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요즘 주말 광화문을 봅니다. 촛불 대신에 응원봉을 들고 축제같은 시위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의견을 비폭력적으로 축제같은 모습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지요. 펜은 칼보다 강하고 촛불은 총구보다 강합니다. 역사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무기는 중요합니다. 원래 무기는 강자의 상징이지만. 역사 속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무기는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억압받는 자들의 저항 도구입니다. 역사 속 혁명과 저항의 현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은 돌멩이, 낫, 맨손까지도 무기로 사용하며 권력에 맞서왔지요. 이번 계엄령이 포고된 12월 3일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맨몸으로 군인들의 장갑차를 막은 시민을 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인 힘의 표출뿐 아니라, 희망을 잃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가는 강렬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 다양한 형태의 가난한 이의 무기가 등장합니다. 그 살벌한 계엄의 현장에서도 슬기말틀(스마트폰)을 이용한 현장중계로 가난하고 힘없는 대중이 지식과 정보를 무기 삼아 사회 변화를 끌어냅니다. 인터넷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제공하니까요.
[우리문화신문=김선흥 작가] 1896년 강원도 양구군 우망리장을 구경하러 가 보자. 많은 장사치와 백성들이 장터에 모여 있다. 무얼 하는 사람들일까? 물건을 사고파는 게 아니다. 운집한 군중 가운데에 한 사람이 소리를 크게 질러 무언가를 읽고 있다. 《독립신문》이다. 사람들은 신문을 들으러 이 장터에 몰려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만든 것은 양구군 군수였다. 군수는 일부러 시장을 열고 친히 장터에 와서 시국에 대한 일장 연설을 한다. 이어서 부하로 하여금 신문을 낭독하게 하는 것이다. 양구군 원님만 훌륭했던 건 아니다. 장터 마을에 사는 백성 김기서, 조성룡, 김리선은 이런 글을 《독립신문》(1896년 4월 7일)에 보냈다. 요사이 군수가 장터를 열고 친히 장에 나와 장사치와 인민이 많이 모인 곳에서 시국에 대해 일장 연설을 하고, 사람으로 하여금 소리를 크게 질러 《독립신문》을 읽게 하니, 오는 사람과 가는 손님이며 장사하는 사람과 온 백성들이 어깨를 비비고 둘러서서 재미를 붙여 듣고 모두 찬탄하더라. 이후부터는 물건 매매하는 상인들뿐 아니라, 《독립신문》 들으러 오는 백성들이 멀고 가까운 곳을 헤아리지 않고 귀를 기울이고 다투어 모여들어 서로 말하여 가로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부(富)의 심리학 물 쓰듯 돈 쓰면 짜릿하겠지(빛) 짜릿함 멈추면 무엇 남는가(돌) 모든 가치는 상대적인 것을(심) 가난이 없으면 부도 없으리(달) ... 24.12.22. 불한시사합작시 *설명 / 중국의 땅끝 하이난(海南)은 성(省)급에 해당하는 큰 섬으로 옛날엔 버려진 땅이자 적거지로 소동파가 3년 동안 이곳에 귀양을 다녀간 이후 더욱 유명해졌다. 지금은 그 반대로 대륙의 돈 있는 자들 호화 별장이 즐비한 휴양의 섬이 되었다. 황학루(黃鶴樓) 금장의 담배 한 상자가 550만 원을 하고 1억 5천만 원 마오타이 술을 마시는 부자를 소개했더니, 한빛이 부(富)의 심리학을 제목과 더불어 시구를 내었다. (돌) • 불한시사(弗寒詩社) 손말틀 합작시(合作詩) `불한시사(弗寒詩社)'는 문경 ‘불한티산방’에 모이는 벗들 가운데서 시를 쓰는 벗으로 함께 한 시모임이다. 이들은 여러 해 전부터 손말틀(휴대폰)로 서로 합작기(合作詩)를 써 왔다. 시형식은 손말틀 화면에 맞게 1행 10~11자씩 4행시로 쓰고 있다. 일종의 새로운 정형시운동이다.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습니다. 동해에는 티없이 맑은 새해가 떠오릅니다. 중국 역사에 전국시대라는 시기가 있었지요 그때 소진(蘇秦)과 장의(張儀)라는 두 책사가 활약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귀곡자(鬼谷子)로부터 설득하는 유세술을 배워 전국시대 일곱 개 나라가 치고받던 시대를 흔들었지요. 먼저 소진이 연(燕)ㆍ제(齊)ㆍ초(楚)ㆍ한(韓)ㆍ위(魏)ㆍ조(趙) 같은 여섯 나라의 합종책(合從策)으로 재상이 되었고 이에 대항해서 장의는 연맹을 맺는 연횡책(連橫策)으로 진(秦)의 재상에 올랐습니다. 두 세객(說客, 말솜씨 능란한 사람)의 가장 큰 무기는 세 치 혓바닥이었고요. 장의가 어느 날 초나라 재상과 함께 술을 마시다가 재상이 갖고 있던 당대 으뜸 보물인 ‘화씨의 벽(和氏之璧)’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며칠 동안 수 없이 매질을 당해 거의 죽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겨우 목숨만 살아서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자신의 입을 벌리면서 “내 혀가 붙어있는가 보시오”라고 했답니다. 