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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2181. 웃기(고명)는 교태스럽게 올려라(?)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은 1670년경 안동 장씨(安東張氏)가 한글로 쓴 요리서입니다. 이 책은 국수ㆍ만두 따위의 주식류, 국ㆍ찜ㆍ회ㆍ김치ㆍ구이 같은 부식류, 인절미ㆍ강정 같은 떡과 과즐(한과), 과일ㆍ괴ㆍ생선 따위, 오가피주ㆍ황금주ㆍ소곡주 같은 술 종류가 다양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 이전에는 음식 관련 책들이 여러 권 나왔지만 대부분 남성이 쓴 것들인데 여성이 한글로만 정확한 조리법을 써놓은 책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아시아에서 이 책이 최초라 하지요.

그런데 이 책의 뛰어난 점은 다양한 음식들을 정확하게 설명해놓은 점만이 아니라 맛깔스러운 낱말을 써서 재미나게 표현한 점도 있습니다. 우리 음식에서 모양을 내는 구실의 덧붙임 재료를 고명 또는 웃기라 하는데 여기서는 “교태”라 부르고 있습니다. 또 강한 불은 “매운 불”, 썩은 고기는 “독한 고기”로 표현했으며, 그때 바둑 두는 이들이 많았는지 “바둑 두듯 낱낱이 뒤집어”라는 말도 나오지요. 그런가 하면 그밖에 밥솥의 밥물이 약간 질벅거리는 것은 “즐분블분하다”라고 했으며, 샘이나 동이 안의 물이 가장자리에서 넘칠락말락 하는 모양은 요즘말 “자란자란하다”의 뜻인 라고 썼습니다.

조선시대 한글로 쓴 문헌이나 책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안동 장씨가 쓴 이 ≪음식디미방≫은 17세기 국어 특히 경상북도 사투리 같은 연구에 아주 중요한 자료입니다. 안동 장씨는 후기에서 “눈이 어두운 데도 간신히 썼으니 그 뜻을 알고 그대로 시행하며 잘 간수하라.”고 쓰여 딸과 며느리들에게 요리법을 전해주려고 쓴 책입니다만 이 시대 우리에게도 참 소중한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