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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동해 끼고 솟은 산, 금강산이 분명쿠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1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춘천 시립국악단의 류지선, 최은영, 박희린, 이현진, 왕희림 등 5명의 출연자가 합창으로 <관동팔경(關東八景)>을 불렀다고 이야기하였다. 관동의 8경이란 총석정(叢石亭), 삼일포(三日浦), 청간정(淸澗亭), 낙산사(洛山寺), 경포대(鏡浦臺) 죽서루(竹西樓), 망양정(望洋亭), 그리고 월송정(越松亭) 또는 시중대(侍中臺)로 박헌봉이 가사를 짓고, 벽파 이창배가 서도(西道)식 창법으로 곡을 지어 세상에 내놓았으나, 이 노래는 생각 밖으로 세상에 널리 확산하지 못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창단 두 번째 정기공연의 시작은 <관동의 팔경>, 곧 강원도의 소리로 시작했다는 점이 참신하다. 또한 거의 단절된 노래를 찾아 단아하게 연출했다는 그 자체로도 공연의 성공은 이미 예고되었다.

 

이 노래는 가사의 내용이 지역의 특성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을 뿐 아니라, 곡조 또한 특유의 창법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를 배운 소리꾼들이 극소수에 지나지 않고, 그들의 공개 발표회에 이 노래를 포함하지 않아 아쉽게 생각해 오던 차였다. 그런데 이번에 춘천시립 국악단 이유라 감독의 지도와 연출로 무대에 올리게 되어 여간 반갑고 또한 다행하게 생각되었다.

 

동 시립국악단은 감독 1인과 5인의 상임단원으로 창단되었다는 외형상의 모습에서 그 시작은 다소 미약한 듯 보이나, 점차 유능한 단원들을 뽑아 늘려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의 공연 이름이 《순수(純粹)》인 것처럼, 이번 발표회는 강원도 지역의 대표적인 민요들과 경기 그리고 서도지방의 다양한 전통 민요들이 입창(立唱)의 형태, 또는 좌창(坐唱)의 형태로 다양하게 선을 보이게 되어 시종일관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정소영, 김서연의 춤이 찬조출연으로 이어진 다음에 류지선, 최은영, 박희린, 이현진, 왕희림 등 5인의 단원이 목청을 다듬어 부른 <금강산타령>이 또한 일품이었다. 이 노래는 느직한 도드리장단에 얹어 부르는 서울의 긴잡가 형태의 좌창에 속하나, 마지막 악절에서 <노랫가락>으로 변화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 특이한 형식의 노래다. 일제강점기 최정식 명창이 지어 부른 노래로 알려져 있으며 비교적 경기소리꾼들에 의해 꾸준하게 불리고 있는 노래다.

 

<금강산타령>의 가사 내용은 제목에서도 짐작이 되듯,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 금강산의 경관을 노래하고 있는데, 주로 봄철에는 <금강>, 여름에는 <봉래>, 가을에는 <풍악>, 겨울에는 <개골> 등의 다양한 이름이 있다는 점으로도 금강산의 다양한 경관을 짐작할 수 있다.

 

참고로 <금강산 타령>의 노랫말 1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천하명산 어드메뇨, 천하명산 구경 갈 제, 동해 끼고 솟은 산이,

일만 이천 봉우리가 구름같이 벌였으니 금강산이 분명쿠나.”

 

시립국악단 5명의 젊은 단원들은 호흡의 일치를 보이며 그동안 연습해 온 그대로 강약의 조화 속에 가락을 이어간다. 고저의 가락들은 다양한 시김새를 동반하며 단아하게 흘러가고 있다. 5명의 제창이건만, 마치 한 사람이 부르듯 호흡의 일치를 보여 주면서 그동안의 연습과정을 유감없이 들어내 주었다. 젊은 소리꾼들을 격려하는 객석의 박수가 한동안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이어지는 순서는 <정선아리랑>, <한오백년>, <강원도아리랑>, <신고산타령>, <궁초댕기> 등 강원도와 함경도 지방의 민요연곡이었다. 이들 지방의 독특한 소리를 학계에서는 동부 민요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의 소리를 메나리토리라고 부르는데, 그 특징은 하행하거나 끝나는 형태의 선율이 라-솔-미 형, 곧 2도에서 다시 단3도로 떨어져 하행하는 형태의 노래들이다.

 

이들 민요 연곡은 강원도 출신의 민요 명창들인 최수정, 함영선, 채수현 등 세 젊은 명창들의 시원하면서도 구성진 소리로 이어졌다. 최수정은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로 경기소리 앙상블 <모해>의 대표며, 함영선은 춘향국악대전 민요부 대상을 받은 명창으로 현재 《경기시나위 오케스트라》의 수석단원이다. 그리고 채수현 역시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이면서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리꾼이다. 이들은 강원도 이유라 명창의 제자들로 정기공연을 특별 지원하기 위해 고향의 악단을 찾아왔다고 한다.

 

춘천시립국악단 상임단원들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독창의 순서로 이어졌다. 먼저, 서도소리의 류지선 단원이 등장하여 서도소리의 대표적인 민요, <산염불>, <자진염불>, <연평도 난봉가> 등을 불렀다.

 

류지선은 국가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자이면서 평안남도 무형문화재 <항두계놀이>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소리꾼이다. 제3회 장월중선 대회 명창부 대상, 국립국악원 국악경연대회 수상, 제19회 강원소리 경연대회 명창부 대상, 등을 수상한 서도소리 차세대 명창이다.

 

 

 

어린 나이에 유지숙 명창을 만나 20년 넘도록 서도소리를 공부해 오고 있는데, 그는 특히 서도의 <수심가>를 좋아한다. 부르면 부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더 배우고 싶어지는 매력적인 곡이며 서도소리의 깊이와 멋을 알 수 있다는 까닭에서라고 하는 것이다.

 

그 뒤로 최은영의 <긴 아리랑>, 이현진의 <노랫가락>, 박희린의 <창부타령>, 왕희림의 <태평가>, 등이 이어졌다. 최은영은 중학교 때부터 이유라 명창에게 민요공부를 시작, 지금까지도 강원소리와 경기민요를 공부하고 있는 소리꾼이다.

 

그가 부른 경기민요, <긴 아리랑>이란 어떤 노래인가?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