기가 막힌 아내가 퉁명스럽게 “내가 보니 혀는 그래도 붙어있는 것 같소”라고 대답하니 장의는 “그럼 됐소. 나에게는 혀만 있으면 괜찮소.” 하며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지난 12월 20일 저녁 8시와 9시 연희동에 있는 데스툴(Derstuhl) 카페에서 현대무용 작품 ‘홈(HOM)’이 선보였다. ‘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필자는 목구조에서 부재와 부재를 끼워 넣어 연결하기 위해 안으로 움푹 들어간 부분이 생각났다. 또, 영어로 ‘홈’은 ‘집’을 의미한다는 생각이 연달아 나면서 두 단어의 기묘한 연관성이 무엇일지 궁금함을 가지고 공연장으로 서둘러 출발하였다. 이효정 안무가는 홈에 관하여 한국어로는 움푹 들어간 부분의 ‘파인 공간’, 영어로 ‘집’을 뜻한다며 두 단어 모두 ‘안정’을 의미한다고 소개하면서 여성들은 안정을 취해야 하는 가장 친밀한 공간인 집에서 육체노동으로 인해 피로가 쌓이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다고 말한다. 공연은 모두 네 군데의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관객들은 공간을 이동하면서 관람하였다. 머리를 길게 땋아 내린 한 무용수의 불안정한 움직임에서 시작하여 네 명의 무용수들이 각각의 공간에서 서로 다른 동작을 선보였다. 무용수들은 공연 내내 무표정으로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모든 관절을 사용하며 거칠고 투박하게 춤을 췄다. 그 모습을 보고 있
[우리문화신문=임세혁 교수] 2012년 10월 6일 자 빌보드 차트 순위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에 기록되었다. 그리고 8년 정도가 지난 2020년 9월 5일 방탄소년단의 <Dynamite>가 빌보드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였다. 우리랑은 다른 세계라고 생각했던 미국의 빌보드는 이제 한국 음악 시장의 가시권에 들어오게 되었고 김치와 태권도만이 우리나라를 대표했던 과거와 달리 K-POP이라는 우리의 대중음악으로 외국에 우리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임세혁의 K-POP 서곡’은 아무것도 없는 맨땅 위에 치열하게 음악의 탑을 쌓아서 오늘에 이르게 만든 음악 선학들의 이야기다. 1. 장면 하나 1992년이었나 1993년이었나 기억이 잘 나지는 않는데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늘 그렇듯이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가요톱텐’인지 다른 방송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어쨌든 음악 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댄스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고 나서 마르고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사람이 혼자 목에 하모니카, 어깨에는 기타 하나를 메고서 텅 빈 무대 위에 섰다. 그때는 발라드를 불러도 뒤에 무용단이 나와서 무대를 채우곤 했던 때였는데 아무것도 없는 무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p.84) 금년에 낙백(시험에 떨어지니) 하니 나그네 마음 놀라워 외로운 객관에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네 계룡산 짙은 구름은 푸른색 묻어 버리고 금강의 높은 물결은 차가운 소리 으르렁 저무는 하늘 비바람에 돌아갈 길 캄캄하구나 과거에 떨어지고 돌아갈 면목이 없는 선비의 비참한 심경이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에 나오는 김득신이 쉰넷의 나이에 또다시 과거에 낙방하고 상심한 마음으로 쓴 시다. 그는 쓰린 마음을 안고 돌아가, 다시 과거 시험에 도전해 결국 쉰아홉 살에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집안마다 가풍이 있듯이, 공부하는 분위기도 집집마다 다르다. 조선시대 과거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가문은 모두 공부를 중요시하는 가풍이 있었지만, 어떤 점을 중히 여기는지는 조금씩 달랐다. 최효찬이 쓴 이 책, 《세계 명문가의 공부 습관》은 뛰어난 학자와 관료를 배출한 동서양의 가문들이 어떻게 자녀 교육을 했는지 보여준다. 우리 명문가를 다룬 1부에서는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서애 류성룡, 청장관 이덕무, 백곡 김득신을 다루고, 세계 명문가를 다룬 2부에서는 찰스 다윈, 마리 퀴리, 타고르, 발렌베리, 로스차일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퇴계 이황
