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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유쾌한 창극,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셰익스피어 대표 희극, 창극으로 재탄생
국립극장, 연출 이성열, 극본 김은성, 작창 한승석, 작곡 원일의 만남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은선)은 6월 8일(목)부터 6월 11일(일)까지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을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으로 각색하고, 우리 고유의 언어와 소리로 풀어낸 작품이다. 깊이 있는 인문학적 소양을 기반으로 밀도 높은 작품을 선보여 온 이성열이 연출하고, 고전을 지금의 이야기로 치환하는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 김은성이 첫 창극 극본을 쓴다. 음악은 창극 <귀토>, <리어> 등에 참여한 한승석이 작창하고, 대종상 영화제 음악상을 네 차례 수상한 원일이 작곡한다.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극ㆍ영화ㆍ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온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을 동시대적 감수성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극본을 맡은 김은성 작가는 원작이 지닌 시대 배경과 종교적ㆍ인종적 편견을 과감하게 거둬내고, 사랑과 정의, 자비와 우정 등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값어치에 초점을 맞춰 재창작했다.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지도자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바꿨다. 또한, 주도적인 여성 캐릭터를 설정해 원작 속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요소를 정제하고, 현대 법정과 같이 법관과 변호사의 역할을 세분화하는 등 지금 관객이 공감할 수 있게 각색했다.

 

독점적 대자본에 대항하는 젊은 소상인들의 이야기로 탈바꿈한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은 2017년 창극 <산불>에 이어 국립창극단과 두 번째 호흡을 맞추는 이성열이 연출한다. 이성열은 이번 작품에서 세대 사이, 계층 간 갈등이 벌어지는 가운데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빚어내는 희망을 그린다. 이성열은 “원작 제목에 ‘들’을 붙여 베니스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젊은 상인들이 진취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부각하고자 했다”라며 “공동체적 연대와 희망에 중점을 두면서도 원작의 희극성을 살려 낭만적이고 유쾌한 창극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작이 지닌 희극성은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우리 소리와 만나 극대화된다. 작창가 한승석은 다양한 장단과 음계ㆍ시김새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역대 창극단 작품 가운데 최다의 62개 곡으로 이야기 사이사이를 촘촘히 채운다. 2004년 이후 19년 만에 국립창극단의 창극 작곡을 맡은 원일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16인조 구성의 음악과 전자음악을 조합해 작품의 몰입을 끌어올린다. 아이리쉬 휘슬, 마림바 등을 활용해 생동하는 베니스와 이국적인 벨몬트의 분위기를 배가할 예정이다. 여기에 개성 있는 움직임으로 정평 난 안무가 이경은이 합세해 다채로운 군무로 관객의 흥을 돋운다.

 

무대는 사랑과 자유가 충만한 환상의 섬 ‘벨몬트’와 냉혹한 법이 지배하는 현실의 ‘베니스’가 극명하게 대비되도록 꾸며진다. 제31회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무대미술가 이태섭을 필두로, 연극 <화전가>, <썬샤인의 전사들>의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전통한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의상디자이너 차이킴(김영진) 등이 합세해 볼거리가 풍성한 무대 미학을 완성한다.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울 약 3만 송이의 꽃과 6m 길이의 거대한 범선, 인도의 전통의상 ‘사리’에서 영감을 받은 화려한 의상이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품을 이끄는 안토니오와 샤일록 역에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배우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각각 배역됐다. 벨몬트의 주인이자 지혜로운 여인 포샤는 민은경이,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바사니오는 김수인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소피아ㆍ루치오ㆍ토마소 등 평범한 이들의 강한 생활력을 표현하는 캐릭터들이 새롭게 등장해 작품의 생동감을 불어넣는 가운데, 국립창극단 전 단원을 포함한 모두 48명 출연진이 시원한 소리와 익살스러운 연기로 한바탕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