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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미래세대에 원전이 아닌 안전을 물려주자

시민운동이 열매 맺은 탈원전 독일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88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2023년 4월 15일 자정 독일의 네카베스트하임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이로써 1969년부터 54년 동안 원전 36기에서 전기를 공급받던 독일은 탈원전의 새 이정표를 세웠다. 독일의 탈원전은 정치인의 공적이라기보다는 50년 동안 꾸준히 원전을 반대한 시민운동의 결실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1973년 1차 ‘오일쇼크’ 때 서독(당시는 독일 통일 이전)에서 원자력 발전소는 에너지 주권을 위한 상징이 되었다. 1974년에 서독 경제부는 1985년까지 원전 50기를 새로 짓고 전력의 50%를 원전으로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974년에 프라이부르크 인근 새로운 원전 부지 주변 주민들이 처음으로 원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1976년 독일 북부 브로크도르프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약 3만 명이 원전 반대 시위를 벌였다. 1979년 3월에 발생한 미국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를 계기로 독일 시민들은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기 시작하였다.

 

197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소련과 핵무기 감축 협상을 진행하면서 서독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동독과 대치하고 있던 서독 시민들에게 핵전쟁은 현실적인 위협이었다.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무기의 놀라운 파괴력은 널리 알려져 있었다. 환경운동가인 페트라 켈리는 30만 명이 참석한 시위 연설에서 “원전 건설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되어 있다”라면서 독일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로 원전과 핵무기를 규탄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1980년에 녹색당이 창당되었다. 녹색당은 하일리히 뵐(1972년 노벨문학상 수상)과 헬무트 골비처(루터교 신학자) 그리고 페트라 켈리 등의 주도로 만들어졌다. 녹색당은 창당되자마자 총선에서 1.5%를 득표하였다. 반핵 운동에 동참하는 시민들은 점점 늘어났다. 곳곳에서 시민들은 반핵 모임을 결성하고 선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연방의회에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려면 최소 5%의 지지율을 얻어야 한다. 녹색당은 지방선거에서 계속해서 의석을 확보하다가 1983년에 5.6%를 득표하여 창당 4년 만에 연방의회에 진출하였다.

 

1986년에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독일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방사능 낙진으로 목초가 오염되고 우유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자 분유를 폐기처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체르노빌의 여파로 탈원전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던 녹색당의 득표율이 1987년 지방선거에서는 8.3%까지 올라갔다. 1998년 총선에서는 녹색당이 6.7%를 득표하여 사민당과 손을 잡고 연방 정부를 구성하였다. 연립 여당이 된 녹색당의 역할에 힘입어 독일 정부는 2002년에 원전 폐쇄 정책을 발표하였다.

 

 

중간에 메르켈 2기 정부는 2010년 원전 폐쇄 정책을 철회하고 원전 사용 기한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반핵 시위가 일어났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여론이 급격히 바뀌었다. 기민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녹색당의 지지율이 유례없이 높아졌다. 녹색당은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 3월 27일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선거에서는 녹색당 주지사가 당선되고 녹색당이 다수당이 되었다.

 

정치적인 압박을 받은 메르켈 정부는 2011년 5월 탈핵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독일 정부는 2022년 말까지 단계적으로 모든 원전(36기)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탈핵 여론의 지지는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남은 원전 3기의 폐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래는 2022년 12월 31일까지 원전을 모두 폐쇄할 계획이었으나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의 가스 공급에 차질이 생기자 독일 정부는 2023년 4월 15일까지 폐쇄를 연장하였다. 폐쇄 연장이 발표되자 대표적인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는 2022년 10월 18일, “독일도 탈원전에서 유턴... 3개 원전 전격 가동 연장”이라고 부적절한 제목을 붙인 기사를 발표하였다. 바쁜 사람이 제목만 읽으면 독일이 탈원전 정책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언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기사였다.

 

2021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이을 새 총리를 뽑는 연방 선거에서 녹색당은 14.8% 득표율을 기록해 연방의회 전체 735석 가운데 118석을 차지했다. 제3정당이 된 녹색당은 2021년 12월, 사민당 그리고 자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여 16년 만에 다시 집권당으로 정부 운영에 참여하게 됐다.

 

독일 녹색당은 현 정부에서 경제기후부 장관을 비롯하여 5개 부처에 장관을 배출했다. 사민당 출신인 숄츠 총리는 원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놀리는데 더욱더 적극적이다. 메르켈 총리 시절에 발표한 2030년까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는 65%였는데, 숄츠 총리는 목표치를 80%로 끌어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2023년 4월 15일 마지막 원전의 가동이 중단되자 그린피스나 분트 같은 환경단체는 탈원전 축하 행사를 벌였다. 녹색당 정치인들도 적극적으로 환영을 표했다. 환경장관인 슈테피 렘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자력발전소는 불의의 사고가 났을 때 위험을 통제할 수 없다”라며, “탈원전으로 독일이 더 안전해졌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베를린에서 원전 중단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도 있었다. 시위대는 원전이 독일의 번영을 지키고 자연과 기후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외쳤다. 원전에 관한 독일의 국론이 완전히 통일된 것은 아니다.

 

 

2021년 현재 독일은 전력의 42%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한다. 같은 해에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서 재생에너지는 7.5%에 불과하고 원전이 27%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연간 일조시간이 한국의 60~70%에 불과하다. 한국은 위도가 독일보다 낮아 태양에너지 이용이 유리하다. 그런데도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OECD국가들 가운데서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두고 “5년간 바보 같은 짓을 했다”라고 표현했다. 대통령의 생각이 이러하니, 산업통산자원부가 2022년 8월 30일 수정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의 원전 비중을 이전 정부에서 계획한 23.9%에서 32.8%로 높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30.2%에서 21.5%로 낮추었다, 독일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정치인은 표를 먹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처음부터 탈원전을 주장했던 것은 아니다.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탈원전을 선택한 것이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역주행을 막으려면 깨어있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행동하는 시민들이 선거와 투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2023년 현재 창당 11주년을 맞은 한국 녹색당의 당원 수는 9,400명이다. 녹색당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0.21%를 득표했다. 환경운동연합의 회비 내는 회원은 2만 5천 명에 불과하다. 독일은 어떠한가? 독일 녹색당의 당원 수는 10만 명이다. 2021년에 독일 녹색당은 연방 선거에서 14.8%를 득표했다. 가장 큰 환경단체인 분트(BUND)의 회원은 59만 명이나 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가까이서 목격하고도 우리나라 국민의 환경의식은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임박했는데도 대부분 언론에서는 태평하기만 하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에서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정치인을 탓하고 언론만을 탓할 일이 아니다. 내가 투표를 잘해야 우리나라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국민을 대변할 국회의원들을 뽑는 제22대 총선이 2024년 4월 10일로 다가왔다. 우리의 자녀와 손자들에게 어떠한 나라를 물려줄 것인지 독자 여러분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미래세대에게 원전이 아니라 안전을 물려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