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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조선시대 사람을 친구로 두시겠습니까?

《조선왕조실톡 3편 – 조선백성실톡》, 무적핑크 지음‧이한 해설, 이마미디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인생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그러니까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나를 친추(친구추가)했다.

그리고 갑자기 쏟아지는 친구신청 알람.

놀라서 친구목록을 확인한 나는, 쫌 놀랐다.

아니 많이 놀랐다.

어느 날 갑자기 메신저로 찾아온,

조선시대 그분들의 시시콜콜 사는 이야기

(p.13-15)

 

카톡으로 보는 《조선왕조실록》, 아니 《조선왕조실톡》은 이렇게 포문을 연다. 갑자기 내 친구목록에 조선 임금들이 쭉 뜨고, 그들이 신하들과 나눈 대화를 채팅으로 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재밌는 이 아이디어를 웹툰으로 구현해낸 것이 바로 역사웹툰작가 ‘무적핑크’의 《조선왕조실톡》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웹툰은 작가가 2014년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올린 이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고, 네이버 웹툰 연재를 거쳐 7권의 책으로도 출판됐다. 이 《조선왕조실톡》 시리즈는 국민 채팅앱 카카오톡을 활용한 친근한 전달방식, 작가 무적핑크의 재기발랄한 창작, 해설자 이한의 재치 있는 해설, 실록에 기록된 것과 기록되지 않은 것을 구분해 짚어주는 친절한 기획 덕분에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훌륭한 역사콘텐츠로 탄생했다.

 

 

무적핑크가 선보이는 각 에피소드를 보노라면 정말 작가가 천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 만큼 위트와 개성이 번뜩인다. 이번 서평에서 다루는 《조선왕조실톡 3편- 조선백성실톡》에서는 왕가의 이야기 외에도 조선왕조실록에 나오는 소소한 백성 이야기를 톡으로 풀어냈다.

 

《조선왕조실톡》은 모두 4부로 나뉜다. 1부 ‘직장 생활 탐구’ 편에서는 장영실, 이순신, 내시, 노비, 유생 등 유명한 역사적 인물과 사회 각층의 직장 생활을 담았고, 2부 ‘라이프스타일 탐구’에서는 귀걸이, 빙수, 가체, 정월 대보름 풍속 등 조선시대 백성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았다.

 

3부 ‘학교생활 탐구’에서는 성균관 유생들의 학교생활을, 4부 ‘사회문화 탐구’에서는 종묘와 사직의 차이, 전하와 폐하의 차이, ‘마누라’와 ‘영감’의 뜻, 대동법 등을 다룬다. 자칫 줄글로 풀어내면 지루해질 수 있는 내용도 카톡으로 구성한 조선왕조실톡에서는 대단한 흡입력을 자랑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이런 카톡 대화 뒤에는 ‘실록에 기록된 것’, ‘기록에 없는 것’ 꼭지를 통해 그야말로 ‘팩트체크’를 해준다. 위 대화에서 기록에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중종의 왕세자 이호(인종)이 16학번이 아닌 22학번이었다는 거다. 1522학번...

 

그 뒤 이어지는 ‘실록 돋보기’ 꼭지에서는 역사해설가 이한이 주제와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령, 유생 편에는 ‘율곡 이이의 새내기 시절’이 실려있다. 율곡 이이는 성균관에 입학했을 때 그야말로 ‘화제의 새내기’였다. 열세 살에 장원 급제한 천재라더라,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가출해 불교에도 심취한 적이 있다더라… 정말 드라마 주인공 같은 ‘비운의 천재’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그의 학교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성균관에는 ‘장의’라 불리는 학생회장이 있었다. 율곡 이이가 입학할 당시 장의였던 ‘민복(閔福)’은 본격적으로 이이를 ‘왕따시켰다’. 성균관에 새로 입학하면 대성전에 가서 공자의 위패에 인사를 올린 다음 선배들을 만나 자기소개를 하는 ’상읍례‘라는 절차가 있었는데, 민복은 학생회 사람들을 동원해 이이의 상읍례를 가로막고 ‘불교에 빠진 중놈’이라며 모욕을 주었다.

 

그러나 이이는 역시 불세출의 천재답게 담담히 지내다가, 아버지마저 갑자기 죽는 바람에 3년상을 치르러 성균관을 떠났다. 그리고 3년상이 끝나는 해인 1564년(명종 19), 그해 치러진 생원 초시, 생원 복시, 진사 초시, 대과 초시, 대과 복시, 대과 전시 모두 6개의 시험에서 모조리 장원을 하며 ‘성균관 왕따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러면 그 못된 장의 민복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율곡보다 늦은 선조 1년, 대과 병과에 22등으로 합격했다. 대과는 갑과 3명, 을과 7명, 병과 23명, 모두 33명을 뽑는 시험이니 결국 끝에서 두 번째로 간신히 턱걸이한 셈이다. 그 이후 변변한 벼슬자리에도 오르지 못하고, 이렇다 할 기록을 남기지 못한 채 ‘학폭 가해자(?)’로만 역사에 남고야 말았다. 역시,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고 했던가?

 

 

이렇듯 빠져드는 내용과 해설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다 보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있다. 이 책을 읽으면 차마 역사가 재미없다고 말할 순 없으리라. ‘요즘 감성’ 폭발하는 재치있는 대사와 구성 덕분에, 어린이가 읽어도 재밌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역사전문가, 역사에 흥미를 붙이고 싶은 어른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이런 주옥같은 책이 세상에 나왔음에 감사하며,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에 다시 한번 손뼉을 보낸다. 부끄럽지만 필자 또한 이 만화가 등장하기 전 역사를 카카오톡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역시 세상은 생각을 행동에 옮기는 사람들의 것인가보다. 이렇게 멋진 상상력으로 역사 대중화에 큰 획을 그은 ‘조선왕조실톡’이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