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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그리고 우리말

수채화 마을의 한글

이야기와 그림으로 풀어보는 멋진 한글 1

[그린경제/얼레빗 = 김슬옹 기자] 


연재를 시작하며

누구나 디자이너가 되게 하는 한글, 이제 우리 모두는 한글 맵시꾼이다. 한글을 흔히 그래픽 문자라고 한다. 마치 화가가 정교하게 그린 그림 같다는 것이다. 굳이 명칭을 붙인다면 도형 미술이다. 단순한 몇 가지 도형으로 온갖 글을 만들어 내는 마치 마술과 같은 도형 미술이다. 

세종대왕은 단순한 점과 선과 원만으로 기본 문자 28자를 만들고 28자로 온갖 글자를 생성해 낼 수 있는, 그래서 온갖 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예술문자를 만들었다. 미적인 아름다움에 과학적인 기능성이 더해진 문자를 만들어낸 것이다. 곧 한글은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도형 미술이면서 온갖 것을 담아낼 수 있는 실용 미술이기도 한 변신의 글자다 

그렇다면 이런 글자를 쓸 줄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디자이너(글맵시꾼)가 될 수 있다. 문자 자체가 디자인이므로 이를 조금만 변형하고 바꾸면 실제 멋진 문자 디자인이 되는 것이다. 미술에 소질이 있건 없건 나이가 많건 적건 누구나 한글 맵시꾼이 될 수 있다 

   
 
한글이 아름다운 것은 조화로움 때문이다. 조화는 어울림이다. 곧 조화롭다는 것은 여러 요소가 만나 또 다른 세계를 만들되 여러 요소가 제 색깔을 더욱 살리는 것이다. 자음과 모음 디자인이 다른 것이 조화로움의 씨앗이다. 다르면서 서로 하나가 되어 잘 어울린다. 자음과 모음 디자인이 확연하게 구별되는 것 자체가 아름다움의 시작이다.  

이러한 아름다움을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는 제자들과 함께 나눠 보았다. 한글 옷을 전제로 멋진 디자인을 한 작품을 널리 알리고 뽐내는 설명문을 쓰고 그런 디자인에 상상의 이야기를 붙여 영혼을 불어 넣은 것이다.  

한글은 디자인이다. 디자인만 주목해도 좋지만 그런 디자인은 어떤 영혼을 가졌는지 그런 디자인은 이 세상과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 함께 맛볼 일이다. 점과 선과 원이 어떻게 마술을 부려 온갖 주인공으로 다시 새로 태어나는지 지켜 볼 일이다.  

이 작품들은 성신여대와 광명역과 한글학회 강당 전시를 거쳐 다음과 같은 전자책으로 출판되었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한글 디자인과 이야기와 설명이 어울리는 책으로 홍보 차원에서 일부를 연재한다. 최종 작품은 아래 전자책을 보면 된다.

전자책: 김슬옹, 김수현, 김수정 외(2012). 이야기가 있는 한글(카드북). 을파소.http://www.cardbook.com/category/341/cardbook/2138

 


<수채화 마을의 한글 이야기>      ---  김수현 김슬옹

 

   
 

작품 이해하기

색 표현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자 했습니다.  

티셔츠의 앞면은 우리의 전통 태극문양을 변형시켜 그 주위를 훈민정음이 감싸고도는 것으로 표현해 한국적 디자인을 강조하려고 했습니다. 뒷면은 하나의 자음이 여러 표현들에 동시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라는 자음을 다른 글자보다 강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의 자음으로 비슷한 이미지의 색채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디자인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너무 예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글꼴의 다양성, 휘어짐, 대비 등의 여러 효과를 주고 조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작품 속 숨은 이야기
수채화 마을의 무지개 그리기 

어느 나라에 수채화 마을이 있었습니다. 노랑이, 주황이, 초록이 등 많은 색들이 예쁜 그림을 그리며 살고 있는 마을이었습니다. 모든 색들이 다 사이가 좋았지만 빨강이와 파랑이는 걸핏하면 싸움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말을 하다보면 어느새 빨강이는 붉으락하게 화가 나 있고, 파랑이는 푸르죽죽하게 죽을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빨강이와 파랑이는 서로 친해지지 못하고 멀어져만 갔습니다. 

어느 날 누군가가 수채화 마을에 와서, 비온 뒤 맑게 갠 하늘에 걸린 무지개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빨강이, 주황이, 노랑이, 초록이, 파랑이, 남남이, 보랑이는 예쁜 무지개를 그리자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림은 시간이 지나도 그려지지 못한 채 그대로였습니다. 왜냐고요? 빨강이와 파랑이의 싸움 때문이었습니다. 참다못한 다른 색 친구들은 둘에게 물어봤습니다.  

너희는 왜 항상 싸우는 거니?”
그러자 빨강이가 대답했습니다.
파랑이 쟤는 내가 얘기할 때마다 얼굴을 퍼렇게 하고는 우울해한단 말이야. 답답해.”  

파랑이도 지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빨강이는 매번 나한테 벌건 얼굴로 화를 내는 것 같아.”
그 말을 들은 다른 색 친구들은 말했습니다.
아니야, 우리가 보기에 빨강이는 항상 예쁜 사과처럼 발그스름하게 얼굴을 붉히고 있고, 파랑이는 푸르른 하늘처럼 시원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친구들의 말을 듣고 서로의 얼굴을 본 빨강이와 파랑이는 그제야 오해가 풀렸습니다. 둘은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밝은 미소로 화해했습니다. 그날 하늘에는 일곱 빛깔 아름다운 무지개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