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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수채화로 표현한, 내 마음의 ‘궁’

《궁》, 글 박수현, 그림 조은지, 바람길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궁’.

이 한 글자가 전하는 따뜻한 느낌은, 설레는 발걸음으로 궁을 찾아본 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궁에 가면 언제나 좋은 느낌이 들곤 했다. 머리가 복잡할 때 덕수궁을 거닐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기도 했고, 경복궁 집옥재에서 책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했고, 창덕궁 후원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다 보면 기분이 상쾌해지기도 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이들도, 궁을 참 좋아했다. 서울 상봉동에 있는 여행책방 ‘바람길’의 주인장인 지은이 박수현은 그래서 궁 연구모임을 만들었다. 모임에서 같이 《조선왕조실록》을 읽은 지 두 달여,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책을 만드는 1인 출판사도 겸하고 있던 그는 외국어로 궁을 소개하기에 앞서 한국어로 된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입문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책을 펴내게 됐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그림을 그려줄 작가를 찾는 것이었다. 궁을 수채화로 표현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채화로 궁을 그려줄 작가를 수소문한 끝에 조은지 작가를 만났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궁의 색감과 느낌을 조금씩 찾아 나간 소중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궁》이다.

 


 

 

《궁》은 모두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각 궁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를 담았고, 2장부터 6장까지는 각 궁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풀어냈다. 7장에서는 조선의 역사를 백 년 단위로 구분해 주요 임금들과 사건을 정리했다. 궁은 실제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인 만큼, 그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각 궁의 건물 소개에는 《조선왕조실록》을 바탕으로 그 건물에서 치러진 행사나 사건을 약간의 각색과 함께 덧붙였다.

 

이 책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건 무엇보다 그림이다. 600여 년 동안이나 담담하게, 차분하게 그 자리를 지킨 궁의 묵직함을 그려내고 싶었던 조은지 작가는 궁의 담담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색을 시도해 보았고, 마침내 지금의 색감을 찾아냈다. 그린 이의 바람대로, 수채화 특유의 청아하면서도 중후한 색감이 담긴 궁의 모습은 무심한 듯하지만 계속 눈길을 사로잡는 마력을 지녔다. 책장을 넘길수록 그림과 함께 궁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p.22-23)

조정: 정전 앞의 넓은 마당이다.

 

월대: 정전과 같이 중요 건물 앞에 놓이는 넓은 무대로 하례나 제례 등의 각종 행사에 이용된다.

 

어도: 임금이 다니는 길로 길의 가운데에 높이 올라간 부분이다. 어도와 함께 동쪽은 문신이 다니는 길, 서쪽은 무신이 다니는 길이고 이 세 개의 길을 합쳐 삼도라 한다.

 

답도: 정전과 같이 중요한 건물 계단 가운데에 설치해 임금이 가마를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한 사각형의 돌로 봉황을 새긴다.

 

품계석: 조정 한가운데는 높게 올라온 어도가 있고 그 주변으로 품계석이 있다. 조선의 관리체계는 정1품에서 9품, 종1품에서 9품까지 18개의 직급으로 나뉘며 동쪽은 문신, 서쪽은 무신의 자리로 1품에서 3품까지는 정(正), 종(從)으로 구분하여 6개가 세워져서 문ㆍ무신 12개 품계석이 세워졌고 4품에서 9품까지는 정, 종을 구분하지 않고 6개씩 12개가 있다.

 

 

박석: 대궐이나 왕릉에 통행에 편리함을 주기 위해 만든 얇고 넓적한 돌로 네모반듯한 모양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이유는 햇빛의 반사를 일정하지 않게 하여 눈부심을 막기 위해서다.

 

고리: 근정전 기둥과 조정의 박석에 박혀있는 동그란 쇠고리는 왕과 관원들이 조정에 모여있을 때 햇빛이나 비를 가려 줄 천막을 치는 데 썼다.

 

드므:‘넓적하게 생긴 큰 독’이라는 뜻으로 건물 네 모서리에 방화수를 담아 놓는 그릇이다. 청동이나 돌로 만드는데 모양은 원형, 사각형, 그리고 솥 모양으로 만든 것도 있다. 목조건축은 불에 약하기 때문에 화재를 막기 위한 상징적인 것으로, 불의 귀신이 불을 내러 왔다가 드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도망간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경희궁의 주요 건물이 잘 설명되어 있어 궁 나들이를 떠나기 전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세상이 가을빛으로 물들고 별빛야행이나 달빛기행처럼 궁을 거니는 행사가 어느 때보다 많아진 요즘, ‘궁 나들이 준비물’로 추천하고 싶다.

 

다만 조금 아쉬운 대목은 설명이 다소 딱딱하고 지나치게 나열식으로 배열되어 사전을 찾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개정판을 펴낸다면 조금 더 부드러운 스토리텔링을 시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간혹 눈에 보이는 오타도 함께 바로잡으면 좋겠다.

 

표지에 있는 ‘궁’이라는 간결한 한 글자가 주는 매력, 그 매력을 느끼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을 펼쳐 들고 고궁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수백 년 전 그곳에 살았던 이들이 건네는 이야기가 귓가에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지도 모른다. 이 책을 만든 책방, ‘바람길’이 낸 길을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