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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포토그램으로 쓴 향수(노스탤지어)

이주리 사진전 10월 19일부터 류가헌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어떤 사물들은, 우리를 지금 이곳에서 순식간에 과거의 어느 시절로 이동시켜주는 ‘기억의 단서’가 된다. 사진가 이주리에게는 강아지풀과 장미꽃 한 송이, 네잎클로버가 그런 사물이다.

 

강아지풀을 보면,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간 북한산에서 돗자리를 펴고 앉아 과자를 먹으며 강아지풀을 만지작거리던 때가 떠오른다. 책갈피에 꽂아서 말릴 네잎클로버를 찾으러 다니던 어느 여름밤은 여고시절의 일이다. 지금도 길에서 몽글몽글 흰 토끼풀꽃을 달고 있는 클로버잎들을 보면, 그 여름밤의 일이 눈앞인 양 환하다.

 

 

 

이주리 사진전 <NOSTALGIA>의 전시작들은, 작가에게 기억의 단서가 되는 사물들을 모아서 포토그램으로 만든 것이다. 포토그램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감광지와 광원 사이에 사물을 두어 빛에 노출해 영상을 만드는 사진의 한 기법이다.

 

작가는 클로버와 꽃잎, 나비와 편지 등을 흑백인화지 위에 하나하나 올려 담은 뒤, 빛이 그 사물들을 그리게 했다. 대개의 포토그램은 암실에서 인공광을 이용하지만, 자신의 생활 공간 곳곳에 두어 자연광과 작업을 함께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자 흑백의 명암대비가 강렬한 포토그램과 달리, 어떤 명명도 할 수 없는 색상의 포토그램이 완성되었다. 그녀의 기억 속 풍경처럼, 사물들이 더 이상 시들거나 사라지지 않고 사진 속에 스며 <NOSTALGIA>가 되었다.

 

이주리는 사진집단 <생각하는 사진>의 일원으로서 수년째 여러 번의 단체전을 통해 일련의 작업들을 선보여왔다. 2020년의 전시에서는 자신과 주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들을 객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진들을 전시했는데, 이번에는 주관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물들을 보다 더 주관화시켜 아예 자신만의 <NOSTALGIA>를 만들었다.

 

 

 

 

지난 시절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인 노스탤지어를 언제든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물성이 있는 사물로 만든 것이다. 작가에게 아름답고 순수했던 시절의 추억을 상기시키는 <NOSTALGIA>는, 보는 이들에게도 아련한 향수를 전한다.

 

전시는 10월 19일부터 류가헌 전시1관(02)720-2010)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