조전수회관의 활용문제와 확대 건립 문제 등도 살피면서 시조창의 보급이나 확산 방향을 모색해 보는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판소리 유파에도 중고제라는 갈래가 있다. 서울 경기지역에서 시작된 판소리가 충청의 내포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형성된 판소리 고제(古制)의 한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 충남 결성 지방의 최선달이라든가 목천의 하한담 등이 명창으로 활약하였다는 기록이 보이는가 하면, 19세기 전반에는 이미 방만춘이나, 고수관과 같은 명창들이 당대 유명한 소리꾼으로 활약했다는 근거도 있고, 일제강점기에는 심정순, 심상건 가문의 소리도 있었다. 이와 함께 금강유역을 중심으로는 김성옥 일가로부터 전해진 중고제 소리가 김정근, 김창룡, 이동백, 황호통 등 유명한 명창들을 연이어 배출했다.

 

당대 중고제 판소리는 새로운 창법과 더늠(판소리에서 명창들이 사설과 음악을 독특하게 새로 짜서 자신의 장기로 부르는 대목)을 개발하면서 전승되었고, 각 명창은 어전 공연을 통해 벼슬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양반의 고장, 충청지역에서 양반과 서민 간의 교류와 협력으로 판소리의 사설이나 음악이 개발되고 전파되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내포지역의 판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못지않게 양반의 고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온 전통음악이 바로 시조창이다. 빠른 박자로 부르는 서민들의 민요보다는 느긋한 시조창을 선호해 온 고장이 바로 충남 내포지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시조창 한 장(章)이라도 제대로 부르지 못한다면 양반대접은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전해오고 있을 정도이다.

 

충남 내포지역의 시조창을 들어보면 가락이 화려하고 세련미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매우 다정하고 친근감이 느껴진다. 무슨 까닥일까?

 

그 해답은 경제시조와 상대적 비교를 통해 그 특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주환의 경제 평시조, <동창이…>와 소동규의 내포제 시조를 악보화해서 선율의 고저나 가사붙임의 형태 등을 비교해 보면 서로의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경제와 내포제의 평시조 제3장단 ‘노고지리’를 노래하는 부분이다. 마지막 박자인 제8박을 보면, 경제시조는 제6~7박을 黃(황, e♭)으로 뻗다가 잠시 5도 아래음인 㑖(중, A♭)으로 떨어지고, 곧바로 다시 黃으로 올라서지만, 이 부분의 내포제를 보면 떨어진 㑖으로 제8박을 처리하는 점이 비교된다. 내포제의 예능보유자였던 고 김원실 명인은 이 부분을 가리켜 “밑에서 위로 쳐들고 올라가지 않는다”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해 주었던 기억이 있다.

 

 

떨어진 음을 곧바로 위로 쳐들고 올라가지 않는 진행, 이 의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