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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월지가 품은 통일신라의 궁궐 문화를 오롯이 담다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 지난 17일 재개관

[우리문화신문=한성훈 기자]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새롭게 개편한 월지관을 지난 10월 17일부터 공개했다. 18개월 동안의 개보수를 거쳐 이번에 문을 여는 월지관은 2018년부터 시작한 국립경주박물관 상설전시실 개편 사업의 마지막 성과물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신라역사관(2018~2020년)과 신라미술관(2021~2022년)에 이어 월지관까지 전시 개편을 마무리하여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전시 환경을 조성하고 관람객이 쾌적하고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 및 전시 기법을 고도화하였다. 아울러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박물관 수장고의 문화유산과 최근 20여 년 동안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서 발굴한 새로운 문화유산을 대폭 공개하여 통일신라 궁궐 문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월지는 특히 밤 풍경이 아름다워 많은 사람이 찾는 우리나라의 대표 유적이지만, 월지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 등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지관 전체를 포괄하는 명제로 ‘월지에 한 걸음 다가가기’를 설정하고, 신라에서 월지가 어떤 곳이었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보고자 했다.

 

월지관, 어떻게 바뀌었나?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진 기존의 월지관은 계단이 많고 전시실 내 경사로의 기울기가 급해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이 전시를 관람하기에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에 2004년에 증축한 2층 전시 공간을 전면 철거하고 전시실 안팎의 경사로를 법적 기준에 맞도록 새롭게 만들어 사회적 약자의 접근성을 대폭 높였다.

 

또한 자연 채광창을 복원하는 등 건축가 김수근(1931~1986)이 월지관을 설계하면서 고심했던 공간미를 되살리고자 하였다. 천장은 경사진 우진각(건물의 네 면에 모두 지붕면이 있는 집) 지붕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고 전통 건축의 널판자를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월지의 밤 풍경 분위기를 표현했으며, 월지관의 단점이었던 계단은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나무배와 전시 영상 등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였다.

 

2016년에 경험했듯이 경주는 지진의 위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지진에 대비해 전시품 받침대 아래에 내진 시설을 설치하였다. 또한 월지관 내 모든 진열장에 저반사 접합유리를 사용해 관람객과 전시품의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전시품을 최적화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승강기와 조명 등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였다.

 

이번 전시 개편은 월지에서 발굴된 문화유산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 기법을 고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기존의 월지관 전시는 월지에서 발굴된 문화유산을 종류별로 나누어 통일신라의 왕실과 귀족의 화려한 생활상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이와 달리 개편 전시는 7세기 후반에 신라가 월지를 만들고 그 주변에 새로운 궁궐을 짓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나아가 그러한 시대적 배경과 맥락이 월지의 문화유산에 어떻게 담겼는지를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이를 위해 꽃ㆍ새무늬를 새긴 뼈 장식을 활용한 나무 가구를 비롯해 전시품의 기능과 용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재현품을 만들었으며, 월지의 풍경과 한옥의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맞추어 댄 나무쪽) 등을 표현한 삼차원 재현 연출은 관람객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다양한 영상 자료와 그래픽 자료를 활용해 전시품을 더욱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시품의 설명글도 최대한 쉽게 풀어서 작성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였다.

 

기존 전시와의 차별화를 위해 개편된 전시에 최근에 새롭게 발굴된 문화유산 87점과 그동안 수장고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월지 출토 문화유산 515점 등 600여 점(전체 전시품의 약 35%)을 교체해 선보인다. 수중 화분으로 사용했던 귀틀과 상아로 만든 주사위, 외국 사람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인물상, ‘소화정(小花釘, 못 머리를 작은 꽃 모양처럼 만든 못) 182개와 반정(鉡釘) 60개’[小花釘百八十二鉡釘六十]라는 글씨가 적힌 꽃ㆍ새무늬 뼈 장식 등은 발굴 이후 처음 전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75년 월지에서 발굴된 귀틀은 지금까지 월지와 관련한 일부 책에 실린 발굴 당시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을 뿐, 한 번도 실물이 공개된 적은 없었다. 10세기 이전 유적에서 귀틀을 수중 화분으로 사용한 사례는 월지 출토품이 유일하며, 이번에 보존 처리를 거쳐 완전한 형태의 귀틀을 처음 전시함으로써 전통 조경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월지 동쪽 가지구의 1호 우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나온 주사위와 인물상도 무척 흥미롭다. 두 점 모두 크기는 0.7~1.4㎝로 작지만, 주사위는 신라 유적에서 나온 유일한 상아 제품이고 인물상은 상투를 틀지 않고 부리부리한 눈매를 가져서 서아시아에서 온 외국 사람을 형상화한 것으로 보여 8~9세기 신라가 활발하게 다른 나라와 교류했음을 알려준다. 그동안 앞면만 볼 수 있었던 판불(널빤지나 구리판에 새기고 채색한 불상)은 뒷면까지 볼 수 있도록 전시 연출 방법을 대폭 개선해 판불의 제작 기법까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통일신라 궁중 문화의 정수가 담긴 월지의 문화유산을 새로운 연출 기법으로 선보였다”라면서 “전시 관람 환경이 대폭 개선된 월지관에서 신라 문화유산의 찬란함을 만끽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