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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원의 우리문화책방

한글이 우수한 열두 가지 까닭

《한글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열두 가지 이유》, 노은주 글ㆍ그림, 단비어린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한글은 어떤 점이 우수할까?

일상에서 늘 쓰는 한글이지만, 한국인이라도 막상 이 질문을 받으면 서너 개도 말하기 어렵다. 배우기 쉽고 소리내기도 쉬운데, ‘뭔가 머리로는 아는데 말로 설명이 안 되는’ 느낌이다.

 

이 책, 《한글이 우수할 수밖에 없는 열두 가지 이유》를 보고 나면 그 까닭을 열두 개나 말할 수 있게 된다. 한글의 우수함을 어린이들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작가가 정성스럽게 만든 이 그림책은, 우수한 것은 알지만 왜 우수한지 선뜻 말하지 못했던 어른들에게도 꽤 유용한 책이다.

 

 

한글이 우수한 까닭은 첫째, 세종 대왕이 만든 글자다. 세종대왕이 백성들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든 우리 글자, 그것이 바로 한글이다. 전 세계의 많은 글자 가운데 임금이 백성을 위해 직접 만든 글자는 한글밖에 없다.

 

둘째, 누가 언제 만들었는지 정확하게 아는 글자다. 알파벳이나 한자, 다른 나라의 글자는 처음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정확한 기록이 없다. 그러나 한글은 세종대왕이 1443년에 창제하고, 2년 9개월의 검증 기간을 거쳐 1446년에 만백성에게 반포한 것이 명확한 기록으로 남아있다. 한글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창제자, 창제 동기, 창제 원리가 기록으로 남아있는 글자다.

 

셋째, 누구나 쉽게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 한자를 사용하려면 적어도 1,000자를 외워야 하고, 능숙하게 구사하려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약 5만여 자 가운데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5,000여 자를 외워야 한다. 한글은 소리글자일 뿐만 아니라 모음 10자, 자음 14자만 배우면 비교적 쉽게 조합해서 쓸 수 있고, 알파벳과 달리 대문자와 소문자도 없어 훨씬 외우기 쉽다.

 

넷째, 세상의 많은 소리를 글자로 적을 수 있다. 영어의 경우 표현할 수 있는 모음이 ‘A, E, I, O, U’의 다섯 개지만 한글은 기본 모음 10개에 10여 개의 복모음까지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알파벳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수백 개지만, 한글 24자로는 1만 1,000여 개의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 일본어는 약 300개, 한자는 400여 개 정도다.

 

다섯째, 감정과 느낌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음감이나 어감도 뛰어난 데다,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워낙 넓어 외국어로 번역이 어려울 때도 있다. 노란색을 표현할 때도 ‘노릇노릇하다’, ‘노르스름하다’, ‘노리끼리하다’ 등 수많은 변용이 가능하다.

 

여섯째, 한글은 과학적인 글자다. 자음과 모음으로 되어 있고, 자음은 사람의 발음 기관을 본떠서 만들었다. 24개의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무한에 가까운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글자를 세로로 적을 수도, 가로로 적을 수도 있다. 한 부호가 하나의 소리만을 대표하는 ‘1자 1음’의 문자 체계로 되어 있어 체계성이 뚜렷하다.

 

일곱째, 철학이 담긴 글자다. 한글은 우리 문화의 깊은 뿌리 중 하나인 ‘음양오행’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한글의 기본 형태는 천(天), 지(地), 인(人), 원(圓), 방(方), 각(角)의 형태로 나누어지는데 ‘천, 지, 인’은 ‘하늘과 땅과 사람’이 세상의 중요한 요소라는 철학을 담았다.

 

어덟째,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글자다. 다른 외국어를 모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만들어 재밌는 표현이 많으며, 누구나 자신만의 생각을 독창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궁무진한 창의성을 지녔다.

 

아홉째, 미래 사회에 딱 맞는 글자다. 중국어나 일본어는 컴퓨터 자판에 입력할 때 음과 뜻을 일일이 따로 바꿔서 입력해야 하지만 한글은 하나의 모음이 하나의 소리를 내는 덕분에 입력하는 즉시 바로 기록할 수 있다. 언어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한글은 문자 구성과 전달 속도가 영어의 3배, 중국어의 8배, 일본어의 5배라고 한다.

 

열 번째,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문자다. 유네스코에서는 1989년 ‘세종대왕상’을 만들어 해마다 인류의 문맹률을 낮추는 데 노력한 단체나 개인에게 주고 있다. 한글은 세계의 유명한 기관과 학자들도 우수하다고 인정한 글자이며, 한글을 제2외국어로 채택한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

 

열한 번째, 우리나라의 위대한 유산이자 자랑스러운 보물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해설서로 가지고 있다. 이 책이 1940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될 때까지 한글의 창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전 세계에 이렇게 창제 원리를 밝힌 책이 남아있는 문자는 한글밖에 없기에, 《훈민정음 해례본》은 1997년 10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 속 정인지가 쓴 <서문>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비로소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 간략하게 예의(例義)를 들어 보이시고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지으셨다. 이 28글자를 가지고도 전환이 무궁하여 간단하고도 요긴하고 정(精)하고도 통하는 까닭에, 슬기로운 사람은 하루아침을 마치기도 전에 (이를) 깨우치고,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다.

 

열두 번째,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지켜 낸 글자다. 한글은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문을 공부하고 익힌 양반들이 한글을 여성이나 천민이 쓰는 문자라며 ‘암글’ 또는 ‘언문’으로 낮춰 부르기도 했고, 1504년 조선 10대 임금 연산군은 자신을 비난하는 한글 투서가 발견되자 한글 금지령을 내리고 한글로 쓴 책들을 모조리 불태우기도 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도 한글은 조선어 교육 폐지와 조선어 말살 정책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이런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 오늘날에도 한글은 우리 문화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자로 우리 곁에 있다. 한 글자가 가지는 생명력 자체가 그 글자의 우수성과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장장 육백 년이 넘는 기간 동안 면면히 이어져 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다.

 

이 책을 읽은 이라면, 이제 한글이 우수한 까닭 대여섯 가지는 술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한글이 우수한 까닭을 열두 가지로 나누기 위해 글의 호흡이 조금 길어진 느낌은 있지만, 한글의 좋은 점을 다시 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책이라 일독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