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고즈넉한 산사를 지날 때면 스님의 독경 소리와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소리를 듣게 됩니다. 풍경은 불구(佛具, 부처 앞에 쓰는 온갖 법구) 강운데 하나이지만 요즘은 단독주택의 처마에 걸어놓기도 합니다. 종은 대부분 사람의 힘을 빌려 소리를 내지만, 풍경은 오로지 바람의 힘을 빌려 소리를 냅니다.
풍경은 세상을 경계하라는 수행자의 나태함을 깨우치는 역할을 합니다.
공이는 물고기 모양을 하고 있지요.
물고기는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으니 항상 깨어있으라는 의미이지요.
이 세상은 서로 공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산속, 절의 마루에 앉자 땀을 식히고 있으면
풍경이 있어 바람 소리가 아름다운지 바람이 있어 풍경이 아름다운지,
그 연결과 공생의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네가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네가 있는 것이니
인생은 이렇게 더불어 사는 소중함이 있는 것이지요.

풍경은 또한 삶의 변화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풍경 소리는 다채롭게 변화하니까요.
마치 우리 삶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듯이 말입니다.
때로는 부드럽고 평화로운 소리로, 때로는 강렬하고 역동적인 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지요.
이처럼 풍경 소리는 삶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으며,
우리에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줍니다.
풍경 소리를 들으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나는 얼마나 세상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살아왔는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떠했는가?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과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는가?
더불어 사는 세상
누구에게라도 따뜻한 정 한 바가지씩 퍼 줄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