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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전문가 미국인 코벨, ‘일본 문화의 원류는 조선’

[맛 있는 일본이야기 261]

[그린경제/얼레빗=이윤옥 기자]  1978년 10월 필자는 다이토쿠지로부터 특별히 1시간동안 어떤 그림이든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도 좋다는 특별 허락을 받았다. 나는 그때 고려왕이 등장하는 <양유관세음도>를 골라 찍었다. 그 사진이 1978년 <코리아저널> 표지에 실린 것이다. 그림이 너무 높이 걸려 있어 바닥에서 찍을 수 없어 삐꺼덕 거리는 사다리를 여섯 번이나 오르락 거리며 촬영한 것이다.”

위는 존 카터 코벨(Jon Carter Covel, 1910-96)이 지은 《일본에 남은 한국미술》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녀는 미국출신의 동양미술사학자로 일본 교토의 다이토쿠지(大德寺)에서 오랫동안 불교미술을 공부하여 <15세기 일본의 선화가 셋슈 연구>로 컬럼비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일본문화의 원류가 한국문화라는 확신을 갖고 1978년부터 86년까지 서울에 머물면서 <한국이 일본문화에 미친 영향>을 비롯한 한국문화와 관련한 수많은 논문과 저서를 집필했다.

“일본에 보존되어 있는 한국미술에 관한 한 필자가 다른 누구보다도 이 분야에 대해 많이 알고 있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문화재가 일본에 많이 가 있지만 그것은 일본작품 내지는 대부분 중국 것으로 둔갑되어 있어 이제 와서 한국 것이라는 출처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어째서 일본은 그들이 한국문화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그토록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

 

   
▲ 가장 오래된 고려불화라 추정되는 "아미타삼존불"(일본 오사카 도성사),아름답기로 유명한 "수월관음도"(일본 도쿄 천초사 )

코벨은 일본에 가 있는 한국의 문화재도 문화재지만 그것을 “한국 것”이라고 명확히 출처를 밝히지 않는 일본의 입장을 매우 아쉬워했다. 평생을 일본의 미술과 문화를 연구한 그녀는 세상이 다 아는 일본문화 연구가이다. 그렇게 일본 미술분야에 해박한 코벨이기에 “일본 문화의 원류는 중국이 아닌 한국” 이라고 밝힐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만큼 우수한 고려불화만 해도 그렇다. “고려시대 불화 중 90%가 일본에 와 있다 (도쿄 고려박물관 지음, 《잃어버린 조선 문화유산》)”고 할 정도로 일본은 고려불화의 보고(寶庫)이다. 대관절 몇 점이 가 있는 걸까? 일본에서 발행하고 있는 통일일보(統一日報, 2009.7.8)에서는 고려불화가 전 세계적으로 160여점이 있는데 이 가운데 130 여점이 일본에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17점은 유럽에 있으며 정작 불화의 고장인 한국에는 13점 밖에 남아 있지 않은 실정이다.

“페놀로사가 법륭사의 구세관음상을 보고 “한국 것이구나.” 라고 외친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일본이 점점 군국주의 국가가 되면서 ‘한국 근원’ 또는 ‘한국 영향’이란 말조차 쓰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이러한 불상은 그저 막연히 ‘아스카시대 일본 불교 예술’이라는 말로 불리게 되었다”고 코벨은 안타까워했다. 코벨은 단순히 한국의 고미술품들이 일본에 있다고만 주장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원류(출처)를 일본이 인정하고 각 예술품들의 가치를 인정할 때 비로소 성숙한 모습으로 일본의 문화 전반도 인정받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