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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남한 땅보다 15배 이상 큰 쓰레기 섬나라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81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플라스틱 오염(Plastic pollution)은 쓴 뒤 버려진 플라스틱이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것을 말한다. 플라스틱이라는 말은 ‘빚어내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하였다. 플라스틱의 과학적인 정의는 “열과 압력을 가해 성형할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을 말한다. 우리가 매일 쓰는 비닐봉지, 페트병, 빗, 칫솔, 일회용 기저귀 등이 모두 플라스틱에 속한다. 플라스틱은 1930년대에 영국에서 등장하였는데, 가공하기 쉽고 가볍고 튼튼하고 전기를 통하지 않고 물에 녹지 않고 제조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플라스틱이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 이후로서 현재 플라스틱은 유리, 나무, 철, 종이, 섬유 등을 대체하는 신물질로서 환영받고 있다. 자동차와 항공기에는 강철보다 75% 가볍고 강도는 10배나 되는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이 들어간다. 최첨단 기술 제품인 반도체, OLED,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로봇, 인공혈관 등에도 플라스틱이 핵심 소재로 사용되어 한때는 ‘신의 선물’이라는 찬사까지 받을 정도였다.

 

플라스틱의 최대 약점은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생태계에 오래 머무른다는 점이다. 재활용되지 않고 생태계에 버려진 플라스틱은 매우 천천히 분해된다. 일회용 기저귀나 플라스틱병은 450년, 낚싯줄은 600년이 지나야 겨우 분해된다. 분해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농촌에는 폐비닐이 쌓이고, 강과 해안에는 플라스틱 병들이 쌓이며, 바다에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파도와 함께 떠다닌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생수병, 농부들이 버리는 농약병은 홍수 때에 하천과 강으로 흘러들고 마지막으로는 바다로 흘러든다. 유엔환경계획(UNEP)이 2016년 5월 펴낸 보고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와 미세 플라스틱>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면 2050년 바다에는 물고기와 플라스틱의 비율이 50 대 50이 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BBC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영화제작자 크레이그 리슨은 어린 시절부터 대왕고래를 동경했다. 그는 고래 영화를 찍으러 인도양에 있는 스리랑카로 갔다. 그는 2주를 기다린 끝에 죽어가는 대왕고래를 만났는데, 소화기관이 6m2의 비닐 시트로 막힌 고래는 고통 속에서 죽었다. 그 후 리슨은 8년 동안 전 세계 21개 나라의 해양 쓰레기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플라스틱이 점령한 끔찍한 바다를 촬영하였다. 리슨은 2016년에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A Plastic Ocean)>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완성하였다.

 

 

리슨 감독이 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그가 해양학자 친구와 함께 해양 쓰레기 문제를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서핑할 때 다리에 감기는 비닐봉지, 바닷가 미역 줄기에 걸린 플라스틱 조각, 잠수했다 하면 바위에 엉킨 낚싯줄과 그물, 그동안은 이게 왜 안 보였을까?”라면서 “일회용 플라스틱이 너무나 편리하고 내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어서 보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리슨 감독이 탐사했던 북태평양에서는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 우리말로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을를 볼 수 있다. GPGP는 1997년에 처음 발견되었는데, 하와이섬 북동쪽으로 1,600km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말한다.

 

육지의 모든 강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 결국에는 바다로 흘러든다. 강물에 떠서 바다로 유입된 부유성 쓰레기들이 원형 순환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아 북태평양에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었다. ​북태평양뿐만 아니라 대서양, 인도양, 북극해 등에도 쓰레기 섬이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 북태평양 쓰레기 섬의 면적이 가장 크다고 한다. 이러한 바다 쓰레기섬의 90%가 플라스틱이다.

 

북태평양의 쓰레기섬은 우리나라에서도 소개된 바 있다. ‘신비한 TV 서프라이즈’에서 2009년 12월 6일 “죽음의 재앙”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으며, 2011년 6월 1일에는 KBS에서 “플라스틱, 바다를 점령하다”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최근에는 2019년 9월 19일 KBS 스페셜에서 “북태평양 쓰레기 지대를 가다”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다. 또 2020년 11월 방영된 JTBC ‘차이나는 클라스’ <바람에 의한 해류로 수많은 쓰레기가 모인 거대한 'GPGP (쓰레기 섬)>에서도 자세한 소개가 있었다.

 

 

비영리 연구단체 오션클린업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 3월 GPGP 쓰레기양은 초대형 여객기 500대와 비슷한 8만 톤에 이르고, 약 1조8,000억 개의 플라스틱이 있다. 이 쓰레기섬의 면적은 남한 면적의 15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음식 배달 서비스와 온라인 쇼핑이 증가하여 전 세계 쓰레기 발생량이 급격하게 늘었으므로 이 쓰레기섬의 면적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은 해양생물 종의 88%가 플라스틱 쓰레기의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다큐 영화를 보면 죽은 바닷새 몸에서 245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 2010년 브라질 해안에서 발견된 죽은 바다거북에서는 5mm 이상 플라스틱만 3,575개가 나왔다.

 

전 세계 환경운동가들은 해양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 해양의 날인 2017년 6월 8일 UN에 GPGP를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는데, 5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UN에서 하나의 정식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명확한 국경, 정부 수립, 인구, 네트워크의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쓰레기 섬은 LA와 하와이섬 사이 명확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쓰레기 국가 정부 수립을 위하여 007의 여배우 주디 덴치가 나라의 여왕을 맡았고, 프로 레슬러 존시나가 국방부 장관을 맡았다고 한다. 인구 여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시민을 모집하자 미국의 전 부통령인 앨 고어가 첫 시민을 신청했고, 이어서 모두 20만 명 이상의 시민이 모집되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미디어 기업 라드 바이블(LAD Bible)을 활용하여 국가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한다.

 

유엔 총회에서 이 안건을 심의하였는데, 아주 창의적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유도하였다며 GPGP를 정식 국가로 승인하였다. GPGP는 ‘쓰레기 섬나라 (The Trash Isle)’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쓰레기 섬나라의 공식 통화로 Debris(쓰레기 파편이라는 뜻)가 고안되었는데, 이 화폐에는 쓰레기 때문에 고통받는 고래, 거북이, 물개 등이 등장한다. 또한 쓰레기 국가의 국기, 여권, 공식 우표가 존재하며, 누구라도 쓰레기 섬을 방문하게 된다면 여권 도장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골칫거리 섬나라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섬나라의 영토는 나날이 넓어지고 있어서 당장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쓰레기 섬나라는 한 나라의 영해가 아니라서 특정국가에 쓰레기 처리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다. 현재 네델란드의 비영리 단체인 ‘오션 클린업 (The Ocean Cleanup)’이 태평양 쓰레기를 수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여러 다국적 기업에서 이 단체를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기아자동차가,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차량 생산에 재활용하는 방안을 2022년부터 연구 중이다. 2021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미국이 예산을 투입해서 GPGP를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누가 나서서 이 쓰레기 섬나라를 지도에서 지워야 하나? UN에서 승인한 이 섬나라를 없애기 위해서는 UN이 나서야 마땅하지 않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