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최근 언론을 보면 “'도련님' '처남'…양성평등 어긋나는 가족 호칭 개선”이라는 기사가 나와 갑론을박이다. 여성가족부와 국립국어원은 가족 호칭을 정비해 새로운 이름을 마련한다고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배우자의 손아래 동기를 기존에 남편 쪽은 ‘도련님, 아가씨’라며 존칭을 쓰지만, 아내 쪽은 ‘처남, 처제’로 낮춰 불러 문제라는 것이다. 과연 여성가족부와 국립국어원의 얘기가 맞을까? 사실 이 차이는 존칭과 낮춤말 문제가 아니다. 도련님이야 존칭의 느낌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가씨는 국어사전의 “예전에, 미혼의 양반집 딸을 높여 이르거나 부르던 말”이란 풀이와는 달리 요즈음엔 미혼 여성을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또 처남, 처제에 무슨 낮춤의 의미가 들었다고 억지를 부리는가? 분명히 말하자면 “도련님, 아가씨”와 “처남, 처제” 사이는 토박이말과 한자말이라는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한자말인 처남, 처제를 좋은 토박이말로 바꿔 부르게 하면되는 것이다. 그 일은 국립국어원에서 할 일인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이것이 여성가족부가 발견한 엄청난 일인양발표하고 언론들은 이에 춤추는 것을 보면여성가족부가 할 일이 정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세계 으뜸 글자라는 “한글”, 이 한글이 반포된 날인 한글날을 온 나라가 기뻐하고 축하하는 일이야 물론 마땅하다. 지난 9일 제572돌 한글날에 광화문광장, 청계천광장, 서울시민청 등 서울 도심 곳곳에서 잔치가 열렸고 많은 사람들이 행사 구경을 위해 몰려들었다. 하지만, 멀리 진주에서 한글날 행사를 보기 위해 올라온 “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 선생과 함께 돌아본 이날 세 곳의 잔치는 기획이나 진행 모두 낙제점 수준을 면치 못했다. 시민이나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하는 잔치이고 관은 뒷전에서 지원하는 모양새 같았으나 제대로된 기획이라고 볼 수 있는 행사는찾아볼 수 없었다. 많은 사람이 몰려 각 부스 앞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진행하는 관계자들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무슨 말인지 모를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이름을 붙인 한 부스는 행사가 시작된지 몇 시간이나 지난 뒤에 진행자들이 체험용 도구 사용 설명을 듣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고,또 어떤 부스는 진행자가 1시부터 체험을 시작한다고 말했지만 1시가 훨씬 지나서도 진행은 커녕 체험 도구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한 부스는 아이들이 한글에 그저 색연필로 색을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평소 국가보훈처 기록을 자주 찾아보는 사람으로서 늘 이곳의 기록이 마음에 걸리던 차 오늘 572돌 한글날을 맞아 한번 지적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국가보훈처 누리집(http://e-gonghun.mpva.go.kr)에 들어가면 <공훈전자사료관>이 있고 거기서 <독립유공자 정보> 속으로 들어가면 <독립유공자 공적조서> 라는 곳이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들어가 자기가 찾고 싶은 독립운동가 이름을 넣으면 이른바 ‘간단한 공적’이 나온다. 오늘 짚어보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굳이 어려운 한자로 공적을 써야 하나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 표기지만 ‘만세를 고창하다’와 같은 일본말을 그대로 써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먼저 검색란에 ‘김구’를 넣으면 다음과 같은 표기가 보인다. 