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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조선이 소통하는 100번째 이야기

선조 크리에이터들의 기록이 전하는 의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은 웹진 <담(談)>이 창간 100호를 맞이하여 <100호 특집> “3015일간의 기억과 기록”이라는 주제로 스토리테마파크 웹진 담(談) 6월호를 펴냈다.

 

2014년 3월에 창간한 웹진 <담(談)>은 스토리테마파크에 구축된 ‘이야기 소재’를 활용하여 현재의 우리와 소통할 수 있는 주제를 고르고, 현대적 콘텐츠로 소개한다. 이번 6월호는 ‘기억과 기록’이란 주제로 창간호 탄생부터 현재까지 3,015일 동안의 이야기를 담았다. 웹진 <담(談)>의 탄생 뒷이야기, 분야별 최다 집필진들의 좌담회를 비롯하여 조선시대 선인들의 일기에 나타나는 기억과 기록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를 소개한다.

 

 

담담하게 전통문화 자산을 젊은 세대들에게 재구성해주는 담(談)

 

김수영 교수의 [“담(談)”에 담담을 더하여]은 웹진 <담(談)>이 시작되었을 때 편집자로서 시작과 고민, 성과와 의미를 짚어주었다.

 

웹진 <담(談)>의 100호 가운데 중반까지 편집자를 맡아왔던 필자가 말하는 잡지는 “독주가 아니라 합주요, 독창이 아니라 합창”이라고 전한다. 또한 모든 것이 조화로운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살펴야 하므로 잡지의 편집위원은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잡지의 진정한 의미는 시의성 있는 주제에 대해서 우리만의 개성적인 목소리를 담는 데에 있다는 전제 아래, 매호 특집 주제를 정해서 그에 관련된 원고를 실었다. 독자의 관심 그리고 시의성이라는 두 가지의 토끼를 잡으려 고민을 거듭하였고, 디지털 잡지의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웹툰(webtoon)도 같이 수록하였다.

 

웹진 <담(談)>이란 제호를 갖게 된 뒷이야기는 “담(談)”이라는 한 글자가 아니라 “담(談)”이라는 강조 형태를 선택하면서, 이름 그대로 아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웹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한글과 한자를 나란히 모두 표기함으로써 전통문화 자산을 오늘의 젊은 세대들에게 설득력 있게 재구성하여 제시하려는 모두의 뜻을 표현하고자 했다. 마지막으로 “담(談)”이라는 글자에 불 화(火)자가 둘이나 자리 잡고 있지만 말 그대로 “담담”하게 웹진을 만들어가자고 다짐하였다고 전한다.

 

 

역사 왜곡은 No!, 섬세한 사극 드라마 자문

 

[역사콘텐츠 제작의 뒷이야기 상(上). 담(談)사모(웹진 <담(談)>를 사랑하는 사람들) 좌담회]에서는 강선주(드라마 작가), 정용연(만화 작가), 조경란(역사 자문/ 편집위원장), 조정미(콘텐츠 연구가ㆍ작가), 하원준(영화감독) 및 한국국학진흥원의 콘텐츠정보팀 웹진 <담(談)>의 담당자 3인이 참여하여 역사콘텐츠 제작의 이모저모를 살펴보고, 그들의 기억과 시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여 중인 작품들의 근황 공개와 함께, 웹진 <담(談)>에서 인상 깊었던 주제와 꼭지를 소개한다. 웹진 <담(談)>의 시의성과 역사적 의미를 담았던 여러 주제와 웹진에 짧게 소개된 뒤 장편만화로 재탄생한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현재 웹진 <담(談)>의 편집장으로 활약하고,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옷소매 붉은 끝동>, <태종 이방원>과 현재 방영 중인 <붉은 단심>까지 많은 역사 드라마에 자문 중인 조경란 박사에게 드라마 자문 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 사이의 조율하는 법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경란 박사는 “작품의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할 것, 그 세계관 속에서 사건이나 인물이 개연성이 있을 것, 인물들의 생각, 감정이나 언행이 그 환경에 적합할 것 등입니다. 제가 하는 이런 일들이 작가가 상상하는 데 지침을 제시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작품의 시대 배경이 현재와 다르므로 작품의 배경, 인물, 사건, 흐름 등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면서, 쓸 수 있는 이야기와 인물들에게 있을 법한 감정이나 생각을 전달한다고 한다.

