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구성원을 무생물,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으로 분류하였다. 그에 따르면 무생물이라는 질료(형식을 갖춤으로써 비로소 일정한 것으로 되는 재료)에 나서 자라고 번식의 능력을 갖춘 것이 식물이다. 식물의 속성에 추가로 운동과 감각의 능력을 갖춘 것이 동물이고, 동물의 속성에 이성을 추가로 갖춘 것이 인간이다. 인간을 식물이나 동물보다 높은 차원의 존재로 보는 이러한 자연관은 인간의 자존심을 만족시켰다. 이러한 자연관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이며 서양 철학의 원조 격인 플라톤을 거치고, 신약성서의 서간문들을 쓴 바울을 통하여 기독교에 흡수되었다. 유태교에서 비롯된 기독교에서는 인간은 하느님의 형상을 닮은 영혼을 가졌기 때문에 강과 산은 물론, 다른 동물과 식물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기독교 사상은 오랫동안 서양인의 자연관을 지배했다. 현대의 환경위기가 기독교의 잘못된 자연관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매우 도전적인 견해가 미국의 역사학자인 화이트(L. White) 교수에 의해 1967년 Science 지에 발표되었다. 이 주장에 따르면 본래 유럽 사람들은 물활론(세상 만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다리를 하나 건너자 드디어 청령포가 보인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배가 멀리 보인다. 청령포에 가까이 가자 강변에 소나무 숲이 나타난다. 소나무 숲 사이에 비석이 서 있다. 가까이 가보니 왕방연 시조비다. 단종 유배길의 호송 책임을 맡은 금부도사 왕방연이 임무를 끝내고 한양으로 돌아가다가, 비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어 이곳에서 청령포를 바라보면서 시조를 읊었다고 전해진다. 이 시조가 <단장가>로서 영조 때에 펴낸 《청구영언》에 전한다. 천만리 머나먼 길에 고은 님 여의옵고 이 마음 둘 데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안 같아야 울어 밤길 예놋다. 시조비가 서 있는 울창한 소나무숲을 솔모정이라고 한다. 소나무 숲이 마치 멋들어진 정자를 떠올리게 한다고 하여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왕방연 시조비는 1984년에 세워졌다. 솔모정을 지나자 왼쪽에 커다랗게 움푹 꺼진 분지가 나타난다. 이곳이 ‘영월 강변 저류지’다. 영월 저류지는 홍수가 나면 침수되어 물난리가 나는 방절리 일대를 홍수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영월 저류지 조성 공사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일부로 추진되었다. 2010년 6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10월 21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김형대 박인기 이규석 최경아 최돈형 홍종배, 모두 7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평창강 제13구간은 영월읍 방절리 선돌이 바라보이는 곳에서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에 이르는 7.2km다. 이날 답사에는 시인마뇽과 석주, 해당이 불참하였다. 대신 용평면에 사는 최경아 사장과 강릉에 사는 김형대 다큐멘터리 감독이 참여했다. 김 감독은 KBS에서 근무할 당시, 유명한 다큐멘터리 차마고도 6부작 제작에 참여했다니 다큐멘터리 분야의 최고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나는 2015년에 평창으로 귀촌하여 봉평성당에 다니면서 한경주라는 분을 만났다. 이분은 보이차 전문가로서 이효석 문학의 숲 앞에서 평화다원을 운영하고 있다. 김 감독이 한 원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보이차 인생”이라는 제목의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중간에 나는 김 감독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평창강 따라 걷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김 감독은 관심을 보이며 이날 답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는 청령포 주차장에서 11시 30분에 만나 영월읍내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지금 많은 국민이 잊고 있는 운하가 하나 있다. 인천 앞바다에서 김포시의 한강까지를 연결하는 길이 18km의 경인운하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업이었지만, 이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지역 언론에서만 일부 보도가 되고 있을 뿐 대부분 언론은 보도하지 않는다. 주류 언론이 보도하지 않으니 일반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지고 있다.