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 줄잡다[뜻] 줄거리만 어림으로 헤아려 보아 가장 적게 셈 치다[보기월]제가 갔을 때 관장님께서 꺼내 놓으신 것만도줄잡아예순 권은 넘어 보였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누가 갖다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무엇이든 얻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하는 것이겠지요. 저도 발품을 좀 팔았습니다. 옛날 배움책에 토박이말이 많이 있었다는 글만 보고 이야기만 들었지 제 눈으로는 못 봐서 언제 그걸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었습니다. 옛날 배움책을 살 수 있으면 사서 봐야지 했는데 팔겠다는 사람도 없었거든요. 충주 한글 박물관 김상석 관장님께서 갖고 계신 옛날 책들을 구경할 수 있게 해 주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날을 잡아 갔습니다. 제가 갔을 때 관장님께서 꺼내 놓으신 것만도줄잡아예순 권은 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자꾸 꺼내 오셔서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배움책을 본 것만으로도 놀랍고 고마웠습니다. 게다가 배움책 곳곳에 자리한 토박이말들을 봤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루만에 그 많은 것을 다 볼 수도 없어서 다음에 또 날을 잡고 와서 천천히 살펴보기로 했습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선바람 [뜻]이제(지금) 차리고 나선 그대로의 차림새 [보기월]일과 만남에 선바람으로 나선 길은 참 멀었습니다. 지난 엿날 일이 있어서 배곳에 나갔습니다. 더위에 지친 건 사람만이 아니었습니다. 곳곳에 있던 꽃동이들도 지친 것처럼 보였습니다. 앞서 꽃동이에 물 주는 일을 맡겼던 아이가 물을 주러 왔더군요. 그 아이가 애를 썼기 때문에 우리 뜸 꽃동이는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어서 참으로 고마웠습니다.간 김에 그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올 수 있어서 제 마음도 좋았습니다. 뜸 아이들 모두에게 잘 지내는지 묻는 기별도 보냈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지 글갚음을 하는 아이들은 없었지요.^^ 엿날은 일이 있어서 서울에 갔었습니다.일과 만남에 선바람으로 나선 길은 참 멀었습니다. 막바지 더위에 시원한 곳을 찾는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서울로 가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서울 안에는 수레가 더 많았습니다. 길이 막혀서 때를 맞추지는 못했지만 일은 잘 봤고 오랫만에 좋은 분도 만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밝날 낮에는 충주 한글박물관에서 보냈습니다. 옛날 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애나다 [뜻]안타깝고 속(마음)이 언짢아지다.[보기월]애난사람은 저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더 크게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안 좋은 마음은 둘레 사람에게 잘 번진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틀린 말이 아닌가 봅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갖고 있어도 그 좋은 마음은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 가지 못하는데 안 좋은 마음, 생각, 짓은 쉽게 퍼지니 말입니다. 한 사람이 가지는 마음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기분은 또 다른 안 좋은 기분을 절로 생기게 하고 또 옮아 간다는 걸 어제 오늘 저를 보면서 똑똑히 봤습니다. 자랑스럽게 다른 뜸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었던 연극을 못 보여 준 일도 있고, 갑자기 돌아가신 분들 일도 있어서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제 마음이 그랬으니 말입니다.애난사람은 저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더 크게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보여주겠다고 했다가 못 보여주게 되어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 했던 제 마음을 알 까닭이 없으니 어쩌겠습니까. 그런 제 마음이 아이들에게 옮아간 것이겠지요. 있으나 없으나, 하나 마나 다름이 없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흐슬부슬 [뜻]차진기가 없고 부스러져 헤어질 듯한 모양[보기월]그런데 매미 몸은 벌써흐슬부슬곧 부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언제부터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매미 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저마다 생김새도 다르고 울음 소리도 달라서 어릴 때 울음 소리에 따라 이름을 붙여 부르던 게 생각납니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답다지만 시원하게 씻고 옷을 다 입기 앞에 땀이 나는 저는 더위가 반갑지 않습니다. 