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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차경의 흥보가 – 만정제>

탁월한 계면조 구사 능력과 애원성 짙은 성음, 연극적 표현력 두루 갖춰
고수 이상호ㆍ김태영의 장단, 유은선 예술감독의 풍성한 해설도 더해져

[우리문화신문=정석현 기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완창판소리 - 김차경의 흥보가>를 11월 23일(토)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무대에 올린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인 김차경 명창이 국립극장 무대에서 14년 만에 만정제 ‘흥보가’를 완창하는 것이다.

 

김차경은 소리의 본고장인 전라북도 남원 출신으로, 어린 시절부터 교내 합창단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등 남다른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11살이 되던 해, 남원국악원에서 흘러나오던 판소리와 가야금 가락에 매료된 김차경은 강도근 명창 아래서 토막 소리를 배우며 소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어린 나이에도 단단하고 탁월한 성음의 김차경을 알아본 스승 성우향ㆍ김소희ㆍ안숙선에게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를 배우며 기량을 쌓았다.

 

 

1984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한 그는 40여 년 동안 창극 <장화홍련>, <심청>,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수많은 작품에서 활약하며, 탄탄한 소리와 풍부한 연기력을 갖춘 창극 배우로 인정받았다. 김차경은 국립창극단에 몸담으면서 끊임없이 소리에도 매진해 2009년 제36회 춘향국악대전 판소리 명창 부문에서 대통령상을 받으며 명창 반열에 올랐다. 현재는 전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판소리와 창극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 김차경 명창은 만정제 ‘흥보가’를 선보인다. 판소리 ‘흥보가’는 가난하고 착한 흥부와 욕심 많은 놀부의 대비로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아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큰 사랑을 받는 작품이다. 익살스러운 대목과 아니리로 형제간 우애를 다루면서도 조선 후기 서민들의 애환을 그려 해학적인 가운데 비장미가 돋보인다.

 

슬프게 애원성으로 부르는 ‘가난타령’, 제비의 여정을 긴 호흡으로 그려낸 ‘제비노정기’, 기쁨과 설렘을 주는 ‘박 타는 대목’ 등이 백미로 꼽힌다. 그 가운데서도 김차경 명창이 부를 만정제 ‘흥보가’는 송만갑-박녹주-김소희로 이어지는 소리다. 만정 김소희(1917~1995)가 박록주 명창에게 배운 동편제 ‘흥보가’를 바탕으로 계면조의 특성과 화려한 선율을 가미하는 등 김소희만의 음악적 색깔로 재정립했다. 동편제의 단단한 소리에 섬세함을 보태어 애상적이면서도 깔끔하고 명확한 시김새가 특징이다.

 

 

11월 <완창판소리>는 김 명창의 애원성 짙은 성음, 창극 배우로서 익혀온 연극적 표현력을 바탕으로 만정제 ‘흥보가’의 진면목을 감상할 기회다. 특히, 김차경 특유의 시원하게 뻗는 상청과 계면조를 탁월하게 구사하는 모습을 주목할 만하다. 2010년 국립극장 무대에서 만정제 ‘흥보가’를 선보인 김차경 명창은 “14년 만에 서는 무대라 의미가 더욱 깊다”라며 “더 단단해진 성음으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고수로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문화유산 제9호 판소리장단 보유자 이상호와 국가무형유산 진도씻김굿 이수자 김태영이 함께하고,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은선이 해설과 사회를 맡아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 12월 ‘신재효 타계 100돌 기념’으로 처음 기획된 뒤 1985년 3월 정례화된 이래, 지금까지 39년 동안 꾸준히 공연되고 있다. 판소리 완창 공연으로는 최장ㆍ최다를 자랑하고 있으며, 당대 으뜸 소리꾼들이 올랐던 꿈의 무대로 인정받고 있다. 소리꾼에게는 으ᄄᅼᆷ 권위의 판소리 무대를, 관객에게는 명창의 소리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2024년에도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며 소리 내공을 쌓고 있는 소리꾼이 달마다 이 무대를 통해 소리의 멋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관객과 만나고 있다.

 

전석 2만 원. 예매ㆍ문의 국립극장 누리집(www.ntok.go.kr) 또는 전화 02-2280-4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