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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버선코 날 세운 도도함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6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은 장 도

 

                                    - 김남희

 

       가까이 오지마라

       나는 시퍼렇게 독기 품은

       조선의 여자다

       굽힐 줄 모르는 정절

       당당함이 미덕이다

       가슴에 숨기고 살아온

       꽃다운 순애보

       조선 여자의 자존심이다

       맺히고 맺힌 한 올올이 풀어

       흰 버선코 날 세운 도도함으로

       그대 앞에 선 수호신이다

 

 

 

 

지난 1982년 8월 5일부터 1982년 10월 29일까지 방영된 MBC 텔레비전에서는 여인열전 세 번째 시리즈로 이혜숙, 유인촌 주연의 <은장도>가 방영되었다. <은장도>는 사대부 가문에서 양반집 여인이기에 겪어야 하는 정한 속에서 굴하지 않고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여인의 역정을 그렸다. 은장도는 은으로 장식한 작은 칼로 고려시대부터 성인 남녀들이 호신용으로 지니고 다녔으며 특히 임진왜란(1592) 이후부터는 사대부 양반가문의 부녀자들이 순결을 지키기 위해 몸에 지녔다. 여인들의 장도는 이후 노리개 장식으로도 쓰여 화려한 모습도 나타나게 되었다.

 

여인들이 몸에 지녔던 것은 은(銀)장도가 주였지만 은장도 말고도 칼자루와 칼집의 종류에 따라서 백옥(白玉)장도, 죽(竹)장도, 먹감장도, 오동(烏銅)장도, 대모(玳瑁, 바다거북의 등딱지)장도, 상아(象牙)장도 따위가 있고, 형태로는 원통형, 사각형, 육각형, 팔각형 따위가 있었다. 장도는 몸에 차고 다니는 것을 패도(佩刀)라 하고,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을 낭도(囊刀)라 했다. 조선 연산군 때와 현종 때는 이 은장도를 금했는데 이는 금과 은의 사용이 사람의 귀천을 가리는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김남희 시인은 은장도를 가슴에 품고 살아왔노라고 노래한다. “맺히고 맺힌 한 올올이 풀어 흰 버선코 날 세운 도도함으로 그대 앞에 선 수호신이다.”라며 가까이 다가오지 말란다. 암튼 이제는 조선의 여인들도 은장도를 잊고 살아가지만, 김남희 시인만은 여전히 몸과 마음을 은장도로 다잡고 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