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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 감사 같은 말로 묘비를 쓰는 일본의 무덤문화

시즈오카현 지인 어머니 무덤을 가다
<맛있는 일본이야기 72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소안(笑顔, 웃는 얼굴), 화(和, 화목), 감사(感謝), 자(慈, 자비), 반(絆, 인연), 락(樂, 즐거움), 애(愛, 사랑)…. 이러한 말들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비교적 선한 마음, 좋은 마음을 나타내는 낱말 가운데 하나다. 아니, 누가 이르길 당신이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여기는 단 하나의 낱말을 고르라면 대부분 이 가운데 있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를지도 모른다.

 

그런데 여기 적힌 말들을 무덤의 묘비에서 가져온 말이라고 하면 뭐지? 싶어 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묘비가 잘 정돈된 일본의 무덤을 찾아간 것은 지난 7월 27일(토)로, 이곳은 시즈오카현 나가이즈미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한 불교사원이 관리하는 공원묘지였다.

 

이곳에 묻힌 분은 25년 지기인 이토 노리코 씨의 친정어머니로 노리코 씨의 어머니는 지난해 5월 21일, 95살로 삶을 마감하고 이곳에 묻혀있다. 평소 기자가 일본의 노리코 씨 집에 들를 때마다 딸처럼 여겨주던 자상한 분이다. "우리의 국적은 하늘에 있나이다. -빌립보서 3장 20절-" 노리코 어머니의 무덤 앞 묘비에는 일본어로 이렇게 쓰여있었다.

 

 

"언제부터인지 일본 무덤의 묘비에는 감사(感謝), 자(慈, 자비), 반(絆, 인연), 락(樂, 즐거움), 애(愛, 사랑)…. 이런 문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제 생각으로는 20년을 안 넘는 것 같은데요"

 

노리코 씨는 자신의 어머니 무덤에 뫼절(성묘)하고 나올 때 이렇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 꽤 오래전 일본인 지인들의 무덤에 들렀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소안(笑顔, 웃는얼굴), 화(和, 화목), 감사(感謝), 자(慈, 자비), 반(絆, 인연), 락(樂, 즐거움), 애(愛, 사랑).... 이러한 낱말이 돌아가신 분의 평소 신념이었는지 아니면 후손들이 고인을 생각하며 고른 낱말인지는 몰라도 '웃는 얼굴'이라는 묘비명 앞에서는 살짝 미소를 짓게 되는가 하면 무(無)라는 낱말 앞에서는 숙연함이 느껴졌다.

 

 

 

 

일본은 황실가 외에는 100% 화장 문화다. 화장한 뒤 납골 단지를 일가(一家)가 분양받은 묘지에 차곡차곡 쌓아 두는 식으로 유골을 모시고 있으며 한국의 공원묘지처럼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는 묘지 관리는 대개 절에서 맡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코로나로 왕래를 하지 못하는 사이 지난해 운명을 하신 노리코 씨 친정어머니의 명복을 빌며 연일 40도를 오르내리는 관동지방의 더위를 피해 아침 7시에 성묘길에 올랐지만 이미 공원묘지에는 한여름의 열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