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김포 일대의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하여 건설부에서는 방수로 사업을 1990년대에 진행하고 있었다. 경인운하 사업은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정부에서는 1995년에 경인운하를 민간투자대상사업으로 선정하고 1998년 3월에는 (주)경인운하가 사업시행자로 선정되어 실시협약까지 체결하였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단체들이 경제성과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경인운하 반대 운동을 펼쳤다. 2002년에 한국개발연구원에서 2차에 걸쳐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비용편익 비율(B/C 비율)이 0.82와 0.92로 나왔다. 경인운하는 경제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다. 비용편익 비율은 대규모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실시하는 경제성 평가 지표이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고전 물리학을 완성한 뉴톤이 생각한 시간(time)과 공간(space)은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생각한 시간과 공간은 분리될 수 없으므로 시공간(timespace)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별이다. 나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두 권의 물리학책을 읽어 보았다. 첫 번째 책은 《우주의 구조》라는 제목의 책으로서 수원대의 박배식 교수가 추천하였다. 2004년에 펴낸 이 책의 저자인 그린(Brian Greene)은 우주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수식을 하나도 쓰지 않고 순전히 말과 그림으로만 설명한다. 두 번째 책은 평창강 걷기를 시작한 뒤에 만난 홍 교수가 나에게 읽어 보라고 준 《우주와 나》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용민 교수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물리학자로서 통일장 이론의 발전에 공로가 크다고 한다.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 펴낸 이 책은 조용민 교수가 친필 사인을 해서 홍 교수에게 주었는데, 홍 교수가 내가 우주에 관해 관심을 보이자 나에게 준 것이다. 이 책 역시 수식을 동원하지 않고 일반인을 위해 쉽게 쓴 책이다. 미국의 물리학자 그린은 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시공간을 다음과 같이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강의 동쪽 우리가 걷는 지역은 북쌍리이고 강의 서쪽은 후탄리이다. 북쌍리(北雙里)는 1914년 행정 구역 개편 때에 북상리(北上里), 북하리(北下里), 평동 일부를 병합하면서 북상, 북하의 이름을 따서 북쌍리라고 하였다. 약 30분 정도 걸어 오후 1시 10분에 아담한 정자에 도착했다. 이 정자가 특이한 점은 반듯한 의자가 7개 놓여 있다는 것이다. 정자 앞에는 들골마을 표지석이 서 있다. 들골(坪洞)은 들녘이 넓은 골짜기여서 들골이라고 이름지었다. 신(辛)씨, 이(李)씨, 안(安)씨들의 집성촌으로 농사가 잘되는 부촌이라고 한다. 들골마을 표지석 뒷면에 마을의 유래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 마을(들골)의 형성 연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일찍(신석기시대)부터 농경을 하여 고려말 무렵에 촌락이 형성되어 약 15세기경 평동으로 집성촌이 이루어졌다. “여의도서” 편찬 당시 서면 북포리로 불리어 지었으며 이후 서면 북포리의 범위가 축소되면서 서면 평동지역이 커짐에 따라 북포리에서 새로운 리로 분화되었다. 우리 마을은 상평동과 하평동으로 분화되어 왔으며, 상평동은 “윗들골” 하평동은 “아랫들골”로 하였다. 일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윤석열 후보는 지난 2022년 3월 9일 실시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0.73% 차이로 이재명 후보를 이기고 당선되었다. 그동안 원전 문제에 관해서 몇 차례 이곳에서 글을 쓴 필자는 한 가지 걱정이 생겼다. 새 정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라는 국정 노선을 뒤집고 새로이 원전을 건설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를 이룩하는 중간에 어떤 정책에 관해서 국론이 갈릴 때 흔히 적용하는 해결 기준이 있다.