공적 내용 가운데 1번의 경우, “18歲에 東學黨에 가입하여 海州東學軍의 선봉이 되었으니 당시 이름은 金昌洙였음”을 우리말로 고치면, → “18살에 동학당에 들어가 해주동학군에 앞장섰으며 그때 이름은 김창수(金昌洙)였음”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공적 설명 가운데 ‘피체되다는 붙잡히다’로, ‘폭탄투척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은 누리집 인사말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가 숨 쉬는 대한민국을 실현하기 위하여 문화, 예술, 체육, 관광, 콘텐츠, 종교, 미디어, 홍보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또 “일상의 삶에서 문화를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품격을 높여 나가겠습니다.”라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누리집 가운데 <문화광장>을 보면 과연 이 말이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문화예술공연>을 소개하는 마당에 들어가면 맨 처음 세 개 꼭지가 소개되는데 처음이 2018년 1월 15일 시작하여 2019년 2월 1일까지 열리는 연극 “더하우스”가 있고, 이어서 2018년 9월 7일 시작하여 9월 21일까지 열리는 전시 “안양, 오늘의 온도”, 2018년 7월 13일부터 9월 16일까지 열린 전시 “제나할러웨이-워터베이비전”가 보입니다. 그런데 하나 같이 개막한 지 한참 지났거나 이미 끝나기 직전인 것들입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문화예술공연을 대표하는 것인지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머리에 소개된 것입니다. 그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오늘 JTBC-TV 아침 뉴스에서 한 기자는 “땅이 꺼지는 지반침하 현상이 생겼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땅꺼짐 현상이 생겼습니다.”라고 하면 될 것이었습니다. 굳이 “지반침하”라는 한자말을 쓰려는 잘난 채가 아니면 쓸 까닭이 없는 말이 아닐까요? 언론에서는 이 “땅꺼짐”을 “지반침하”를 넘어 “씽크홀(Sinkhole)”이란 영어까지 씁니다. 여기서 “Sinkhole”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석회암 대지(臺地)의 우묵 팬 땅”이라 설명해놨습니다. 그런데 지금 뉴스에 나오는 현상들이 모두 석회암 땅만은 아닐 것입니다. 또 “지반침하(地盤沈下)”는 국어사전에서 “지반이 서서히 내려앉는 현상”라고 풀이합니다. 이에 반해 “땅꺼짐”은 국어사전에는 없고, <오픈사전(독자가 직접 단어를 정의하고 풀이하며 설명할 수 있게 해둔 사전)>에만 “‘땅꺼짐’은 ‘싱크홀(Sinkhole)’의 순화어다. 이와 비슷한 외래어인 ‘돌리네’(Dolineㆍ독일어에서 흘러든 낱말)‘와 ’함몰 구멍"(陷沒-)도 있다.”고 친절하게 설명해놓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치고 “땀꺼짐”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있을까요? 또 ‘땅꺼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오늘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속박에서 벗어나 해방이 된 광복절 제73돌이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는 광복절 행사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래야 마땅한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요 며칠 뉴스를 도배하는 것은 태극기와 관련된 행사 일색이다. 얼핏 검색을 해보아도 “인천 계양구, 태극기 나눠주기 행사 성료”, “진천군, 광복절 맞이 나라사랑 태극기달기 운동 추진”, “광양시, 제73주년 광복절 태극기 게양으로 나라사랑 실천”, “제주시, 제73주년 광복절맞이 태극기 달기 캠페인 행사 전개”, “남해군, 광복절 태극기 달기 운동” 같은 뉴스 제목을 쉽게 볼 수 있다. 표현만 조금씩 다를 뿐 거의 같은 것으로 차별화된 좀 더 의미 있는 행사를 찾기는 정말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달고 기뻐하는 일이야 당연히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지자체가 한결같이 태극기 관련 행사에 머문다는 것은 광복절을 맞기 까지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피와 땀이 서려 있음을 잊은 너무 안이한 태도가 아닐까? 우리가 익히 알다시피 독립운동가들은 목숨을 내놓고 싸웠다. 김향화, 변매화, 문재민, 옥운경 등 온 나라 수많은 기생들도 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마을에 문자 쓰기를 몹시 좋아하는 선비가 살았다. 