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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메밀꽃 필 무렵’과 장편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메밀꽃 필 무렵>ㆍ<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견줌 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지난 2021년 12월 초 어느 날 저녁, 우연히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영화를 각시와 함께 보았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히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매우 현실감이 있었다. 옆에서 함께 시청한 각시도 영화에 몰입되어 오랜만에 명화를 감상했다고 말한다.

 

영화를 보고 나서 갑자기 “이 이야기를 《메밀꽃 필 무렵》 (아래 ‘메밀꽃’이라고 줄여서 표현함)과 견줘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쳤다. 두 이야기를 견줘서 공통점이 무엇이고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코로나 때문에, 다른 사람을 만나지도 못하고 매일 집에 콕 틀어박혀 앞산만 바라보다 보니 심심해서 그런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는 중고책방에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아래 ‘매디슨’이라고 줄여서 표현함)를 사서 정독하였다. 그리고서 메밀꽃을 다시 꺼내어 정독하였다. 여운이 길게 남는 작품이다. 매디슨이 ‘중년의 심금을 울리는 불륜 이야기’라면 메밀꽃은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매디슨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때는 1965년 8월, 미국 아이오아주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사는 프란체스카(45살, 배우: 메릴 스트립)는 남편과 두 아이가 박람회에 나흘 동안 참가하러 떠나자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낯선 트럭 한 대가 그녀의 집 마당에 들어선다. 트럭을 운전하는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52살,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찾는 중에 길을 잃었다며 프란체스카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교사로 일하던 프란체스카는 예이츠의 시를 좋아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감성이 풍부한 여자였다. 꿈 많은 처녀 프란체스카는 2차 세계대전 중에 군인인 리차드를 만나 결혼한다. 혼인한 뒤 미국으로 이민해 온 프란체스카는 근면 성실한 농부의 아내로서 평범하게 살아왔다. 농사일을 하면서 두 아이 (남자 17살, 여자 16살)를 키우느라고 자신을 돌볼 새가 없었던 프란체스카는 낯선 이방인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킨케이드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고, 둘째 날에는 불같은 사랑에 빠져 외도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4일 동안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오고 킨케이드는 떠나야 한다. 킨케이드는 프란체스카에게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 자신과 함께 떠나자고 말한다. 그렇지만 프란체스카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로버트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가슴 아파한다.

 

세월은 무심히 흘러가 남편이 죽고, 킨케이드도 죽고, 그녀도 죽게 된다. 프란체스카가 두 자녀에게 남긴 유품 중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킨케이드와의 사랑 이야기를 기록한 일기장 3권이 있었다. 그녀가 자녀에게 남긴 편지에는 유언이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가족에게 나의 인생을 주었다. 킨케이드에게는 내게 남은 것을 주고 싶다. 내 유골을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뿌려다오.”

 

메밀꽃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장돌뱅이인 허생원은 젊은 동이가 봉평장에서 대낮에 충주집 주모와 수작하는 것을 보고 화를 내며 쫓아버리지만, 곧바로 화해한다. 시골장이 파한 뒤 허생원, 조선달, 그리고 동이 세 사람은 나귀에 짐을 싣고 밤을 새워 대화장으로 걸어간다. 달이 떠오르자 허생원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다시 이야기한다. 달밤에 물방앗간에서 허생원과 성서방네 처녀가 만나는 극적인 장면은 다음과 같이 묘사되어 있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란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중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나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네.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날 판인 때였지. 한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 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 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네……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성서방네는 그다음 날 제천으로 줄행랑을 놓았다. 두 사람에게 첫날 밤은 마지막 밤이 되고 말았다. 그 후 허생원은 첫사랑 여인을 잊지 못한다. 허생원은 장돌이를 시작한 지 이십 년이나 되어도 봉평장을 빼논 적이 드물었다.

 

대화장으로 가는 달밤에, 동이는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하얀 메밀밭을 지나면서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동이 어머니의 친정이 봉평이라는 소리를 들은 허생원은 개울을 건너다가 그만 물에 빠지고 만다. 동이가 허생원을 일으켜 등에 업고 개울을 건넜다. 다시 길을 걸으면서 왼손잡이인 허생원이 바라보니 나귀를 모는 동이의 왼손에 채찍이 쥐어져 있었다.

 

두 소설의 같은 점보다는 차이점을 찾기가 더 쉬울 것 같다.

차이점을 생각나는 대로 순서 없이 기록해 본다.

 

메밀꽃은 단편 소설이다. 내가 가진 문고판(2004년 9월 이효석문학관 발행)에서 쪽수를 세어보니 18쪽에 불과하다.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가 없다. 저자는 많은 부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여 독자의 상상력에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