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조사해 보자”라고 제안하면 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제안의 장점은 선진국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은, 달리 말하면 후발자의 유리함이라고 볼 수 있다. 2011년 3월에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에 대해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1986년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홍역을 치른 유럽 국가들은 긴장하였다. 후쿠시마는 먼 일본에 있지만 방사능 오염은 국경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바람과 해류를 타고 방사능 오염은 전 세계의 대기와 바다로 퍼질 수가 있어서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답사 날자> 2021년 10월 14일 목요일 <답사 참가자> 이상훈, 이규석, 박인기, 원영환, 최돈형, 홍종배 모두 6명 <답사기 작성일> 2021년 10월 22일 금요일 평창강 제12구간은 두 구간으로 나누어서 걸었다. 지난번 종점인 영월군 남면 북쌍리 소석 카페 입구에서 남면 북쌍리 평창강 좌안 끝이 12-1구간 도착점이다. 거기서 차로 다음 구간으로 이동한다. 12-2 구간의 출발점은 영월군 남면 서강로에 있는 서강민박집 앞 평창강가고 도착점은 선돌관광지 아래 평창강가다. 강변길이 끊어져 있어서 부득이 차를 타고 작은 산을 돌아 건너편 강가로 가야 한다. 이날 답사에는 시인마뇽과 해당이 불참하였다. 은곡은 도마 사업 때문에 두 번을 빠지고 이날 다시 나왔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가웠다. 은곡은 평창군 방림면에 사는데 트럭을 운전하기 때문에 답사 인원이 많을 때는 큰 도움이 된다. 우리 답사팀은 은곡 집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지난 4월 8일, 평창강 따라 걷기 제4구간을 마치고 그날 밤에 4명이 방림면 여우재 고개 정상 근처에 있는 은곡 집에 갔었다. 본채 앞에 목각 작업실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작은 다리(산정교)를 하나 건너자 이제 길은 오르막길이다. 고갯길을 천천히 올라가다 보니 오른쪽에 가지가 길 쪽으로 늘어진 대추나무가 나타난다. 이 지역은 대추나무가 잘 되는가 보다. 앞서가던 사람이 대추를 따서 먹어 보더니, 맛이 좋다고 소란을 떨었다. 뒷사람도 대추를 따고 있는데, 갑자기 집주인 여자가 나타나 앙칼진 목소리로 야단을 친다. 남의 대추를 함부로 따먹는다고. 우리는 당황하여 ‘죄송합니다’, ‘미안합니다’를 한마디씩 했다. 나도 큰 소리로 ‘미안합니다’라고 외쳤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이 맞는가 보다. 우리가 모두 미안하다고 하니, 주인 여자는 우리를 째려보더니 그냥 들어가 버린다. 휴우, 다행이다. 지나가면서 자세히 보니 대추나무를 심은 집은 살림집이 아니고 ‘한반도 식당’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걸려 있다. 장사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인심이 사납다고 생각되었다. 출발한 직후 길가에서 대추를 따 먹었을 때는 아무 말이 없었는데... 그런데 길가로 뻗어 나온 가지에서 대추를 따 먹는 행동이 죄가 될까? 예를 들어 담장을 넘어온 감나무 가지에서 감을 따 먹으면 어떻게 되나? 궁금할 때는 슬기말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 교수] 전통 농업사회에서는 쓰레기라는 것이 따로 없었다. 식량과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서 자연의 순리, 요즘 용어로 말하면 생태계의 원리에 따라 살았기 때문에 쓰레기가 과잉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무나 종이, 볏짚은 태워서 요리와 난방에 사용하였다. 우리 선조들은 집집이 가축을 기르고 마당을 가지며 텃밭을 가꾸었다. 음식물 찌꺼기는 개나 닭, 돼지의 먹이가 되었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스티로폼 등이 개발되기 전에는 물질의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나무를 태우고 남은 재도 그냥 버리지 않고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였다. 강화도에서 발견된 금표에는 ‘기회자 장삼십, 기분자 장오십 (棄灰者 丈三十, 棄糞者 丈五十’이라고 쓰여 있다. 재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곤장이 30대요, 똥을 함부로 버리는 사람은 곤장이 50대라는 경고문이다. 재나 똥이 모두 다 농사에 유용한 자원인데 그것을 함부로 버리는 행위를 죄로 간주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수천 년 동안 농사를 짓고 살면서도 비옥한 땅을 유지하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가 있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여전히 옛날의 가치관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버릴 쓰레기가 없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