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타슈켄트에서 산 쌀이 남아 있어서 아침 식사로 밥을 해서 먹었다. 달걀후라이를 만들고 반찬은 내가 가져온 고추장과 멸치, 그리고 매실 반찬을 먹었다. 식후에 믹스커피까지 타서 먹으니 순례자의 식단으로서는 매우 훌륭한 식사이었다. 오늘은 트빌리시 관광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일찍 숙소를 나서서 성곽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러 걸어서 갔다. 쿠라강을 가로지르는 고풍스런 다리를 지나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가는데 예쁜 아가씨가 나타나서 모터보트를 타라고 선전한다. 원래 모터보트 관광은 일정에 없었다. 보트를 30분 타는데 40라리(우리돈으로 1만5,000원)라고 한다. 병산과 나의 공통점은 미인계에 약하다는 것. 결국, 우리는 조지아 미인에게 넘어가 모터보트를 타고 말았다. 배를 타고 가며 트빌리시의 시가지와 옛 성터 등을 볼 수 있었다. 배에서 내려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숙소에서 보이는 성곽으로 올라갔다. 트빌리시 사방이 내려다보이고 전망이 좋았다.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능선을 따라 조금 걸으니 작은 성당이 나타났다. 들어가 보니 정교회 성당이다. 정교회 성당 내부를 구경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분위기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기차를 타고 가면서 날이 밝았다. 조지아 국경에 도달하자 기차는 멈추고 검문과 입국 수속이 있었다. 승무원에게 여권을 넘겨주고 승객들은 모두 기차 밖으로 나갔다. 입국 수속에 시간이 좀 걸리나 보다. 나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기차에서 내려 체조도 하고 생명탈핵 유인물도 나눠주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을 발견하면 실크로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서울에서 로마까지 순례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놀라면서 관심을 보인다. K-pop의 영향인지 사람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매우 반갑고 친절하게 대해준다. 기차에서 손말틀(휴대폰)로 아제르바이잔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나는 무시무시한 사건을 알게 되었다. 종교가 다른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가 적대 관계인 것은 알았지만 이처럼 불구대천지원수 관계인 것은 몰랐다. 2004년 1월, 나토(NATO)의 후원을 받은 군사 훈련 세미나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렸다. 이 세미나에 여러 국가의 장교들이 파견되었는데,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장교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2월 18일, 아제리 장교 라밀 새패로프는 시장에서 구입한 도끼날을 예리하게 갈기 시작한다. 2월 19일 밤, 새패로프는 아르메니아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바이러스는 생명체? 세균보다 작아서 세균여과기로 분리할 수가 없으며 전자현미경을 사용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은 입자(粒子)를 바이러스라고 한다. 바이러스는 너무 작아서 1950년대에 전자현미경이 개발되면서 비로소 그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여기에서 입자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사실 바이러스는 무생물적인 특성이 있어서 “바이러스가 생명체다.”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바이러스는 기존 생명체의 정의에 포함시키기가 모호하다. 생명체라고 하면 세포로 구성되어 있고, 또 대사 작용을 하고 자손을 남겨야 한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세포가 없이 단지 유전정보를 가진 핵산과 영양물질인 간단한 단백질만으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다. 바이러스는 평상시에는 생명체의 가장 큰 특징인 성장과 복제라는 특성을 보이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소금 결정처럼, 또는 석회석이나 철분 같은 광물질처럼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할 수가 있으므로 생명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일단 다른 생명체의 세포 안에 침입하면 필요한 영양물질을 흡수하고 분열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생물학자는 바이러스를 생명체라고 말하는가, 비생명체라고 말하는가?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오늘은 바쿠시의 외곽으로 나가 유전을 찾아 보기로 했다. 병산과 나는 순례자의 복장으로 깃발과 유인물을 들고 또 바퀴달린 여행 가방을 끌면서 호텔을 나섰다. 