집을 나설 때 손쥬련(손수건)을 들고 나가 땀을 훔치며 갑니다. 배곳으로 오는 길, 땀을 닦느라 고개를 숙이니 바닥에 매미가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매미 몸은 벌써흐슬부슬곧 부스러질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서 그런 것인지 개미들이 달려들어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개미떼가 새까맣게 달라붙어 있었습니다. 벌써 그 매미는 한살이를 마친 것일 테지요. 우리가 못 보고 못 알아차리는 사이 그렇게 새롭게 태어나고 또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살이(생물)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것입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살아있음에 고마워해야 하고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서로 먼저 생각해 주고 높여 주며 살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서근서근하다 [뜻]1)사람 생김새나 됨됨이가 상냥하고 시원스러우며 붙임성이 있다.[보기월]처음 뵙고 이야기를 나눴지만 참 서근서근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아침부터 일이 꼬이고 꼬여서 땀을 더 많이 흘렸습니다. 뜻밖에 일이 일어나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한 때새(시간)를 보냈지요. 그 다음에는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땀을 한 바가지 흘렸습니다. 맡겨 둔 일이 다 잘 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들고 올라와 나눠 주려고 보니 제가 맡긴 게 아니라서 다시 갖다 놓고 오느라 그랬습니다. 낮밥을 먹으러 가서도 차분하게 밥을 못 먹는 아이들 때문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습니다. 끝내 마지막 쉬는 때는 골마루에서 장난을 치다가 다른 뜸(반) 갈침이한테 꾸지람을 듣는 아이까지 나왔습니다. 하마터면 옆에 있는 애들이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장난을 치고도 그게 얼마 만큼 큰일이었는지 모르는 아이 때문에 더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토박이말 갈침이 동아리 모임을 서둘러 끝내고 올해 토박이말 겨루기를 어떻게 꾸려 갈지 이야기를 나누러 교육청으로 갔습니다. 지난해와 좀 다르게 더 나은 겨루기가 되도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흐리마리하다[뜻]생각, 말, 일, 품(태도) 따위가 똑똑하고 뚜렷하지 않다.[보기월] 무엇이든지흐리마리한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닷날(금요일)은 궂은 날씨처럼 일도 기분도 좋지 않은 하루였습니다. 어른으로서 좀 앞찬 생각으로 좀 더 크고 넓은 마음으로 헤아려 주자 다짐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하는 아이들 때문에 한숨을 쉬게 됩니다. 무엇이든지흐리마리한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잘 하겠다고 다짐을 해 놓고 돌아서면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 한 사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다 들어 주고 받아 줄 수도 있고 타이르며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많은 아이들이 받는 아픔과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냥 타이르고 기다려 줄 수 없는 게 참일입니다.그나마 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함께 좋은 쪽으로 이끌어 가시고자 하는 어버이가 계셔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함께 힘을 모으면 조금씩 나아지게 될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엿날(토요일)은 쉬운 우리말로 학문하기 모임 말나눔 잔치에 다녀왔습니다. 나라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생그레[뜻]눈과 입을 살며시 움직이며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는 모양[보기월]미우니 고우니 해도 저희들끼리 놀면서생그레웃는 것을 보면 하나같이 다 예쁩니다. 어제 아침에는 해가 반짝 났다가 낮에는 구름이 많아져서 비가 올 것처럼 했는데 오지는 않았습니다. 날씨처럼 기분도 흐렸다가 해를 보니 맑아지는 듯했습니다. 안 좋은 기분이 안 좋은 생각을 불러 오고 안 좋은 생각은 안 좋은 일을 끌어 당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기분 좋게 살라고 하지요.