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아직도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목소리가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오희옥 여성독립운동가! 그 이름을 당당하게 후손에 남기고 가신 자랑스러운 나의 어머니. 어머니는 당시 여성으로서 쉽지 않은 길을 걸으시며 강인한 의지와 뜨거운 나라 사랑을 보여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어머니! 저에게 어머니는 세상 누구보다 멋지고 존경스러운 분이셨습니다. 이제는 곁에 계시지 않지만,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굳센 정신은 제 안에, 그리고 우리 가족과 우리 국민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습니다. 언제나 그립고 또 사랑합니다.”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막내 따님-
이는 어제 일요일(16일) 저녁 4시, 국립현충원 충혼당에서 가졌던 오희옥 지사 타계 1주기 추도식에서 막내 따님이 어머님을 그리며 한 추도말이었다. 오늘은 제86회 순국선열의 날이다. 그러니까 지난해 오늘, 곧 순국선열의 날에 오희옥 지사께서는 우리 곁을 떠나셨다. 유일한 생존 여성애국지사로서 병상에서조차 ‘힘내라 대한민국’을 외치시던 지사님이 떠난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유족들이 마련한 조촐한 추도식에 참가하기 위해 찾은 국립서울현충원 충혼당으로 이어지는 길목에는 황금빛 은행잎이 마치 카펫을 깐 듯 곱게 깔려있었다. 가을 끝자락에서 쌀쌀한 바람 한 줄기가 떨어지는 은행잎 사이로 휘~익 하고 지나갔다. 지난 1년 동안 일본에서 참배를 위해 찾아온 마츠자키 에미코(일본 고려박물관 운영위원) 씨를 안내하는 등 서너 번 찾아가 뵈었는데 그때마다 효성스러운 자녀들이 번갈아 찾아와 꽂아놓은 아름다운 꽃들로 납골함은 언제나 환한 모습을 하고 있던 기억이다.
오희옥 지사의 자녀들과 함께 납골함에서 묵념을 마친 우리들은 제례실로 자리를 옮겼다. 자녀들은 어머니 1주기를 맞이하여 각자 정성껏 준비한 떡이며, 전, 과일 등을 제상에 차려 놓고 큰절을 올렸다. 그리고 사랑하는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 가득한 인사말을 마치 살아계신 어머니께 건네는 듯 서로 나눴다.
특히 큰아들로 어머니의 오랜 병상을 지키던 김흥태 선생은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에 뛰어든 어머님은 광복 뒤에는 교사로서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독립정신과 나라사랑의 발자취를 깊게 남기셨습니다. 2002년에 창립된 용인독립운동기념사업회 고문으로 어머님이 함께 해온 덕택에 기념사업회는 국내에서도 그 위상이 높아졌으며 질적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지금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용인시와 함께 추진 중인 '월호 오희옥 기념관'건립이 이루어지면 기억과 추모는 물론 체험과 학습의 장으로서 미래세대에게 영원한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어머님! 우리 가슴속의 별이 되어 우리나라가 밝은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십시오”라는 말로 어머니를 추도하여 장내를 숙연케 했다.
김흥태 선생은 지난 15일(토), 용인 교육지원청에서 용인소재 고등학교 1학년생 31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자리에서 어머니 오희옥 지사에 관해 특강했다. 이날 강의에 참석한 학생들은 용인 교육지원청 주관으로 중국내 독립운동 유적지 답사를 끝내고 귀국한 학생들로 답사 일정의 마지막을 '용인의 3대(代)를 이은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일가(一家)' 이야기로 마무리했다. 이번 특강은 답사단을 이끈 강연수(용인 성지고) 선생과, 오희옥 지사의 진명여고 후배인 손숙(용인 신봉고) 선생 그리고 용인 교육지원청 김진영 주무관의 협력으로 마련되었으며 오희옥 지사 1주기 (11월 17일)를 앞둔 기획이라서 더욱 뜻깊었다.
한편, 용인 출신인 오희옥 지사의 고향(용인시)에서는 지난 11월 8일(토) <오희옥 지사 추모 1주기>를 앞두고 용인역사청소년 뮤지컬단이 마련한 ‘용인 수지청소년 꿈머굼 축제’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오희옥 지사의 아드님 김흥태 선생은 어머니를 위한 ‘기억과 추모’의 헌정곡을 제작하여 창작뮤지컬로 승화시킨 용인역사청소년 뮤지컬단원들의 헌신과 노력을 높이 샀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26일(토)에는 역사청소년 뮤지컬단과 오희옥 지사 유족이 만나 한국의 독립역사와 나라사랑 정신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이를 토대로 역사청소년 뮤지컬단이 여성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를 다룬 뮤지컬 공연 무대를 만들었다.
조국 독립의 열망을 한껏 표현한 청소년들의 초롱초롱한 눈빛과 열정적인 동작과 노래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김흥태 선생은 지난 1년 동안 용인시에서 있었던 오희옥 지사 추모 과정을 기자에게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자기지역 독립운동가를 자기 지역 사람들이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당연한 일 같지만 사실 창작 뮤지컬로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작업은 말이 쉽지, 실상은 어려운 작업이다. 더구나 청소년들이 뮤지컬 대상자를 오희옥 지사로 선정하여 독립운동 역사를 공부하고 그 토대 위에 뮤지컬 제작부터 배우 역할까지 한다는 것은 크게 칭찬해 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해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 98살를 일기로 영면하시던 그날까지 “힘내라 대한민국”, “다시 찾은 조국광복” 등의 소원을 흰 종이에 꾹꾹 눌러써 주시던 오희옥 지사의 다정스러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투병 생활 6년 8개월을 견디면서도 일편단심, 나라사랑 정신을 잃지 않으셨던 그 꼿꼿한 마음의 오희옥 지사님이 타계 1주기를 맞아 오늘따라 더욱 그립다.
유족들이 마련해 온 정성스러운 음식을 진설하여 예를 올린 뒤 우리는 휴게실로 자리를 옮겨 함께 음복하며 이 시대의 마지막 생존 여성독립운동가였던 오희옥 지사의 명복을 빌었다. 창밖은 낮이 짧아진 탓에 어느덧 사위는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