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학대를 바드나 다름이 업는 조선의 <어린이>를 위하야 새로 작명된 <어린이날>은 인제 몃날이 남지 아니 하얏슴으로 이날을 긔념하는 동시에 어린이들을 위하야 엇더한 <노리>를 꿈일가함에 대하야 재작일밤 유지 일동이 시내 경운동 천도교당에 모히어 여러 가지로 협의한 결과 원래 어린이날은 어린이의 거룩한 명절을 삼아 일년에 한번식은 오로지 그들의 세계를 만들려는 것이 본지임으로 어린이날인 <오월일일>의 하루에만 그치지 말고 서양의 크리쓰마쓰와 가치 몃칠 동안을 이어서 즐겁게 지내도록 하기 위하야...” 위는 “어린이날의 준비”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1924년 4월 23일 기사로 방정환 선생 등 9명이 천도교당에 모여 어린이날을 나흘 동안 기리자고 결정했다는 내용입니다. 또 나흘 동안 기리는 행사를 보면 5월 1일은 어린이대회를 열어 가극, 음악 등으로 밤이 깊도록 즐기고, 5월 2일엔 어린이보호자대회도 열기로 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날인 5월 4일엔 일을 하는 어린이를 위하여 직업소년위안회를 겸하여 어린이 야유회를 열어 그네뛰기, 씨름 등을 하도록 하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 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청강(淸江)에 비 듣는 소리 그 무엇이 우습건대 만산홍록(滿山紅綠)이 휘드르며 웃는구나. 두어라 춘풍(春風)이 몇 날이리 웃을 대로 웃어라. 위 한시는 조선의 제17대 임금 효종(孝宗, 1619-1659)의 칠언절구입니다. 초장에서 맑은 강물 위에 떨어지는 봄비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 웃고 있다고 합니다. 중장에서 웃는 것은 온 산에 붉고 푸르게 피어나는 꽃과 잎들이라고 했습니다. 흐드러지게 피는 꽃과 잎들이 마치 사람처럼 봄비를 반기며 웃고 있다는 것이지요. 종장에서 따뜻한 봄바람이 얼마나 가겠느냐며, 꽃과 잎들이 봄날을 마음껏 즐기도록 놓아두라고 합니다. 효종의 여유 있는 모습이 잘 드러납니다. 효종은 병자호란이 나자 강화에 피난했다가, 이듬해 형인 소현세자와 함께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 8년 동안 억류돼 있다가 돌아왔지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소현세자가 죽자 세자로 책봉되어 32살(1649년)에 즉위했습니다. 효종은 오랜 볼모생활의 원한과 아버지 인조의 삼전도 치욕을 갚고자 은밀히 북벌계획을 세웠지만, 즉위한 지 9년 만인 1659년 5월 4일 죽어 중단되고 말았지요. 그러나 효종은 북벌을 위한 군비 확충, 군제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아 화제가 된 영화 <미나리>가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개봉 60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이민 가서 정착하여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1세대 한국계 미국인의 고난과 따뜻한 가족 드라마를 현실적이고 담담하게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의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면서 “윤여정의 매력에 스며든다.”라는 뜻의 <윤며들다>라는 새말이 최근 젊은층부터 노년층까지 유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향긋한 미나리가 제철인 오월입니다. 미나리는 찬 성질이라 몸에 열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식품으로 알려졌지요. 혈액순환과 해독작용에 좋으며 나른한 춘곤증을 이기는 데도 좋은 음식으로 살짝 데쳐 식성에 맞게 무쳐 먹거나 미나리 김치를 담가도 좋고 특히 매운탕에는 비린내를 없앨뿐더러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식욕을 돋워 줍니다. 미나리 김치는 이미 《세종실록》 세종 1년(1419년) 12월 7일 기록에 산릉(山陵, 국장을 치르기 전에 아직 이름을 정하지 않은 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풀꽃들의 수다 - 유 미 영 부쩍 시끄러워진 양지뜸 소곤소곤 도란도란 떠들어 대는 풀꽃들의 수다에 귀를 쫑긋 세운 봄볕이 녹아든다 바람이 순해진다 (어른들을 위한 동시) 이승철 시인은 그의 시 <변산바람꽃>에서 “급하기도 하셔라 / 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중간 줄임) 언 땅 녹여오시느라 / 손 시리지 않으셨나요 / 잔설 밟고 오시느라 / 발 시리지 않으셨나요.”