밤 기차표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우리는 호텔로 돌아오지 않고 오후에 직접 역으로 갈 계획이다. 카스피해 쪽으로 걸어가서 시내 관광버스를 탔다. 관광버스는 2층 버스였는데, 마침 견학을 가는 중학생들이 함께 탔다. 시내를 둘러본 뒤에 지하철을 타고 교외의 종점에서 내렸다. 현 위치를 구글 지도로 찾아보니 ‘카타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우리는 길 건너편에 있는 햄버거 가게를 발견하고 여행 가방을 끌면서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가 다가오더니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영어를 할 줄 알면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아제리(아제르바이잔을 줄인 말) 사람은 정말로 외국인에게 매우 친절하다.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고 우리는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낯선 거리이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버스 노선과 버스 번호, 도착 예정 시간 등은 모두 병산이 휴대폰으로 확인한다. 나는 그저 병아리가 어미닭을 따르듯 병산을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 참으로 편한 여행이다. 버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이슬람(Islam)은 종교의 이름이다. 아랍어로서 이슬람(al-islām)은 ‘알라에게 복종하다’라는 뜻으로 ‘복종’을 의미하는 ‘아살라마’(asalama)에서 파생한 것으로 무함마드가 만든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슬람을 회교(回敎)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중국에서 이슬람을 회회교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한다. 간혹 이슬람을 마호메트교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으나 이것은 잘못이다. 이슬람은 무함마드를 믿는 종교가 아니며, 알라를 유일신으로 믿는 종교다. 무슬림은 알라에게 복종한 자, 곧 이슬람 신자를 가리킨다. 여자 신자는 무슬리마라고 부른다. 모든 사람은 알라 앞에서 평등하다. 이슬람은 절대자인 알라와 인간 사이에 일체의 매개자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신부나 목사 또는 승려 같은 성직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이슬람이 다른 종교와 구별되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무슬림들은 성장 과정에서 이슬람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이를 바탕으로 누구나 선교사나 종교 교육자로 활동할 수 있는 자질을 습득하게 된다. 따라서 이슬람은 따로 성직자들을 둘 필요가 없다. 이슬람에서 특히 수니파에서 이맘은 예배할 때에 맨 앞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모든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호텔 식당에서 양식으로 아침 식사를 간단하게 먹었다. 오늘은 마침 일요일이기도 하고 또 계속 강행군을 한 것 같아서 나는 하루 쉬겠다고 병산에게 말했다. 씩씩한 병산은 깃발과 팜플렛을 가지고 혼자서 시내 관광을 나섰다. 병산은 60을 넘은 노교수이건만, 꿈이 많은 그는 아직도 활력이 넘친다. 요즘 사람들은 영양도 좋고, 또 몸 관리를 잘해서 옛날 사람에 견주면 자기 나이에 0,8을 곱한 나이가 건강 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옆에서 보기에 병산의 건강 나이는 0.7을 곱해야 맞을 것 같다. 나는 하루 쉬면서 타밈 안사리의 책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었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Muhammad는 아랍어이며, 영어로는 Mahomet)는 아라비아반도 홍해 연안에 있는 국제도시 메카에서 서기 570년 무렵에 태어났다. 태어난 정확한 날짜는 알 수 없는데, 그 당시에는 아무도 무함마드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함마드의 아버지는 가난했으며 그는 유복자였다. 그의 어머니는 무함마드가 여섯 살 때 죽고, 그는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가 할아버지가 죽은 뒤에는 삼촌이 길렀다. 어린 시절 무함마드는 고아들이 겪는 모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오늘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떠나 아제르바이잔의 바쿠로 이동하는 날이다. 병산의 원래 계획은 배를 타고 카스피해를 건너는 것이었는데, 유람선이 운항을 중단했다고 해서 비행기로 이동하기로 했다. 우리는 간단히 아침 식사를 끝내고 숙소를 청소하였다. 우리는 타슈켄트 공항에서 낮 12시 30분에 출발하는 아제르바이잔 항공사 비행기를 타야 한다. 우리가 5일 동안 머물렀던 민박집 주인에게 열쇠를 반납하니 그녀는 친절하게도 우리를 공항까지 승용차로 태워다 주었다. 두 시간 비행 후에 우리는 카스피해의 연안 도시인 바쿠 공항에 도착하였다. 