 

제시한 의견이 수용되면 촬영 시까지 자문하거나 검수를 진행하지만 서로의 견해차가 크면 자문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역사학자로서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창작 세계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있다고 전한다. 더 많은 간담회 이야기는 중, 하로 나뉘어 다음 호에도 찾아온다.

 

 

서은경 작가의 [스토리웹툰 – 밤이 깊었네]에서는 조선시대 청빈함과 학덕으로 이름을 떨친 김계광(金啓光)과 홍여하(洪汝河)가 1650년대 우연히 만나게 되어 서로의 명석함을 겨루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담았다.

 

홍여하는 김계광이 한번 본 책을 줄줄 읊는다는 소문을 확인하고 싶어서 머물게 된 객점에서 의서를 찾아냈고 한 시간 후 기억력을 겨루었다. 결과는 김계광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홍여하는 달뜰 때까지 책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홍여하의 완패였으나 둘은 승패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헤어졌고, 10년 뒤 또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둘은 이야기를 나누다 외우기 대결했던 그 날을 떠올렸고 홍여하는 생각난 김에 다시 외워 보자 권한다. 그러나 김계광은 까맣게 잊었다 하였고, 홍여하는 떠듬거렸으나 밤새 읊어 모조리 외웠음을 증명했다.

 

 

 

콘텐츠 창작의 보고는 곧 선인들의 기록

 

시나리오 작가 홍윤정은 [미디어로 본 역사 이야기-우리들의 회색노트]에서 한국국학진흥원의 스토리테마파크 ‘일기와 생활’이 창작가들에게 주는 영감과 OTT 드라마 ‘파친코’를 통해 기록이 영상으로 살아 움직일 때 더욱 빛나는 힘에 관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 OTT를 통한 글로벌 흥행이 나타나는 우리 사극의 인기에 창작자들의 책임감이 더욱 커졌다.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시청자들은 콘텐츠에 구현된 가상의 역사가 곧 한국 역사로 인식될 것이기에 표현 하나가 조심스러워진다. 창작자들이 의지할 곳은 결국 ‘기록’ 뿐이다. 역사서나 실록, 야사(野史), 비사(祕史)들이 있으나 영상을 통해 역사를 구현하고자 할 때 움직이는 개인의 삶의 모습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한국국학진흥원의 스토리테마파크의 ‘일기와 생활’ 속 선조들의 일기 한 구절에서 큰 도움을 받는다고 전한다.

 

애플 TV의 드라마 <파친코>의 원작 소설 작가인 이민진 작가가 실제 재일한국인들의 삶을 오래 취재하여 쓴 소설이기에 옳고 그름의 차원을 넘어선 사실이요, 역사라고 말한다. 이 드라마로 일본 침략의 역사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시청자들이 많아졌고, 오사카 거리에서 “김치 사이소, 한 번만 먹어 보이소, 우리 어무니 방식으로 만들었어예~”라고 소리 높여 김치를 팔던 주인공 선자의 모습과 겹쳐 김치가 자신들의 것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주장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잘 만든 드라마, 영화 한 편이 책, 연설, 외교적 노력을 넘어서는 것을 우리는 더 많이 경험할 것이다.

