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는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먹거리와 약은 그 뿌리가 같다.”라는 뜻입니다. 곧 한의학에서는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 약에 못지않게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각자가 가진 기운 곧 생명력이 있는데 이 가운데 좋은 기운을 가진 먹거리를 먹게 되면 건강을 지키고 장수는 물론 아름다워진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갖가지 먹거리가 가진 빛깔을 5가지로 나눠 이를 오행의 원리에 맞춰 다섯 장기와 이어놓았습니다.
그 예를 보면 먼저 부추, 쑥, 양배추 따위 녹색 먹거리는 간을 이롭게 하여 피로를 풀어주고 지혈작용이 있으며, 상처 치료에 좋고, 항암작용도 한다고 하지요. 또 호박죽이나 벌꿀 따위 노랑빛 먹거리는 위장에 좋고, 식욕을 돋우며 면역을 강화해줍니다. 그리고 흰빛 먹거리는 폐와 대장을 건강하게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도라지인데 도라지의 사포닌은 해열 작용과 진해 거담 효과가 있고, 연근도 천식이나 가래, 기침에 잘 듣죠. 다만, 같은 흰빛 먹거리라도 흰쌀, 밀가루, 설탕, 소금, 그리고 화학조미료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또 붉은빛 먹거리는 순환기 기관인 심장과 흡수 기관인 소장에 좋습니다. 붉은색은 핏빛이기도 한데요 그러기에 피를 맑고 깨끗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어 심장에 생기는 병을 예방해 줍니다. 피부도 좋아지고요. 토마토는 ‘식탁 위의 붉은 혁명’이라 불릴 만큼 건강에 좋은데 ≪동의보감≫에 보면, 양기가 부족하고 심장이 약한 사람은 쇠고기 반 근과 토마토 10개를 함께 끓여 밥과 먹으면 좋다고 나와 있습니다. 토마토와 함께 당근에도 세포의 산화와 발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지요. 한 가지 더 검은빛 먹거리는 신장(콩팥)과 방광 그리고 생식기에 효과가 있습니다. 요즘 검정쌀, 검은깨 같은 검은빛 먹거리가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이는 체온을 높여 신장을 비롯한 각 내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한다고 합니다. 예전 배고프던 시절엔 흰쌀밥에 고깃국이 최고인 것 처럼 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배를 채우기 보다는 같은 먹거리라도 열량이 적고 영양분이 풍부한 것을 으뜸으로 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