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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제17회 과천경창대회 장원 장은숙 명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62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이제까지 임방울 대회에서 최고상을 받은 이경아 명창에 관한 이야기를 해 왔다. 그를 통해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환경>이 장래를 결정짓게 되는 주요 변곡점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하나, 국악계에서 상 받은 사람들에게 흔히 하는 무서운 말로 ‘저 친구, 상 받고 소리 줄었다.’, ‘저 사람, 상 받은 거 맞아?’라는 비아냥은 호된 질타의 말이라는 이야기도 하였다. 간혹 소리꾼에게 내려지는 대상(大賞)이 소리길 종착역으로 생각하기도 쉬우나, 그 앞길이 층층이란 것을 알고 발표회를 꾸준히 해 오고 있는 사람은 현명한 소리꾼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이번 주에는 2023년 4월 29(토), 〈한국경기소리보존회-대표, 임정란 예능보유자〉가 주관하는 제17회 과천 〈전국경기소리경창대회〉관련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경기도는 도내 무형문화재로 <경기소리>를 지정하고 그 예능보유자로 임정란 명창을 인정하여 경기소리의 전승을 올곧게 이어오고 있다. 보존회의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가, 유능한 신인을 발굴하기 위해 전국적인 경창대회(이하, 과천 대회)를 해마다 열어 오고 있는 사업인데, 올해로 17회를 맞이한 것이다.

 

과천 대회는 나이와 연마 수준에 맞게 학생부, 일반부, 명창부로 구분해서 수상자를 결정하고 있다. 학생부는 초, 중,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명창부는 전문가 수준, 그 밖에는 일반부에 포함된다. 과천 대회뿐만이 아니다. 봄, 가을에는 전국적으로 국악 관련 경연대회가 대학이나 전문기관, 협회, 보존회의 이름으로 100개 이상의 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경연대회 관련하여 재미있는 현상도 나타난다. 그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는 참가자 수가 적으면 권위가 없는 대회로 평가하고, 반대로 참가자가 몰리면 권위가 높다고 판단하는, 어처구니없는 마치, 보여주기식의 행정적 시각이다.

 

 

왜 출전자의 수가 많으면 권위 있는 대회처럼 인식이 되는 것일까?

 

이러한 인식이 우리의 허세를 반증하고 있어서 씁쓸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신문이나 방송 홍보를 잘하고, 관련자들이 부지런히 뛰어다니면 출전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일을 쉽게 하려면, 곧 출전자들이 많이 몰려들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상장의 훈격을 높이거나, 그 숫자를 확대하면 되고, 더 쉽게는 상금을 올려서 참가자 대부분이 상금과 상장을 받아 갈 수 있도록 준비한다면 출전자들이 몰릴 것이다.

 

더 나아가 참가자 누구에게나 참가비를 지원하고, 숙식을 해결해 주며 거액의 상금을 제시한다면 대회는 참가자들로 넘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회의 권위가 저절로 세워지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 대회에서 대상이 아닌 입상을 해도 그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들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로 나는 <과천 전국경기소리 경창대회>를 들고 싶다.

 

무슨 까닭인가? 대부분의 대회에서는 경연시간이 출전자의 수, 장소의 조건, 심사위원들의 의견 등을 고려하여 정해지는데, 요강에는 10분으로 정해 놓고 있으나, 대부분은 4~5분 이내, 또는 7분 이내가 일반적이다. 또 실제 분야에 따라서는 시간을 달리 정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과천대회는 ‘학생부’와 ‘명창부’ 본선에서 경기 12좌창 가운데 1곡을 완창(完唱)한다는, 곧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야 한다는 조건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이 점은 주최자의 주관적 판단이며 실행이어서 일부 갑론을박의 여지를 남기고는 있으나, 이제까지 흔들림 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도 해마다 출전자들이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해 왔다는 점이 그의 판단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판소리와는 달리, 경기 12 좌창은 단정하게 앉아서 모두 움직임 없이 부르는 소리다. 12곡의 연창 시간도 따로따로여서 짧은 악곡은 7~8분에 부를 수도 있고, 10분 안팎도 있으며 긴 것은 17~8분 소요되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학생부 참가자의 수가 예년에 견줘 적고, 전반적인 기량, 또한 예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이 주최자, 심사위원, 그리고 이를 지켜 본 전문 예술인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학생들의 참여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사회문제여서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하겠다.

 

이번 과천대회에서 영예의 대상은 <적벽가>를 부른 장은숙 명창이 차지했다. 4번째 도전 끝에 성공한 장 명창은 시상식을 마치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심사위원 선생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대회를 준비해 오면서 하루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모두 연습에 매진했어요. 특히, 적벽가는 12잡가 가운데 가장 긴소리로 가사 또한, 비슷해서 자칫 잘못하면 돌 수도 있는 곡이기에 그 어떠한 연습보다도 가사에 신경을 썼지요. 자면서도 무의식 속에서 가사를 외우고, 노래할 정도로 연습했더니,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타나 기쁩니다. 평소 지도해 주신 이유라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가정에 소홀함에도, 아끼고 도와주신 어머님, 그리고 남편과 딸에게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