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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이룬 잃은 일흔 그 집, 충현(忠峴) 2023

양윤선 사진전, 사진위주 류가헌 9월 5일부터

[우리문화신문=이한영 기자]  강남의 가장 오래된 교회인 충현교회. 충무로에서의 첫 시작이 1953년이니, 올해로 그 역사가 꼭 70년이다. 1980년대 네오고딕양식의 예배당을 짓고 역삼동으로 이주한 이래, 여러 부침의 세월을 지나 오늘에 이르렀다. 몇 세기 전 지어진 유럽의 고딕 성당들처럼 오래 길이 남을 건축을 꿈꾸었던 설계의 바람대로, 충현교회는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로 된 원뿔 모양 지붕과 뾰족한 석주들을 세우고 주변의 다른 고층건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형상으로 우뚝 솟아있다.

 

 

지어졌을 당시 충현교회가 보여준 이 서구적 풍채는 세계여행 자유화 이전의 한국인들에게 강력한 시각적 충격이었다 한다. 엄청난 크기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으로 예배당이 가득 찼던 데는 건축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내외부의 여러 문제로 교회는 힘을 잃어갔고 사람들은 떠나갔다. 건물 자체에 대해서도 중세 가톨릭의 아류 건축이라는 비판과 함께 건축가들이 뽑은 한국 최악의 건축물가운데 하나라 불리기도 하였다.

 

“지리적 위치, 커다란 예배당과 많은 교인 수의 규모로 인해서 교회라는 본질을 의심받는 ‘강남의 대형교회’라는 수식도 얻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집은 80년대 강력했던 종교 에너지가 역삼동 언덕 위에 위치 에너지로 변환되어 남아있는 그 시대의 흔적이자 기념비입니다.”

 

 

 

충현교회가 한참 지어지던 1985년에 어린 양윤선의 가족은 교회 가까이 이사를 하게 되었고, 윤선은 자연스레 ‘성과 요새처럼 보이던’ 그 교회에서 유년시절 대부분을 보냈다. 독일의 대학에서 사진 미디어를 전공하고 졸업한 뒤 정착한 그가 2019년 역삼동을 찾았을 때,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진 ‘옛 고향 동네’에 오직 교회만이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단단한 표정을 잃지 않은 채 세월의 변화를 견뎌내며 서 있었던 것이다. 양윤선이 독일과 서울에 오가며 충현교회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 그때부터다.

 

지정학적 위치부터 외관, 내부, 부분 장식과 구성물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면을 사진으로 기록해 2020년 <그 집 충현>을 전시로 선보였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낡아가는 내부 공간이 점점 옛 흔적들을 잃어가는 중이었습니다. 더 잃어버리기 전에 아직 남아있는 옛 모습들과 지금의 모습들을 기록해서 한국 기독교의 유적이자 한국 현대사의 유산을 ‘가까운 과거에 무심한’ 한국 사회에 남기고 싶었습니다.”

 

 

 

사진가로 성장한 소년이 자기 유년의 뜰에 고딕의 기둥으로 서 있던 교회를 애틋한 심정과 객관적인 시선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팬데믹의 시간을 지나면서까지 이어졌고, 그러는 사이 충현교회는 올해 9월로 70돌을 맞았다.

 

일흔의 ‘그 집 충현’이 이룬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일까, 사진으로 묻고 답을 찾는 양윤선 사진전 <이룬 잃은 일흔 _ 그 집, 충현 2023>은 9월 5일부터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린다.

문의 : 02-72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