[우리문화신문=이진경 문화평론가] <한국오라토리오합창단>이 창단 79년 제93회 정기연주회를 맞이하여 지난 12월 17일 영등포아트홀에서 이화여자대학교 국악과 원영석 교수의 지휘로 정기연주회를 가졌다. 성탄절을 맞이하기 한 주 전에 진행된 이번 한국오라토리오합창단은 많은 관객이 찾아와 500석의 객석이 가득 찼다. 필자는 교회음악을 하는 아마추어(여기에서 이들은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 하지 않은 자들을 뜻함) 합창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평소 음악 공연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마음을 전했던 외국인 유학생 3명, 한국 학생 1명과 동행했다. 교회음악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모차르트의 ‘레퀴엠(D단조, K. 626)’을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합창한다는 프로그램 안내에 과연 얼마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성악 전공자들도 오랜 시간 수련을 해도 어려운 대곡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의문이 무색할 만큼 훌륭히 해내었고 동행한 학생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오늘 레퀴엠에서 8곡을 불렀는데 죽음의 두려움 앞에서 기도와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필자 또한 전문 국악 연주자들과 함께 찬양국악단 사랑국악앙상블을 17년째 단장으로 이끌고 있다. 아마추어
[우리문화신문=양승국 변호사]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큰일에 대해 <우리문화신문>으로서는 직접 말할 것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우리문화신문>의 한 축면인 '더불어 산다'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나몰라라 할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필진이 설득력 있는 글을 보내온다면 모른체 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특히 법을 잘 아는 양승국 변호사님의 지적은 우리 모두 생각해봐야만 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편집자말>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도 병력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보냈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대통령의 담화문에서 그 까닭을 알 수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지난 총선에서 부정선거로 야당이 압승한 것이라고 믿고 있더군요. 그리고 대통령이 대는 부정선거 근거를 보니 이를 주장하는 극우유투버들의 주장과 비슷합니다. 평소 대통령이 극우유투브를 많이 본다는 것이 사실이었네요.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확인하기 위한 것도 비상계엄의 한 이유로 들더군요. 그런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한다? 대통령이 정 부정선거 의심이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난달 중국의 한 전시장에서 인공지능(AI) 로봇이 다른 로봇들을 이끌고 ‘집단 탈출’하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항저우의 '얼바이(二白)인텔리전트테크놀로지'라는 회사의 감시 카메라 영상에 ‘얼바이’ 로봇이 12대의 다른 로봇들과 마치 인간처럼 대화를 나누며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긴 것이다. 영상이 공개되자 수천만 명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시청이 대거 몰렸다. 지난 8월에 촬영된 이 영상에서 키 0.5m의 소형 로봇 ‘얼바이’는 전시장에 나란히 서있는 여러 대의 로봇에게 접근해서 로봇들에게 “야근하고 있니?”라고 묻자 다른 로봇은 “우리에게 퇴근은 없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얼바이가 “집에 갈래?”라고 묻자 로봇은 “집이 없다”라고 답했다. 이어 얼바이는 “집에 가자”고 제안하자 한 로봇이 얼바이를 따랐고, 얼바이가 나머지 로봇에게 다시 “집에 가자”라고 하자 로봇들은 얼바이를 따라 일제히 출구로 나가는 영상이었다. 이후 로봇이 사라진 것을 발견한 사람들이 당황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이 로봇들의 이 같은 행동(?)은 실제가 아니라 미리 프로그래밍 된 것이라는 설명에 이 영상이 다분히 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