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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서도소리의 으뜸 소리꾼 유지숙 명창 예인의 삶

‘서울돈화문국악당’ <일소당 음악회>에서 펼쳐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추강(秋江)이 적막어룡냉(寂寞魚龍冷)허니 인재서풍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를

매화만국청모적(梅花萬國聽募笛)이요 도죽잔년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를

오만낙조의함한(烏蠻落照倚檻恨)은 직북병진하일휴(直北兵塵何日休)오

 

어제 1월 26일 저녁 7시 30분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서도소리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서도시창(西道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가 유장하게 흘렀다. 국가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전승교육사며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인 유지숙 명창의 느리고 구성진 시김새로 조이고, 꺾어 넘기며 물 흐르는 듯한 멋을 지닌 ‘관산융마’가 ‘서울돈화문국악당’울 감싸 안았다.

 

 

 

 

‘관산융마’가 끝나자, 서울 돈화문 국악당 예술감독이면서 사회를 맡은 음악평론가 송현민이 나와 유 명창의 지난 시절 사진을 보여주면서 유 명창과의 대담으로 예인의 인생을 흥미롭게 풀어나갔다.

 

경기도 인천시 강화군 섬 소녀로 태어난 유 명창은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노래를 좋아했다. 그러나 흔히 예인들이 어렸을 적부터 소릿길로 들어선 것과는 달리 성인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소리 공부를 하게 되었는데 유 명창이 소리꾼의 길로 들어선 것은 20대가 되어 당시 중요무형문화재 서도소리 예능보유자였던 스승 오복녀 선생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되었으며 이후 평생 소리꾼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한편,  유지숙 명창이 평생 소리꾼의 길을 걸으면서 큰 힘이 되어준 분이 부군 최경만 피리 명인인데 이날 두분이 부부의 연을 이룬 이야기를 들려주어 관객들의 귀를 쫑긋하게 하였다. 동시에 예인의 길을 걸으며 어렵게 공부를 병행하여 박사학위를 받기 까지 지도편달을 아끼지 않은 단국대 서한범 교수와의 인연도 털어놓았다.

 

 

 

공연은 영상으로 사진을 보여주면서 대담을 이어가다 소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대담 뒤 ‘수심가’와 ‘엮음수심가’를 불렀는데 이 곡은 슬프고 근심하는 마음이 가득하여 서도소리의 섬세한 감정과 호흡을 담은 곡으로 남도의 〈육자배기〉와 함께 우리 민요의 쌍벽을 이루는 소리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서도소리의 흥을 보여주는 ‘늴리리타령’과 ‘풍구타령’이 계속된다. 허튼가락 장단의 흥취가 전해지는 '늴리리타령’, 구음의 능청거림이 재미난 풍구타령’은 서도소리에 흥이 또한 빠지지 않음을 말해준다.

 

마지막 무대는 새해 갑진년, 청중들에게 복을 빌어주는 서도 축원 ‘기원과 덕담’ 시간이었다. 유 명창은 피리 이찬우, 장구 이민형, 서도소리ㆍ징 이나라, 서도소리ㆍ바라 장효선과 함께 무구를 들고 흥겹게 기원과 덕담을 풀어주었다.

 

“맞이를 가요 맞이를 가요 공중칠성님 모십니다. 천지건곤 일월동남 일월동남에 하외받아 사바세계는 남섬부주 해동허구도 조선국이야 거주가 돈화문에 국악당 아하에 와룡동에 거줍니다. 가중성씨 유씹니다. (가운데 줄임) 이만하면 넉넉하게 빌어 드렸으니 오늘 오신 여러분들 재수 소망 열어주고 명도 주고 복도 주고 일년 신수는 대길하리로다 에 에 허리 쑹거야“

 

유 명창의 모든 기원과 덕담이 끝난 뒤 “일년 신수는” 하고 소리하면 청중들은 “대~길하리로다”를 외쳐 모두 하나 되는 유쾌한 장면으로 이날 공연은 모두 끝이 났다.

 

 

 

은평구 대조동에서 왔다는 조영숙(47, 교사) 씨는 “유지숙 명창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오늘 들은 소리는 서도소리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주는 한판이었다고 생각된다. 또한 ‘수심가’나 ‘난봉가’만 알아 왔던 내게 시창 ‘관산융마’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또 사회자와의 대담을 통해 어렸을 때부터 예인의 길을 걸은 다른 명인들과 달리 성인이 되어 본격적인 소릿길로 들어선 유지숙 명창이 오늘날 서도소리의 으뜸 명창이 되었음에 절로 손뼉을 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 1월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수ㆍ금요일 저녁 7시 30분 서울돈화문국악당에서 열리는 <일소당 음악회> 한 마당이다. <일소당 음악회>는 명인들의 실연과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이야기 공연(토크 콘서트)으로 2022년 처음 선보인 이후 서울돈화문국악당의 대표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도 예술감독과 사회를 맡은 음악평론가 송현민이 예인들의 인생이 녹아있는 무대와 전통문화예술의 역사를 잇는 대담의 현장을 이끈다.

 

<일소당 음악회>는 현재 서울돈화문국악당 가까이 있던 일소당(佾韶堂)을 창작 동기로 한 공연이다. 일소당은 일제강점기 조선 궁중음악을 보존하고 교육하던 이왕직아악부를 뜻하기도 했으며 그 명맥이 이어진 국립국악원 내 작은 공연장의 이름으로 전해진다. <일소당 음악회>는 일소당뿐만 아니라 종로 일대에 얽힌 우리 음악과 춤의 역사를 명인들의 인간미 있는 이야기와 사진을 통해 생생히 전한다.

 

1월 31일(수)에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가야금산조 보유자인 지성자가 무대에 오르며, 2월 2일 마지막 무대는 국가무형문화재 승무 보유자인 채상묵이 장식한다. 입장료는 전석 2만 원으로 서울돈화문국악당(www.sdtt.or.kr)을 통해 예매할 수 있으며 회차별 잔여 입장권이 있는 경우 공연 당일 현장 매표한 뒤 관람할 수 있다. 기타 문의사항은 서울돈화문국악당(02-3210-7001)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