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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선비정신 담아낸 국립무용단 <묵향>, 다시 무대에

10개 나라 돌며 43회 공연, 42,539명이 열광한 무용 한류의 시작
어제 언론 시연회 시작으로 14~1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예술감독 겸 단장 김종덕)이 대표 공연 <묵향>을 오는 12월 14일(목)부터 17일(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그에 앞서 어제 12월 13일 낮 2시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언론 시연회를 열었다. <묵향>은 2013년 초연 이후 나라 안팎 무대에서 흥행을 이어온 작품으로, 올해 10돌을 맞이한 국립극장의 대표 공연이다. 10년 동안 10개 나라에서 43회 공연하며 꾸준히 완성도를 쌓아온 <묵향>이 4년 만에 국내 관객을 다시 찾는다.

 

<묵향>은 정갈한 선비정신을 매ㆍ난ㆍ국ㆍ죽에 담아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낸 작품이다.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고 최현의 ‘군자무’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하고, 간결한 양식미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정구호 연출이 세련된 무대미학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대가 열리자 하얀 도포 차림의 남자 무용수 9명이 일렬로 늘어선다. 가슴께에 푸른 매듭 끈을 묶어 내려뜨려 마치 조선시대 선비들의  심의(深衣)를 연상케 한다.

 

배경으론 ‘묵향’이라고 붓글씨가 쓰여 있는 커다란 직사각형의 광목 4개를 늘어뜨렸다. 묵직한 그리고 정중동이 살아 있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무대를 장악한다. 마치 선비가 붓을 휘날리며 조용한 포효를 하듯 서무(序舞)를 시작했다. 우리의 전통춤은 이랬다고 하듯 굵직한 획을 긋고 있다.

 

 

 

이어  무대는 붉고 환한 매화 내음이 진동한다. 역시 진홍 저고리에 마치 달항아리를 연상케 하는 볼륨 있는 연분홍 치마 하지만, 치맛자락은 날리지 않는다. 봄이 되어 추위를 이겨내고 맨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매화처럼 수줍은 듯, 고고한 듯 여성 군무로 이어진다. 배경음악으로 맑고 청아한 정가 소리가 공연장에 가득 찬다.

 

이어서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퍼트리는 난초를 닮은 듯 보랏빛 도포 차림의 남성 무용수가 선비의 자태를 뿜어낸다. 배경으로 흐르는 가야금과 거문고 4중주의 중중모리장단은 흔히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화성을 뿜어내고 있다. 다음은 국화의 무대다. 둥근 치마폭 사이로 버선코가 살짝살짝 내비치며 세련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국화 무대의 배경음악으로 두 줄의 미학을 뽐내는 해금 산조가 그 깊이를 더해준다.

 

 

 

 

세 번째 마당은 ‘오죽(烏竹)’으로 남성 군무(群舞)가 빛을 발하는 순서다. 겨울이 되어 온갖 푸나무(식물)들은 잎이 떨어졌지만, 고고하게 푸른 잎을 자랑하는 대나무, 그 대나무 막대기로 무대 바닥을 치는 형상은 선비의 기개를 드러낸다. 그러고는 마지막 종무(終舞)의 순서로 사계절의 조화와 선비정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이치를 군무로 표현한다. 29명 전 단원의 군무는 관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배경음악으로 전통의 가야금과 서양악기 바이올린 선율이 어우러지면서 남성 군무와 여성 군무의 웅장하고 화려한 춤선이 무대를 압도한다.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 <묵향>은 관객과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2013년 초연을 한지 6달 만에 재공연을 한 것은 물론, 이듬해 세계 무대까지 진출하는 등 단숨에 국립무용단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한 공연이다. 또한, 한국무용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0년 동안 장기공연을 이어온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ㆍ홍콩ㆍ프랑스ㆍ덴마크ㆍ헝가리ㆍ세르비아 등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공연하며 전통의 세계화를 이끈 성공적 사례로도 손꼽힌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국립예술센터와 미국 존 에프 케네디센터를 찾아 북미 관객과 평단의 큰 손뼉을 받았고, 한류에 앞장서는 <묵향>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언론 시연회가 끝나고 안무가 윤성주와 무용수 김미애ㆍ정관영이 나와 언론 대담회를 열었다. 대담에서 안무가 윤성주는 “작품의 핵심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길고 짧은 호흡, 치맛자락 아래로 언뜻 스치듯 보이는 내밀한 버선발의 움직임에 있다. 또한 섬세한 움직임의 자취에서 한국춤 고유의 색과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이 점에 중심을 두고 <묵향>을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대담에 함께 한 무용수 김미애와 정관영은 “엊그제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 되었다니 감개무량하다. 더더구나 <묵향>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의 호평을 받으며 국립극장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음에 <묵향>을 관람하신 관객들께 큰 고마움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다만, <묵향> 공연에서 한국춤의 특징인 정중동 가운데 정적인 매듭을 한껏 강조하는 부분이 한 군데쯤 있었으면 더 좋았을 뻔했다. 또 매화마당의 배경음악이 한 사람이 부른, 같은 정가 소리를 연달아 들려줌으로써 청아하고 고고한 정가의 느낌이 상쇄되고 조금은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게 한 것은 옥에 티로 보일 듯했다. 그런데도 이 정도의 흠이 공연에 크게 손뼉을 치는 데 인색할 수 없었음은 분명하다.

 

<묵향> 공연은 12월 17일(일) 공연이 끝난 뒤에는 10년을 함께한 제작진ㆍ출연진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관객과의 대화’가 예정되어 있으며, 12월 15일(금)과 16일(토)에는 무용수 사인회가 마련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