라고 노래했다. 아마도 바람이 불어 언 땅을 녹여 변산바람꽃은 피었나 보다. 그렇게 봄의 풀꽃들은 우리 곁에 다가섰다. 이렇게 바람이 피워낸 꽃의 종류를 보면 “여기도 바람꽃, 저기도 바람꽃 하니까 이것저것 생김새 보고 이름 붙여주다가 나도 끼워 달라고 귀찮게 하니까 에라 모르겠다 그럼 너도바람꽃이라고 해라.”라고 해서 붙여졌다는 ‘너도바람꽃’, 그럼 나도 빠질 수 없다고 해서 ‘나도바람꽃’, 꽃대가 1개씩 자라서 ‘홀아비바람꽃’, 회오리바람처럼 보인다 해서 ‘회오리바람꽃’, 꿩 발자국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꿩바람꽃’도 있다. 그밖에 만주바람꽃, 풍도바람꽃, 태백바람꽃이 있으며, 그저 아무 꾸밈도 없는 소박한 이름 ‘바람꽃’도 있다. 이렇게 봄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82년 전 오늘 곧 1932년 4월 29일은 윤봉길 의사가 상해 홍구공원(지금 노신공원)에서 일제의 조선침략을 만천하에 응징한 날입니다. 농민계몽ㆍ농촌부흥운동ㆍ독서회운동에 온 힘을 쏟던 윤봉길 의사는 계몽운동만으로는 독립운동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1930년 3월 6일 ‘장부출가생불환(丈夫出家生不還, 곧 대장부가 집을 떠나 뜻을 이루기 전에는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다.’라는 비장한 각오의 글을 남기고 중국 망명의 길에 오릅니다. 그리고는 임시정부 지도자인 백범 김구 선생을 만나 조국독립을 위해 기꺼이 한 몸을 던지게 되지요. 윤 의사는 4월 29일 상해 홍구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축하연(천장절-天長節)과 상해 점령 전승 기념행사장 단상에 폭탄을 던져 상하이 파견군 시리카와 대장, 상하이 일본거류민단장 가와바타 등을 즉사시켰으며, 제3함대 사령관 노무라, 제9사단장 우에다, 주중공사 시게마쓰, 총영사 무라이 등에게 중상을 입혔습니다. 거사 직후 윤 의사는 체포되어 5월 25일 상하이 파견군 사령부 군법회의 예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요. 당시 이 소식을 듣고 국민당 총통이었던 장개석은 "중국의 100만 대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은 2021년 종묘대제를 오는 5월 2일 종묘에서 봉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종묘제례(宗廟祭禮)>는 조선시대 역대 임금과 왕비의 신주를 모신 종묘에서 지내는 제향의식을 말합니다. <종묘제례(宗廟祭禮)>는 국가무형문화재 제56호며, 우리 문화의 정수로 그 독창성과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 받아 2001년 5월 18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뽑혔고,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종묘제례를 지낼 때 무용과 노래와 악기를 사용하여 연주하는데 이를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이라고 합니다. 종묘제례악은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로 역시 ‘종묘제례’와 함께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뽑혔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도 올랐지요. <종묘제례>를 지낼 때는 절차마다 보태평과 정대업이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조상의 공덕을 찬양하는 내용의 종묘악장이라는 노래를 부릅니다. 또 <종묘제례악>이 연주되는 동안, 문무인 보태평지무(선왕들의 문덕을 칭송)와 무무인 정대업지무(선왕들의 무공을 찬양)라
[우리문화신문=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이제 본격적으로 농사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전 농업국가였던 우리나라는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무척 고심했지요. 그래서 세종 때에는 정초 등이 지은 《농사직설((農事直說)》이란 농업책이 나왔고, 효종 때는 신속이 엮은 《농가집성(農家集成)》 같은 책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농사관련 책으로 《과농소초(課農小抄)》도 있는데 이 책은 《열하일기》, 《허생전》 등으로 유명한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朴趾源)이 쓴 책입니다. 