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동작골의 봄
- 김상아
노래를 불러주세요
꽃다지 광대나물 샐쭉대는 밭두렁에서
그거면 돼요
밭은 내가 갈게요
기타도 퉁겨주세요
호박씨 손톱으로
그 박자 따라
쇠똥거름 곰배질*은 내가 할게요
낮은 하늘 홍매화 가지 위 종다리 날고
조릿대 숲 마른 댓잎
왕지네 기어가는 영상을
시로 적어주세요
꿀벌들 털 다리에 시간은 묻어가고
남녘 바람 비질로 자투리 햇살마저
골 안에 쓸어 넣고 문 닫아버리면
달그림자 팔베개에 뉘이고
꼬깃꼬깃 주머니 속 그 시를 읽어주세요
저 깊은 뱃속에서 들려오는
씨앗 트는 소리 들으며
꿈결인 듯 잠들래요
멍머구리*도 짝짓는 밤
동작골에서
* 곰배질 : ‘고무래질’의 사투리
‘고무래’는 곡식을 그러모으거나 펴거나, 밭의 흙을 고르는 데 쓰는 ‘丁’자 모양의 기구
*멍머구리 - 참개구리의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