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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온고지신(溫故知新)서 온고작신(溫故作新)을 생각하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8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에서는 연희집단 <잔치마당>의 창립 30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 단체의 공연이 기업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후원 기업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주에는 <온고작신(溫故作新)>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온고작신> 무슨 말인가?

우리는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 것을 안다’라는 뜻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알고 있으나, 온고작신이란 말은 생소하다. 아마도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풍물에 참여하는 북이나 장고와 같은 악기들은 빈 통 위에 가죽을 씌워 만들고, 꽹과리나 징과 같은 쇠붙이 악기들은 쇠를 얇게 만들어 울림을 극대화하는 편인데, 이러한 악기들을 오래도록 치고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찢어지고 깨져서 폐품이 되게 마련이다. 이렇게 악기의 기능을 잃게 되면, 쓰레기로 버릴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원으로 활용해 보자는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긴 것이 바로 <온고작(作)신>운동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전통음악 악기는 대략 60여 종이 넘는다. 이 많은 악기를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분류하는데, 첫째는 아악기, 당악기, 향악기 등 음악의 계통에 따라 분류하고, 둘째는 악기의 재료에 따라 분류하는 방법 곧 쇠붙이, 대나무 또는 명주실이냐에 따라 구분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악기의 연주 방법에 따라 분류하는데, 예를 들어, 입으로 불어서 내는 관악기, 때리거나 울려서 내는 타악기, 아니면 줄을 울리거나 문질러내는 현악기로 구분한다. 본 편에서는 두 번째 방법인 악기의 재료에 따라 분류해 보도록 한다.

 

전통악기의 제작 재료는 금부(金部), 석부(石), 사부(絲), 죽부(竹), 포부(匏), 토부(土), 혁부(革), 목부(木) 등 8종이 쓰였다. 금부는 쇠붙이 악기이고 석부는 돌, 사부는 실, 죽부는 대나무, 포부는 박, 토부는 흙, 혁부는 가죽, 목부는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를 말한다. 이 8종의 재료를 일컬어 8음(八音)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재료인 쇠붙이로 만들어진 금부(金部)악기는 편종, 방향, 운라, 나발, 징, 꽹과리, 등이 있다. 징과 꽹과리는 궁정에서는 불리던 아명이 있는데, 대금(大金), 소금(小金)으로 각각 불렸다.

 

두 번째 재료인 돌로 만들어진 석부(石部)악기는 편경과 특경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 재료인 실로 만들어진 사부(絲部)악기는 거문고, 가야금을 비롯한 현악기 대부분이 포함된다. 네 번째 재료인 대나무로 만들어진 죽부(竹部)악기는 피리, 대금 등 관악기이고, 다섯 번째 재료인 박으로 만든 포부(匏部)악기로는 생황이 대표적이다. 여섯 번째, 흙을 구어 만든 토부(土部)악기로는 훈(塤)이나 부(缶)가 있고, 일곱 번째, 가죽을 씌워 만든 혁부(革部)악기에는 장고, 북과 같이 가죽을 씌워 만든 대부분의 타악기가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나무가 재료인 목부(木部)악기는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박(拍)과 제사용 음악에 쓰이는 축(柷), 어(敔)와 같은 악기가 포함된다. 이 다양한 재료 가운데서 풍물놀이나 타악 공연에 사용된 악기는 대체로 꽹과리나 징과 같은 금(金)부의 악기와 북이나 장고, 소고와 같은 혁(革)부의 악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금(金)부의 악기나 혁(革)부 악기는 조금 강하게 치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깨지거나 찢어지기 쉽다. 이렇게 수명을 다한 경우, 쓰레기로 버려지는데, 폐국악기를 활용하는 사업계획을 실천에 옮겨 화제가 된 작업이 바로 ‘온고작신’이다.

 

이 사업은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활동하는 미술ㆍ서예ㆍ설치 미술 따위 다양한 분야의 전문 예술인을 섭외한 다음, 타악기의 기능을 상실하고 폐품이 되어버린 장고, 북, 소고 등의 가죽악기와 상쇠의 역할을 다한 깨진 꽹과리를 예술가에게 미술 작품의 재료로 나누어 주면서 시작되었다.

 

전문 예술인은 이러한 재료를 통해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을 제작하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다시 태어난 작품을 부평구청 갤러리에서 2012년, 2015년, 2021년도에 ‘폐기물의 화려한 부활’이라는 주제로‘온고작(作)신’ 전시회를 열었다.

 

 

예술가들은 깨진 꽹과리를 벽걸이 시계로 재탄생시키기도 하였고, 찢어진 장고에는 한 편의 수묵화가 담겼으며, 망가진 북통은 서양 악기의 기타가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모양의 예술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리-자인 (Re-sign=Recycling+Design)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이미 미국의 ‘에코이스트’ 상품이 꼽히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코카콜라, 디즈니랜드 등, 유명 기업체의 사탕 포장지나 음료수 상표, 등으로 쓰이며 패션 핸드백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이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의 애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플라스틱 페트병을 자원화하여 스포츠 의류로 재탄생하는 사업도 볼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