《과농소초(課農小抄)》는 충남 당진의 면천(沔川) 군수였던 박지원이 1799년에 썼는데 땅을 깊숙이 갈아 잡초를 제거하는 따위의 농경법을 개량하여, 노동력을 줄이고서도 더 많은 수확을 할 수 있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으며 또 농민들에게 지우는 부역을 줄이고, 농기구의 개량을 통해 노동력을 절감할 방법을 꾀하기도 했지요. 그뿐만 아니라 농업 생산력을 늘리는 방법으로 땅에 거름을 주는 방법의 개선과 논에 물을 대는 방법의 개량을 논하기도 했습니다. 박지원은 사행단을 따라 청나라에 가서 중국 농업의 현황을 살펴 조선과 중국의 농학을 견주면서 책을 썼는데 그는 이 책에서 농촌 경제를 안정시키려면 토지제도를 개혁해야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입는 옷이 배냇저고리입니다. 오희문이 쓴 임진왜란 때 9년 3개월에 걸친 피란일기 《쇄미록(尾錄)》에 “오늘이 곧 새로 난 아기의 삼일이다. 몸을 씻기고 비로소 새 옷을 입히고 이름을 창업이라고 지었으니…"라는 대목이 있는데 여기서 새 옷이 바로 배냇저고리를 뜻합니다. 태어난 지 이레 만에 입힌다고 하여 ‘일안저고리’, ‘이레안저고리’, ‘이란저고리’라고도 하였고, ‘배안의 옷’, ‘첫돈방’이라고도 했으며, 제주도는 특이하게 삼베로 지어 ‘봇뒤창옷’이라고 했지요. 배냇저고리는 품을 넉넉히 하고 길이를 길게 해 배 아래까지 덮었으며, 소매도 길게 해서 손을 완전히 감쌌습니다. 깃과 섶을 달지 않고, 아기의 수명이 실처럼 길게 이어지라는 뜻에서 고름 대신 길게 무명 실끈을 꼬아 붙여 앞을 여며줍니다. 갓난아기는 목욕을 자주 해주어야 하는데 이때 입고 벗기기가 아주 편한 옷이 바로 배냇저고리입니다. 남자아기의 배냇저고리는 재수가 있다 하여 시험을 보거나 소송이 벌어졌을 때 부적같이 몸에 지니는 풍습이 전해집니다. 집안의 장수한 어른이나 어머니의 옷으로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입히기도 했지요. 엄마가 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쑥쑥 새순 돋는 봄날 / 명자야 명자야 부르면 / 시골티 물씬 나는 명자가 / 달려나 올 것 같다 / (가운데 줄임) 사랑도 명자꽃 같은 것이리라 / 흔해 빠진 이름으로 다가왔다가 /가슴에 붉은 멍울로 / 이별을 남기는 것이리라 / 명자야 명자야 / 눈물 같은 것 버리고 / 촌스러운 우리끼리 바라보며 / 그렇게 한세상 사랑하자” 위는 목필균 시인의 <명자꽃 만나면>이란 시입니다. 명자꽃은 작지만 화사한 아름다움으로 볼수록 신비한 매력이 숨겨진 꽃입니다. 4~5월에 피는 들꽃이지만 관상용으로도 많이 기릅니다. 한방에서는 목과(木瓜)라 하여 한약재로 쓰는데 경기도에서는 아기씨꽃 또는 애기씨꽃이라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산에 피는 해당화라 하여 산당화(山棠花)라고 하며, 처자화, 당명자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시골 한적한 곳을 지나다 문득 발견한 붉은 꽃. 묘한 아름다움에 끌려 한참을 들여다보지만, 처음엔 그 이름을 알 수 없었지요. 집에 와서 식물도감을 찾아본 뒤에야 이 꽃에 “명자”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명자”라는 이름을 촌스럽다고 합니다. 하지만 명자꽃은 꽃이 아름다워 아녀자가 이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공 부 - 김기준 운구를 해 보면 안다 저 길이 곧 나의 길이라는 것을 운구를 하다 보면 철이 든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언젠가 친구를 운구해 보면 이윽고 깨닫게 된다 먼 길 가는 길이 이미 훨씬 전부터 시작되었음을 운구는 하늘이 주신 기회이자 참다운 공부다 “눈물 짓고 이별하고, 황천길로 떠날 적에” / “빈손 들어 배 위에 얹고, 황천길로 들어갈 때 /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밖이 저승이라 (가운데 줄임) 방문 안을 바라보니, 머리맡에 약그릇과 / 지성구원 하던 모양 여기저기 던져있고” / 처자권속 돌아앉아, 눈물 짓고 있는 모양 / 산천초목도 설워하고, 일촌간장이 다 녹는다.“ 이는 서울시 휘몰이잡가 예능보유자 박상옥 명창이 부르는 상엿소리 사설이다. 우리 겨레는 사람이 살다가 이승을 떠나면 상여를 태워 저세상으로 보낸다. 이 세상 사는 동안에는 온갖 궂은 삶을 살았다 하더라도, 이승을 떠나는 마지막에는 누구나 아름다운 꽃상여를 태워주었다. 뒤에 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주검을 운구한다. 앞에는 동네에서 가장 목청 좋고 곡을 잘하는 사람이 상엿소리를 하고 좌우로는 상여꾼들이 적게는 20명이 좌우에서 상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