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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계면, 듣는 이가 눈물 흘려 얼굴에 금 생겼다는 뜻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49]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영산회상이 무대 위에서 연주되는 악곡으로서의 값어치도 크지만, 국악의 이론적 연구 자료로서도 값어치도 크다고 이야기하였다.

 

일반적으로 영산회상은 3음, 혹은 4음 음계의 계면조(界面調) 음악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국악의 계면조란 무슨 뜻이고 음 구성은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를 해 본다.

 

전통음악의 음계는 크게 평조와 계면조로 구분된다. 평조는 쏠-라-도-레-미와 유사한 음계이고, 계면조는 라-도-레-미-쏠로 구성된 음계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 대표적인 음악이 조선 초기의 종묘제례악이나 전통가곡과 같은 음악이다. 종묘제례 때의 음악은 크게 두 종류의 음악을 연주하는데, 하나는 평조 음계로 지어진 <보태평>이고, 다른 하나는 계면조로 지어진 <정대업>이라는 음악이다.

 

 

그런데 평조는 예나 지금이나 5음을 유지하고 있지만, 계면조의 음악은 5음의 구성에서 제2음을 생략하여 4음 음계로 변화되어 쓰이고 있어서 다소 달라진 것이다. 국악의 음계를 논의할 때, 자주 쓰이는 우조(羽調)란 말이 있는데, 이는 음계를 가리키는 용어가 아니라, 웃조, 곧 높은 조를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웃조 평조>, 또는 <웃조 계면조>라는 용어처럼 시작음이 높은 것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면 된다.

 

본디, 계면조란 평조(平調)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그래서 듣는 이로 하여금 슬픈 느낌이 들게 하는 음조직인 것이다.

 

이익(李瀷)은 《성호사설》 속악조에서 “계면이라는 것은 듣는 자가 눈물을 흘려 그 눈물이 얼굴에 금을 긋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라고 하였다. 참으로 그럴듯한 해석이다. 허균(許筠)도 “김운란이 아쟁을 잘 타서 마치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연주하였는데, 그 계조(界調), 곧 계면조를 들으면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라고 하였다.

 

《세조실록》 권1에는 “일찍이 세조가 달밤에 악공 허오(許吾)에게 명하여 적(笛, 세피리)으로 계면조를 불게 하였더니 슬퍼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라는 기록도 보인다. 그 밖에 《해동가요(海東歌謠)》에서는 계면조를 “처창하게 흐느낀다” 또는 “맑고도 멀어서 애원하고 처창하다”라고 하였다.

 

박효관의 《가곡원류(歌曲源流)》에서는 “애원 처창(목 메이듯 슬프고 처량한 느낌을 준다)”으로 풀고 있다.

 

 

장사훈은 영산회상의 음계를 원래 5음 음계 계면조에서 《유예지》 이후 3음, 또는 4음 음계로 변하였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현행 영산회상의 기본 음계는 기음(基音) 위에 4도와 2도를 쌓은 3음 음계로 간결한 음조직이다. 黃(Eb)을 기음으로 보면, <黃-仲-林>의 3음 음계이고, 㑣(Bb)을 기음으로 한다면 <㑣-黃-太>의 구성이다. 흔히 이 두 종류의 계면조가 복합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 음조직을 5선 위에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음계 이외에 영산회상의 음악적 특징을 밝히기 위해서는 각 악기의 시김새 분석도 매우 중요하다. 현악기들은 잔가락들을 생략하고 있어서 기보상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음구성이지만, 실은 관악기들처럼 다양한 시김새를 활용하고 있는 점에서는 대동소이하다.

 

한국음악에 있어서 떠는 소리, 곧 요성(搖聲)을 비롯한 다양한 표현들을 중심으로 절제미를 찾는 작업이나 음악적 형식, 장단형에 관한 연구도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 밖에도 영산회상의 변주 악곡들을 싣고 있는 여러 고악보들의 기보체계나 변천과정, 그리고 향제 줄풍류의 현황이나, 풍류의 명인 혹은 전승계보, 풍류문화 등 우리음악의 실체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음악이 곧 영산회상이다.

 

이러한 영산회상의 변천과정이나 연구결과는 곧 한국음악 전반에 걸친 변주의 방법이나 선율구조, 장단구조, 음조직, 시김새, 기타 음악적 제 요소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근본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영산회상은 한국음악의 이론적 연구를 위한 자료로서의 값어치가 높은 보고(寶庫)라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