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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학살의 진상을 규명해야

[맛있는 일본 이야기 616]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1923년 9월 1일 낮 11시, 일본 관동지방(도쿄도, 가나가와현, 사이타마, 군마, 도치기, 이바라기, 치바현)에 대지진이 일어났다. 리히터 지진계로 7.9도를 기록한 이 지진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이를 일본에서는 ‘관동대진재(關東大震災, 간토다이신사이)’라 부르고 한국에서는 ‘관동대지진’이라 부른다. 문제는 이 대지진 때 일본인에 의한 ‘조선인 대학살’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관동지방에 체재하던 조선인들은 일제의 조직적인 ‘조선인 학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는 지진으로 혼란한 틈을 타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면서 이를 제압하기 위한 명목으로 도쿄ㆍ가나가와ㆍ사이타마ㆍ치바현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들은 ‘조선인 폭동’에 대한 전문(電文)을 준비해 9월 2일 오후 내무성 경보국장 고토(後藤文夫)의 명의로 전국의 지방 장관과 조선총독부ㆍ타이완총독부에 타전했다.

 

 

전문 내용을 보면 “동경 부근의 대지진을 이용해 조선인이 각지에서 방화하는 등 불령(不逞 : 불평불만이 많아 멋대로 함)한 목적을 이루려고 하여, 현재 동경 시내에는 폭탄을 소지하고 석유를 뿌리는 자가 있다. 동경에서는 이미 일부 계엄령을 내렸으므로 각지에서도 충분하고 꼼꼼하게 시찰하고, 조선인의 행동에 대하여는 엄밀한 단속을 가해 주기 바란다.”라는 내용이었다. 일제의 조직적인 ‘조선인학살 대참극’은 이렇게 치밀하게 관이 개입된 학살이었다.

 

그럼 당시 조선인 피해자는 몇 명이었을까?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독립신문〉 특파원이 조사하여 보고한 바에 따르면 6,661명이 피살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2013년 독일 외무성 자료에서는 조선인 피해자가 모두 2만 3,058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1924년 3월 독일 외무성에서 작성한 이 자료에는 학살 장소와 시신이 확인된 경우가 8,271명, 시신만 확인된 경우가 7,861명, 장소와 시신이 미확인된 경우가 3,249명, 경찰에 학살된 경우가 577명, 일본 군인에게 학살된 경우가 3,100명이라고 분류되어 있다.

 

일본 도쿄도 스미다구 요코즈나 2정목(墨田區 橫綱2丁目), 요코아미초공원(橫網町公園) 안에 있는 도쿄도위령당(東京都慰霊堂, 이하 위령당)에는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 때의 희생자들과 1940년 4월 13일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있었던 태평양전쟁 당시 미군 공습 때 희생자들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도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도쿄도위령당’> 리일만 사무국장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도쿄대공습으로 희생된 조선인 사상자 수는 41,000여 명으로 이는 나가사키 2만 명, 히로시마 5만 명과 맞먹는 숫자라고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98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당시 조선인학살 사건의 전모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은 지난 7월 26일 성명을 내고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학살 사건의 진상규명과 추모사업 진행을 촉구했다. 이들은 "2023년은 관동대지진 조선인학살 100주기가 되는 해로 이제라도 일본 정부는 진상을 공개하고 공식으로 사과해야 한다"라며 "한국 정부와 국회도 나서 자료 보존과 공개를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9월 1일을 국가 추모일로 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성명서에는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장,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 송인동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윤경로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 이만열 시민모임 독립 이사장, 이종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건립위원장, 지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등 원로 17명이 참여했다고 연합뉴스(7.26.)는 보도했다.

 

오늘은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98년이 되는 해다. 도쿄 위령당에는 아직도 신원이 확인 안 된 조선인 희생자의 유골이 잠들어 있다. 늦었지만 100년을 채우지 말고, 하루속히 이들이 누군지 확인하고 귀향하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