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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에 파고드는 '오마카세' 열풍

맛있는 일본이야기 < 681 >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시즈오카현 이즈반도(伊豆半島)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어제 라인(한국의 카톡처럼 일본인들이 주로 쓰는 것)이 하나 날라왔다. 30년 지기인 이 친구는 이삼일 걸러 소소한 일상의 모습들을 사진으로 보내오기도 하고 어제처럼 ‘한국과 관련된 뉴스’를 보내오기도 한다. 열어보니 ‘한국의 오마카세 열풍’이라는 주제의 뉴스였다. 요점은 “일본에서는 보통 음식점인데 한국에서는 고급음식으로 둔갑(?) 되었고 특히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며 값도 비싼 음식점”이라는 내용이었다.

 

한국에서 고급음식점(?)으로 통하고 있다는 ‘오카마세’의 어원을 살펴보자. 이 말은 원래 마카세루 (任せる·委せる: まかせる)라는 동사에서 나온 말인데 "1.(추세에) 맡기다 2.(있는) 대로 …하다 3.(일 등을 남에게) 맡기다 4.일임하다" 라는 뜻을 지닌다. 이 말이 ‘오마카세(おまかせ)’ 라는 명사화가 되어버리면 일본에서는 재미난 뜻이 된다.

 

 

야후제팬 검색창에 일본어로 ‘おまかせ(오마카세)’를 입력해보니, 빵봉지, 팬티 셋트 등 다양한 이미지가 뜬다. 이 사진에서 ‘오마카세’는 ‘마음대로 골라 담기’라고 봐야한다. 한국에서 처럼  유행하는 음식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오마카세 요리를 처음 접한 것은 도쿄 시부야에 있는 국립요요기경기장(国立代々木競技場) 뒤편의 한 식당에서였다. 한 30년쯤 전의 일이라 지금도 그 식당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그 식당의 차림표에 ‘오마카세’라고 되어 있어서 동행했던 일본인 지인에게 ‘무슨요리냐?’고 물은 적이 있다.

 

지인은 “그날의 재료에 따라 주방장이 만들어 주는 요리로 생선의 경우 그날 가장 많이 나오고 질 좋은 생선을 사다가 조리 역시 주방장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기는 방법으로 만들어 주는 요리”라고 했다. 그날 이후로 일본 식당에 가면 ‘오마카세’를 기대반 호기심 반으로 시켜먹던 기억이 난다.

 

음식점에서 오마카세라고 하면 그날그날 주방장의 취향에 따라 나오는 것을 말함이고, 빵집이라면 봉지에 담아놓은 빵이 아니라 스스로 먹고 싶은 빵을 고르는 것이 빵집의 오마카세다. 그런가 하면 앞서 말한 속옷 가게의 팬티 역시 오마카세로 살 수 있다.

 

 

그러한 일본말 ‘오마카세’가 어느 틈엔가 한국에 상륙하여, ‘비싸고 고급스런 음식’ 또는 그러한 것을 파는 ‘음식점’으로 변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흥미로웠는지 시모다의 지인은 ‘한국에서 오마카세 음식점이 크게 인기가 있다는 데 가보았느냐’라면서 기사를 보내왔다.  필자가 아직 못가봐서  주변의 젊은 친구들에게 ‘오마카세 음식점’에 가보았느냐고 물으니 스시 오마카세, 한우 오마카세 같은 집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스시 오마카세의 경우 광어, 참치, 전복 등 주방장이 엄선한 회를 내놓고 있으며, 한우 오마카세의 경우도 안창살, 우설, 차돌박이, 등심 등 소고기의 각종 부위를 먹을 수 있어 좋단다. 다만 ‘값이 비싼게 흠’이라고 전한다. 하지만 좋은 재료의 음식이란 원래 비싼 것을 각오해야 한다. 이제 슬슬 ‘오마카세’ 요리가 우리 동네에도 그 이름 그대로 달고 들어 올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음식과 관련한 비슷한 말로, 통영의 다찌를 들 수 있다. 통영의 ‘식당에서 이른바 ‘다찌’를 시키면 상다리가 부러지게 나온다.  이 말의 어원도 일본어다. 이 말의 어원은 ‘다찌노미(立飲み)’로 ‘노미’를 떼고 ‘다찌’만을 살려 쓰고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일본말 ‘다찌노미’는 선 채로 술이나 음식 등을 먹는 것을 가리키는 것으로 역전에서 우동을 사 먹는다든가 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음식이나 술을 서서 먹는다는 것은 대충 먹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다찌나 오마카세 등이 새로운 음식문화로 자리잡아가는 것을 두고 '우려'까지는 할 필요가 없지만  '오니기리'를 삼각김밥이라고 부르고, '이지메'를 왕따라고 부르는 것처럼 무언가 우리말로 바꿔 부를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이 아침에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