바쿠는 아제르바이잔 공화국의 수도로서 석유 생산기지로 알려져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인접한 아르메니아. 그리고 조지아와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불린다. 여행사의 광고문을 보면 코카서스 3국을 ‘신화와 전설의 나라’라고 표현하였다. 왜 이러한 표현이 나왔을까? 고대 그리스인들은 코카서스(Caucasus)산맥이 이 세상 끝의 경계선이라고 생각했다. 코카서스산맥은 평균 고도가 유럽의 알프스산맥보다 더 높은데, 중부 코카서스에는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4,807m)보다 더 높은 봉우리들이 12개나 솟아 있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티무르는 죽은 뒤에도 초자연적인 저주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20세기 초에 중앙아시아를 병합했던 소련의 고고학자들은 1942년 티무르의 무덤을 파헤쳐 그의 관을 열기로 결정했다. 이중으로 밀봉된 관 앞면에는 아랍어로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새겨져 있었다. “내가 일어나게 되면 전 세계가 공포에 떨게 되리라.”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이 경고를 무시하고 관의 첫 번째 봉인을 열었다. 그러자 두 번째 경고문이 나왔다. “누구든지 내 무덤을 여는 자는 나보다 더욱 무서운 침략자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고고학자들은 이 경고도 무시했다. 그리고 관을 열어 키가 180cm에 달하는 건장한 투르크인의 유골을 확인했다. 이로부터 불과 몇 시간 뒤, 결과적으로 티무르가 평생 살해한 수준(1,700만 명)의 소련인들이 불과 3년 만에 목숨을 잃게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치 독일이 전격적으로 소련 침공 작전을 개시한 것이다. 우리는 티무르 박물관을 둘러본 후에 걸어서 인근에 있는 타슈켄트 자연사 박물관을 찾아갔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내가 흥미롭게 본 것은 아랄해 사진이다. 아랄해에 두 개의 큰 강이 정상적으로 흘러들었을 때 아랄해는 세계에서 4번째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다. 병산도 아침형 인간이다. 병산은 아침 일찍 일어나 어제 일정을 되돌아보며 생명탈핵 실크로드 카페에 순례일지를 쓴다. 어제 찍은 사진을 올리고 중간중간에 사진 설명, 여러 가지 소식, 그날 만난 사람과 들러본 경치에 대한 느낌 등등을 간단히 기록한다. 병산이 순례일지를 쓰면 내가 영어로 번역한다. 오늘도 새벽 3시쯤 일어나 어제 병산이 쓴 순례일지를 번역하였다. 내가 번역을 끝내면 순례단을 지원하는 이승은 간사가 번역문을 사진과 함께 실크로드 영문 카페에 올린다. 간사는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거의 실시간으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다. 세계는 인터넷과 휴대폰을 통하여 실시간으로 그리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불과 30년 전과 견주면 참으로 놀라운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순례일지 번역을 끝내고도 시간이 남아서 안사리의 이슬람 역사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슬람의 눈으로 본 세계사》는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위 지도에서 까만색 부분은 이슬람 인구가 50%를 넘는 이슬람 국가를 나타낸다. 지리적으로 보면 이슬람 국가들은 유럽과 미국을 합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교수] 7/18(목) 오늘은 타쉬켄트 근처에 있는 아리랑요양원을 방문하는 뜻깊은 날이다. 아리랑요양원은 노무현 정부 때 우즈벡 정부와 공동으로 지원하여 설립되었는데, 현재 82살 이상의 고려인 노인 38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82살 이상으로 입원 자격을 제한한 이유는 강제이주가 이루어진 1937년 이전에 연해주에서 태어난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간단히 숙소에서 해결하고 병산과 나는 씩씩하게 순례길을 나섰다. 병산이 구글 지도를 이용하여 거리를 재보니 아리랑요양원이 있는 아마드 야사비이 마을까지는 24km이다. 아직은 오전 시간이라 뜨겁지는 않아서 우리는 순례자라는 이름에 걸맞게 걸어가기로 했다. 자동차가 많이 다니는 큰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시끄럽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하다. 병산은 원칙에 충실한 지도자지만 때로는 유연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병산이 구글 지도를 확인하더니 지름길을 찾아내었다. 그러나 지름길은 양쪽 도로 중간에 있는 철도 때문에 100m 정도 연결이 되지 않는다. 병산은 좌우로 기차가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더니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성큼성큼 철길을 건넌다. 나도 순례단원으로서 무조건 병산을 따라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