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미국 메릴랜드주에는 1695년에 설립된 세인트존스대학이 있습니다.
이 대학이 특이한 것은 몇 개의 선택과목을 빼고는 모든 교육과정이 동일한데
학생들은 4년 동안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을 통하여 학점을 딴다는 것이지요.
이 대학을 졸업하려면 해마다 방대한 수필을 써야 하고
졸업 논문을 써야 하며, 교수 앞에서 구두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모두가 고전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이루지요.
학생들은 교수를 'Professor(교수)'가 아닌 'Tutor(지도교사)'라고 부릅니다.
그 이유는 교수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학 학생들은 강의를 듣는 것이 5% 정도이고
나머지는 읽고, 토론하고, 서로 설명하는 과정이 들어 있습니다.
책을 읽은 뒤 감상을 말하기는 쉬울 수 있으나
지은이와 생각을 공유하며 다른 학생 및 교수와 토론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도 많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생각을 위한 공부를 한다는 것입니다.
세계 어떤 문명이든지 그 뿌리에는 문화의 저변에 깃들어 있는
의식세계와 정신세계가 존재하고
이러한 고전은 인류의 역사 발전에 큰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통해서 명문대학으로 거듭난 세인트존스 대학을 보면서
고전은 그냥 고전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위대한 정신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세인트존스 대학의 교재는
주로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로 시작하는 서양 고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동양의 고전은 찾아볼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대체로 한문은 어렵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론 표의문자로 읽고 머릿속에서 재조립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일 수는 있겠으나
요즘은 쉽고 읽기 편하게 해석되고 정리된 책들이 많으니
차제에 동양 고전에 풍덩 발을 담가 볼 일입니다.
그 문화에 침잠해 보면 재미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