 

작가의 어린 시절 두 친구와 나누었던 교환일기인 ‘회색 노우트’와 같이 모두의 삶 속에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세상에 나와 그간 해왔던 노력을 넘어서는 콘텐츠로 재탄생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끝으로 5년 동안의 웹진 <담(談)>의 기고를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문영 작가는 [정생, 몽유록을 만나다]에서 정생이 오늘날 정생몽유록이 만인에게 소개되는 시점으로 시간 여행하여 맞닥뜨린 기록의 의미를 재밌는 소설로 만나볼 수 있다.

 

오진사 댁의 아들 석진이 춘추관을 대리해서 외사고(外史庫)를 점검하는 별겸춘추(別兼春秋)를 이행한 뒤 행차하여 큰 잔치를 열었다. 스승으로서 초대받은 정생은 서당의 접장과 함께 길을 나서면서 조선시대 기록물을 관리하는 방법인 포쇄(曝曬)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나라의 보물인 외사고의 책들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볕을 쐬게 하는 포쇄를 나라 형편이 자꾸 안 좋은 탓에 미루다가 첩첩산중까지 가기 싫은 고위직 나리들이 대신 석진을 보냈던 것이다.

 

석진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던 정생은 이상한 복장을 한 화성 도장 찍기 임무를 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여기가 양줏골이 아닌 화성임을 알게 되었다. 얼떨결에 정자 안으로 들어가게 된 정생은 《정생몽유록(鄭生夢遊錄)》 전시 현장에 있는 유리함 속 본인의 글을 맞닥트렸다. 곧 보물로 등재 예정이라는 문화유산 해설사의 말에 본인에게는 너무나 창피했던 일기를 왜 들추는지 해설사에게 따지자 ‘일기는 남에게 보여주려고 쓰는 것이 아니고, 매일의 진솔한 이야기를 남기기에 후세에 더 값어치 있는 기록’이라는 해설사의 대답에 정신이 번쩍 든다.

 

[편액의 문을 열다]에서는 그동안 다루었던 편액들을 정리하면서, 물리적인 공간이 인문학적인 공간으로 바뀌는 ‘편액의 마술’을 설명한다. 소개된 모두 37편의 편액이야기를 건축 목적에 따라 교육 공간, 수양 공간, 주거 공간, 추모 공간으로 분류해보고, 지역의 빈도수, 서체에 따라서도 분류했다.

 

‘건물의 문과 처마 사이에 글씨를 새겨 붙인 나무판’인 편액은 건물의 기능과 의미, 건물주가 지향하는 가치관을 3~5자 정도의 글자로 함축하여 표현한 것이다. 이것의 인문학적 값어치와 서예 미학적 값어치를 높게 평가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 위원회(MOWCAP)’에서 2016년 5월 19일에 ‘한국의 편액’을 한국 최초 유네스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으로 등재하였다.

 

편액 속에 담긴 충효의 정신, 선현에 대한 그리움, 가족 간의 화목, 형제간의 우애는 몇백 년 전의 선조들도 지금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고민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조선의 ‘공간크리에이터’인 편액의 주인공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편액의 의미를 한껏 새길 수 있는 한국국학진흥원 세계기록유산 전시체험관을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시간은 기억이 되고, 기억은 기록되고]에서는 역대 편집위원의 축하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다. 이번 100호 웹진 편집장을 맡은 조경란 교수는 “시간은 기억이 되었고, 기억은 이렇게 기록으로 남았다”라고 하며 “선인들의 시간과 기억도 이렇게 기록에 남았기에 오늘의 우리가 기록을 통해, 그들의 기억과 시간을 만나게 된다.”라고 말한다. “앞으로 담(談)의 시간이 또 쌓이고 기억이 또 쌓여 <담(談)>이 담아내는 기록과 함께 <담(談)>의 기록도 쌓여가게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한국국학진흥원에서 2011년부터 운영하는 스토리테마파크(http://story.ugyonet)에는 기록 자료를 문화예술 기획ㆍ창작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선시대 일기류 250권을 기반으로 한 6,710건의 창작 소재가 구축되어 있으며, 검색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