^^ 이래저래 말을 안 듣고 말썽을 피우는 아이들, 한 마디도 지지 않으려는 듯이 말갚음을 하는 아이들 때문에 여러 갈침이들께서 속을 태우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그에 견주면 저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우니 고우니 해도 저희들끼리 놀면서생그레웃는 것을 보면 하나같이 다 예쁩니다. 그리 마음껏 놀게 하면 늘 예뻐 보이겠지요?^^ 잘한다 예쁘다 멋지다 좋다는 말만 하고 웃으며 지내고 싶습니다. 토박이말 가꿈이들과 만나는 날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배곳 여기저기에 붙여 둘 널알림감(홍보물)을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해 온 사람이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 토박이말]앞앞이 [뜻]저마다 한 사람의 앞에[보기월]앞앞이 놓인 먹거리가 많아 놀라웠습니다.지난해에는 마른장마라는 말이 어울리는 날씨였는데 올해는 장마에 어울리게 비가 내립니다. 아이들도 미리 알려주는 날씨에 맞춰 챙겨 오니 걱정이 없어 보입니다. 땅 위에 날아다니는 아이들을 다잡느라 힘이 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니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습니다. 이렇게 날마다 맛보여 드리는 토박이말과 함께 들려드리는 이야기를 제가 손수 쓰는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길어서 읽고 싶지 않은 분들도 있는 줄 잘 압니다. 하지만 제 글을 날마다 빠짐없이 끝까지 읽는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날마다 날라 드리는 곳이 많지만 그걸 읽어 주시는 분들은 어쨓든 제 마음을 알아 주시는 분들이라 믿기 때문에 더 고맙답니다. 저녁 모임이 있어서 때를 맞춰 가느라 발수레를 타고 갔습니다. 해가 다 지지 않아서 절로 땀이 났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렇게 땀을 흘리고 나니 몸이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모임에서 받아 든 먹거리는 사람 눈을 튀어 나오게 했습니다.앞앞이놓인 먹거리가 많이 놀라웠습니다. 그렇게 많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오늘의 토박이말 = 이창수 기자] [뜻] 감은 듯이 하면서 아주 가느다랗게 살짝 뜨고 보는 눈 [보기월] 샛눈을 뜨고 있는 아이들을 말리는 게 이끎이 일일 때가 많습니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장마철처럼 사람 마음도 그런가 봅니다. 날씨 탓을 하는 것 말고는 따로 그 까닭을 찾기 어려울 만큼 아이들 자리느낌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다잡느라 애를 쓰고 있습니다. 쉽게 되는 일이면 마음이 안 쓰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조금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아이들 마음을 다잡고 자리느낌을 가라앉히는 수가 있습니다. 배우는 때랑 쉬는 때를 가릴 수 있도록 하려고 배움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고 조용히 잘 배우겠다는 다짐을 하도록 합니다. 배움 차림이자 마음 차림이지요. 그런데 그게 요즘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앞에 서서 아이들을 이끄는 이끎이가 힘들다고 할 만큼 말입니다.샛눈을 뜨고 있는 아이들을 말리는 게 이끎이 일일 때가 많습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는 사람을 이끌고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걸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참마음으로 끊임없이 애를 쓰면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한다지만 기다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오늘 토박이말] 휘휘하다 [뜻]무서운 느낌이 들만큼 조용하고 쓸쓸하다.[보기월]찬바람이 부는 겨울 밤에휘휘했던그곳이 맞나 싶을 만큼 많았습니다. 어제는 토박이말 갈침이 배움 모임을 하는 날이라 수레를 몰고 나갔습니다. 아침부터 흐르는 땀을 말려 줄 바람틀을 가지고 갔습니다. 짐이 한 가지 더 늘어서 그런지 여느 날보다 땀은 더 흘렀습니다. 하지만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고 바람틀이 만들어 준 바람을 쐬니 시원했습니다. 저희들 머리 위에서 돌고 있는 바람틀을 두고도 제게 부럽다며 너스레를 떠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이제껏 제가 없이 지낼 때는 아무 말도 않던 사람들이 말입니다. 참일 없는 것보다는 좀 나은 거지 땀을 안 나게 할 만큼 시원하지는 않답니다.^^ 장마철 아니라고 할까봐 그러는 것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아침에는 안 왔는데 낮에는 오고 일을 마칠 무렵에는 싹 그쳤지요. 토박이말 모임을 마치고 반가운 분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오랜만에 밖에서 저녁을 먹고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참 배울 게 많다 싶었습니다. 먹으면서 오래 앉아 있어서 그런지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