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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와 원앙 그리고 늑대

[정운복의 아침시평 212]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금슬(琴瑟)은 거문고와 비파를 뜻합니다.

두 악기는 소리가 아주 잘 어울려서 듣기 좋습니다.

그러니 부부가 어울려 백년해로하는 것을 “금슬이 좋다.”라고 표현하지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혼례식 때 금슬이 좋다고 알려진 동물을 주고받습니다.

기러기가 그것인데요.

실제로 기러기는 금슬이 좋기로 유명합니다.

습성상 짝짓기를 처음으로 한 암수는 한쪽이 죽어도

다른 기러기와 짝짓기를 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실제로 기러기는 일부일처제긴 하지만 배우자가 죽으면 짝을 바꿉니다.

 

 

원앙도 부부금슬의 상징입니다.

일단 예쁘기도 하거니와 원앙금침이란 용어도 있으니,

부부지간에 사이가 좋음을 상징하지요.

그러나 실제로 수컷 원앙은 여러 마리의 암컷과 짝짓기를 합니다.

새끼를 키우는 것은 오로지 암컷의 몫이지요.

그러니 부부금슬과는 거리가 멉니다.

수컷이 바람둥이인 것은 삵 같은 무서운 포식자들 사이에

자손을 남겨야 하는 절대적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원앙 수컷은 특유의 밝고 색채가 풍부한 장식깃 덕분에 유명합니다.

그런데 장식깃은 번식기에만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번식기가 지나면 다 빠져서 암컷과 똑같은 모습으로 바뀝니다.

그러니 우리가 장식으로 보고 있는 모습은 한시적이고 일시적인 모습이지요.

 

또한 금슬 좋은 부부를 가리켜 잉꼬부부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잉꼬는 일본어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사랑앵무가 옳은 표현이지요.

보기에 사이좋고 예쁘게 보이지만 잉꼬는 그냥 사람 말 흉내를 잘내는

앵무새 종류일 뿐 부부 금슬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사실 가장 부부 금슬이 좋은 동물은

여색을 밝히는 음흉한 남자로 비유되는 늑대입니다.

늑대는 실제로 아무하고 짝짓기하지 않고, 오히려 철저히 일부일처제를 지키고

배우자와 새끼들에게 지조 있다고 볼 만큼 가정적이고 헌신적이지요.

설사 짝을 바꾸더라도 배우자가 죽은 때에만 그러하며,

기존 배우자의 새끼들도 정성 들여 키웁니다.

 

그런데도 혼례식 때 늑대가 아닌 기러기나 원앙을 사용합니다.

그건 아마도 예쁜 겉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겉모양에 함몰되어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지요.

 

겉모양만 보고 판단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하는 까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