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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영산회상, 이론적 연구자료로서의 값어치도 높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4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별곡의 한 종류가 곧 민간에서 연주되는 <가진회상>이며, 영산회상을 연주하되, 중간에 <미환입>을 첨가하고 <군악>의 뒤를 이어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도드리>까지를 연주한다고 하였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악영산회상은 9곡의 모음곡이고, 평조회상과 관악영산회상은 각각 8곡이어서 모두 25곡이다. 여기에 <가진회상> 가운데 현악영산회상과 중복되지 않는 <도드리>, <계면가락>, <양청>, <우조가락> 등 4곡을 포함하면 모두 29곡이 되는 셈이다. 이 악곡들을 피리나 대금, 해금, 단소, 또는 거문고나 가야금 등, 6개의 주요 선율 악기들이 각각 독주로 1~2곡씩을 연주한다면 오랜 시기간 음악회를 꾸밀 수 있는 분량이 된다. 그래서 4종의 영산회상이 연주계의 주요 연주곡목이 되고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현악영산회상>의 경우에는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단소, 양금, 장고 등, 8인의 단잽이(1악기에 1인 연주자) 편성을 관습으로 해 왔는데, 이는 8인의 연주자가 각각 독주하면서 동시에 합주하는 형태의 음악이 되는 것이다.

 

또한 독주는 물론이고, 2~3종의 악기, 혹은 4~5종의 악기들이 중주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도 연주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관습은 8인이 각기 다른 악기로 합주를 하는 것이었으나, 앞으로의 시대에는 더 다양한 악기들이, 또는 외국 악기들과의 협연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산회상은 무대에서 실연되고 있는 음악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에 못지않게 연구 자료로서의 값어치도 매우 높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첫 영산회상은 현재의 첫 곡인 <상령산>이었다. 원래 불교의 가사를 노래하던 성악곡이었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가사를 잃고 순 기악합주곡으로 변하면서 불교음악에서 세속음악으로 변하게 된 음악이다. 그러므로 성악곡이 기악곡화 되는 과정에서 영산회상, 곧 현행의 <상령산>에서는 변주곡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령, 18세기 전반의 악보인 《어은보》에는 현행 <중령산>에 해당하는 <영산회상 갑탄(甲彈)>이 실려 있는가 하면, 《한금신보》에는 <영산회상 환입>, <영산회상 제지>가 나타난다.

 

현행의 중령산은 5장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대체적으로 느린 속도로 연주된다. 5장 가운데서 제1장을 뺀 2장~5장까지는 모두 14각(장단)이 되는데, 이 부분을 빠르게 변주시켜 영산회상 제3곡인 <세령산>을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세령산은, 4개의 악장으로 분장되어 있으며 제1장은 4각, 제2장과 3장은 각각 3각, 그리고 제4장은 4각이어서 모두 14각이다.

 

각(刻)이란 1행, 또는 1장단을 말하는 단위이다. 같은 방법으로 세 번째 악곡인 <세령산>을 변주하여 네 번째 악곡인 <가락더리>와 같은 파생곡들을 만들게 되었다.

 

그 이후, 정조 무렵의 악보인 《유예지》에는 <삼현회입>, <삼현회입 2장두(二章頭)>, <염불타령>, <육자염불(六字念佛)>, <타령>, <군악 유입타령>, <우조타령>, <군악타령>, 등이 더해졌다. 또한 《서금보》에는 <하현환입>과 같은 이름들이 나타나 현행과 같은 거대한 기악 모음곡을 만들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의 관계는 개략적(槪略的)인 결과만을 알 수 있을 뿐, 그보다 더 구체적인 결과는 시대별 악보의 비교연구를 통하여 현행과 같은 규모의 대곡으로 확대 발전해 왔는가 하는 점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악곡 이름을 빼고은 어떠한 관계이고, 또한 이와 함께 현악과 평조회상, 또는 <관악영산회상> 과 <평조회상>은 또한 어떠한가? 그리고 이러한 악곡들은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 연주가 되기 시작하였고, 왜 그러한 변주작업이 일어나기 시작했는가?, 그 사회적 배경은 무엇인가 하는 등등의 문제에도 더욱 더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연구기 필요하다.

 

그러나 우선은 현행 음악을 통해서 음조직 문제나 표현법의 문제, 음악의 형식이나 장단 문제들은 접근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아직 현행 영산회상의 음계 문제 하나도 분명하고 확실하게 정리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이견(異見)들이 혼재하고 있어서 안타깝기만 하다.

 

현행의 영산회상 선율을 분석한 여러 논문이 있고 대개는 3음, 혹은 4음 음계의 계면조(界面調)음악으로 정리하고 있으나, 현재의 영산회상은 악곡도 변하고, 그에 따라 음계도 변하였다고 주장하는 측도 있어서 이론이 분분하다.

 

이러한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악보에 관한 분석적 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