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2 (수)

  • 구름많음동두천 22.4℃
  • 구름많음강릉 23.7℃
  • 맑음서울 24.0℃
  • 구름많음대전 24.7℃
  • 구름많음대구 23.5℃
  • 구름조금울산 24.7℃
  • 구름많음광주 25.8℃
  • 구름조금부산 27.9℃
  • 구름조금고창 26.8℃
  • 구름조금제주 27.7℃
  • 구름조금강화 23.1℃
  • 구름많음보은 23.4℃
  • 구름많음금산 24.8℃
  • 구름많음강진군 25.9℃
  • 구름많음경주시 24.7℃
  • 맑음거제 25.1℃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김준수ㆍ유태평양의 찰떡 호흡, 객석이 자지러지다

판소리의 새로운 형식으로 걸작 <절창Ⅰ> 탄생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범피중류 둥덩둥덩 떠나간다

망망한 창해이며 탕탕한 물결이로구나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만 돌아든다

 

판소리 <수궁가>의 백미로 꼽히는 ‘범피중류’를 유태평양이 혼신을 다해 소리한다. 어제 4월 2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는 김준수ㆍ유태평양의 국립창극단 <절창Ⅰ> 공연이 열렸다. 객석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귀명창들은 달오름극장을 꽉 메웠다. 젊은 소리꾼의 참신한 소리판을 표방한 국립창극단 기획 시리즈인데다 요즘 소리판을 들었다 놨다 하는 김준수ㆍ유태평양의 공연이기에 사람들의 큰 관심을 끌은 모양이다. 28일(금요일) 공연은 일찍 매진될 정도였다는 국립극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통의 판소리 무대를 생각하던 사람들은 이 공연에 깜짝 놀란다. 소리ㆍ아니리ㆍ발림을 적절히 섞어 고수의 반주에 맞춰 홀로 소리를 하던 모습이 아니기에 말이다. 두 소리꾼이 역할에 따라 소리를 나눠 부르는 분창(分唱)만이 아니라 판소리 장단에 맞춰 가사를 주고받는 등 입체창의 다양한 방식으로 합을 맞춘다. 입담 좋기로 소문난 두 소리꾼의 재담, 창극 배우로서 쌓아온 연기와 춤을 바탕으로 한 역할극을 선보였다

 

판소리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두 소리꾼의 고민도 엿볼 수 있는데 어려운 한자말로 된 원전의 사설을 전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대어로 풀어 그 의미를 직관적으로 전달하는 모습으로 관객과 하나가 됐다. 또 순간순간 두 소리꾼이 주고받는 소리와 아니리는 소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재치 있는 입담으로 객석을 자지러지게 만든다.

 

 

 

유태평양이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유도하긴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관객들은 소리와 아니리에 매료돼서 그 누구랄 것도 없이 추임새는 물론 큰 웃음소리와 손뼉으로 소리꾼과 하나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전통적인 소리판에서의 추임새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유태평양은 공연 도중 염계달 선생의 경드름제를 즉석에서 설명한 다음 토끼가 욕하는 대목을 염계달 선생의 경드름제로 불러 청중들에게 판소리 공부를 하게 한다. 염계달 선생은 물론 경드름제란 이름을 처음 들은 청중들은 신선한 경험을 한다.

 

<절창Ⅰ> 공연은 반주 형식에도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소리판에서는 고수의 북소리만 들렸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조용수 고수의 북 뿐만이 아니라 나발 그리고 최영훈의 거문고ㆍ전계열의 타악ㆍ박계전의 생황이 함께 하여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진일보했다. 특히 국악 공연장에서도 자주 볼 수 없는 생황의 등장은 획기적이었다. 순간순간 북장단 없이 생황으로만 반주하는 소리는 청중들에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유태평양은 멧돼지가 호랑이에게 불려나가는 발림을 고수에게 순간 요구하여 조용수 고수가 곧바로 북채를 놓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어그적 어그적 걷는 모습은 청중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소리판은 소리꾼과 고수 그리고 청중이 하나 된다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진일보한 모습이었다.

 

김준수ㆍ유태평양은 이미 ‘국악계 아이돌’이라고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번 공연으로 그들의 진가는 더욱 돋보일 것임을 짐작하고 남게 만든다.

 

 

강남구 일원동에서 왔다는 청중 서정미(47, 회사원) 씨는 “판소리를 좋아해서 소리판을 자주 다니지만 이번 공연은 전통적인 소리판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입담 좋은 두 소리꾼이 환상 호흡으로 청중을 꼼짝 못 하게 한 것은 압권이었다. 또 북 반주만이 아니라 생황, 거문고가 등장해서 소리판을 더욱 풍성하게 한 것도 칭찬해주고 싶다. 다만 두 천재 소리꾼의 사설이 명쾌하게 들리지 않은 순간이 좀 있어 아쉽기는 하다.”라고 공연을 본 소감을 말했다.

 

코로나19의 비대면 상황에서 해제돼 객석을 꽉 메운 2023년 봄날 밤 달오름극장은 김준수ㆍ유태평양의 소리와 청중들의 끊임없는 추임새는 공연장 밖 흐드러지게 핀 꽃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