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여기, 두 개의 풍경이 있다. 하나는 철거를 앞둔 ‘옥수동 12지구’ 주택 내부고, 또 하나는 도심 곳곳에 있는 ‘골프연습장’들의 풍경이다. 언뜻 보면, 두 사진 사이에 아무런 연관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골프연습장은 모두 어두운 저녁 시간에 촬영한 데 견줘 옥수동 주택 내부는 아침이나 낮에 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에 의지해 촬영했으니 오히려 서로 대척점에 선 느낌마저 준다.
공통점이 있다면, ‘옥수동 12지구’와 ‘골프연습장’ 두 풍경 모두 사진가 최금화가 찍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둘은 <Beyond here>라는 하나의 제목 아래, 전시와 책으로 묶였다. 이것만으로도 ‘Beyond here’가 궁금해진다. 여기 넘어, 무엇이 있을까.



옥수동 주택 내부를 촬영한 <Beyond here - Listen to the voice>(4*5 Film). 빈방 가운데 코끼리 모양의 초록색 물조리개가 놓여있다. 버려진 공간에 역시나 버려진 작은 물건 하나가 있는 풍경일 따름이다. 그런데 코끼리의 코는 유선형을 그리며 공중을 향해 있다. 기운차게 물을 뿜을 때의 모양새다. 열린 문틈으로 들어온 햇빛이 투과된 코끼리의 몸통은 투명할 정도로 밝아서, 뜯긴 벽지, 허물린 천정의 남루와 스산함을 가린다. 흠씬 젖어있는 바닥조차 어쩌면 코끼리의 짓일지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면, 분명하던 폐허의 공간은 ‘오리로도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게슈탈트*(이미지나 형태가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바뀌는 현상) 착시가 일어나는 풍경으로 바뀐다.
골프연습장을 촬영한 <Beyond here – Green net palace>. 푸른 그물벽을 둘러친 철재구조물은 누가 보아도 골프연습장이다. 그런데 어느 저녁, 골프연습장의 초록 불빛이 산 능선을 넘거나 안개 속에 번지는 순간, 시지각정보는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늘비하게 늘어선 침엽수들을 거느리고 제 그림자를 수면에 비치고 있는 모습은 마치 해자에 둘러싸인 성이나 초록빛의 궁전 같기도 하다. 그 순간을 포착한 최금화의 골프연습장은 아니 <Green net palace>는,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너머의 다른 지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보는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순간적으로 시지각적 감각을 이용해 심리적으로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한 광고사진의 특징을 생각하면,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와 미국 SCHOOL OF VISUAL ARTS에서 파인아트(실용성, 공리성을 배제한 순수예술)를 공부하고 2020년 개인전 <Pain Tree>를 열기 이전까지 오랫동안 광고사진계에서 이름이 양명했던 최금화의 카메라아이(camera-eye)가 어떻게 <Beyond here>와 이어지는지를 깨닫게 된다.
최금화 사진전 <Beyond here>는 11월 16일부터 28일까지, 사진위주 류가헌 1, 2관 전관에서 열린다. ‘마음의 눈’에서 출간되는 동일한 제목의 사진집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다만 주로 한국인이 관람할 사진전의 이름을 굳이 영어로 써야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