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과 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창작ㆍ계승되고 있는 여성 가사문학인 내방가사를 대상으로 한 기획전시 <이내말삼 드러보소, 내방가사>를 국립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12월 23일부터 내년 4월 10일까지 함께 연다. 내방가사는 조선시대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여성들이 한글로 스스로 표현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삶과 시대를 적극적으로 기록한 문학이다. 그간 조선시대 여성의 문화를 다루는 전시에서 내방가사가 간헐적으로 선보였지만, 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사의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글로 꽃피운 여성의 문화 ‘내방가사’
이번 전시는 1794년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 편의 내방가사와 더불어,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모두 172건 260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모두 3부로 구성된 전시장은 1부 ‘내방 안에서’, 2부 ‘세상 밖으로’, 3부 ‘소망을 담아’로 조성되었다. 1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어머니의 아들 자랑,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시누이-올케의 갈등 등 다양한 내방가사를 만날 수 있다. 2부 ‘세상 밖으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에 직면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다. 남녀평등과 학교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 <위모사>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여성들의 역사교육 교과서였던 수종의 <한양가>를 볼 수 있다.
3부는 가족이 잘되길 기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지금도 내방가사 창작과 향유를 이어가는 내방가사 작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가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가장 긴 14m <헌수가> 등 첫 공개 내방가사 12편 한자리에




내방가사는 가사문학 가운데서 가장 늦게 학계의 주목을 받은 장르다. 이번 전시에는 12편의 신자료를 대거 공개하는 한편, 현전하는 가장 긴 14m 길이의 내방가사 <헌수가>를 소개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자료로는, 내방가사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남성을 화자로 한 계녀가 <계녀통론>과 함께, 변형된 계녀가인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가 있으며 먼저 죽은 딸에 대한 그리움을 적은 <잊지 못할 내 딸이라> 등 문학성이 풍부한 가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 계녀가: 시집가는 딸을 가르치는 노래
아울러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뎬동어미화전가>는 화전놀이에서 뎬동어미를 비롯한 여성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연대감을 묘사한 내방가사의 백미로, 전시실에서 화사한 벽면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내방가사 전승은 낭독과 필사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 여성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물로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한글을 활용하여 자신의 삶과 애환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내방가사의 기록유산적 값어치에 주목하여 2019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올리기 위해 협력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