어느 날 처가에 가서 자는데 밤중에 범이 와서 장인을 물어 갔다. 집안에 사람이라고는 장모와 내외뿐인 터이라, 어쩔 수 없이 선비가 지붕에 올라가 소리쳐 마을 사람을 불러 모았다. '원산대호가 근산 래하야 오지장인을 칙거 남산 식하니 지총지자는 지총 래하고 지창지자는 지창 래하소! 속래 속래요!' 이렇게 고함을 질렀다. '먼 산 큰 범이 와서 우리 장인을 앞산으로 물고 갔으니 총을 가진 사람은 총을 들고 나오고 창을 가진 사람은 창을 들고 나오십시오! 어서요. 어서!' 뜻인즉 이렇지만 알아들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누가 총이며 창을 들고 뛰어나올 것인가?” 책 《말 꽃 타령, 지식산업사, 2006》에서 김수업 선생은 문자 쓰기를 좋아하는이른바 지식인들을 이렇게 꼬집었다. 어디 그뿐이랴? 선생은 찔레꽃, 살구꽃, 복숭아꽃은 물론 불꽃, 눈꽃, 꽃구름, 꽃수레까지 우리 겨레는 아름답고 종요로운 것을 “꽃”이라 불러왔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문학”이 아닌 “말꽃”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학”이란 말도 원래 있던 말이 아니고 근대에 새로 만들어진 말인데 뜻도 맞지 않는 “
[우리문화신문=김영조 발행인] 문화재청 세종대왕유적관리소는 오는 15일 아침 11시에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 영릉(英陵)에서 세종대왕 탄신 621돌을 기리는 숭모제전(崇慕祭典)을 봉행한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숭모제전은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군으로 추앙받고 있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양력 5.15./음력 4.10.)을 맞아 뛰어난 통솔력을 바탕으로 한글 창제를 비롯하여 국방, 과학, 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세종대왕을 기리는 행사다. 특히, 올해는 세종대왕께서 즉위하신지 6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여 행사의 의미가 더욱 특별하다.”라고 말한다. 이날 행사는 ▲ 초헌관(初獻官, 영릉봉양회장)의 분향(焚香, 향을 피움)과 헌작(獻爵, 술잔을 올림), ▲ 축관(祝官)의 축문 낭독, ▲ 대통령을 대신한 문화재청장의 헌화(獻花)와 분향의 순서로 진행된다. 숭모제전 행사 외에도 세종대왕역사문화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세종대왕이 사랑한 학자들’(5.1.~7.1.) 특별전이 개최되고 있어 보물 제1405호 비해당소상팔경시첩(匪懈堂瀟湘八景詩帖)을 비롯하여, 성삼문, 신숙주, 정인지 등 세종이 아꼈던 집현전 학자들의 글씨와 초상화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편집인] “‘잘생긴다, 못생긴다’ 현실적으로 동사라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고 상태인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형용사들을 동사라 하시는 건가요” 국립국어원 ‘나도 한 마디’ 꼭지에 한 누리꾼이 올린 의견이다. 이는 최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낡다’, ‘못나다’, ‘못생기다’, ‘잘나다’, ‘잘생기다’ 등 5개 낱말의 품사가 그림씨(형용)사에서 움직씨(동사)로, ‘빠지다’, ‘생기다’, ‘터지다’ 등 3개 어휘의 품사가 보조 형용사에서 보조 동사로 변경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국립국어원은 “‘잘생기다’ 등 형용사의 품사 변경에 대한 안내”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품사는 단어의 문법적 특성(문장에서의 기능, 형태적 특성)을 기준으로 분류합니다. 이에 따르면 동사와 형용사는 문장에서 서술어 역할을 하며 어미가 붙어 모양이 변하므로 함께 ‘용언’이라 불립니다. 그러나 동사와 형용사는 동작을 나타내느냐 상태를 나타내느냐의 차이도 있고, 또 대개는 활용 양상에서도 차이를 보여, 이 활용 양상의 차이(형태적 특성)를 기준으로 구분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용언 중에는 활용을 거의 하지 않아 동사인지 형용사인지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제 경향신문은 “추석선물 특집”이란 기사를 올렸다. 그러면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마음만큼만 전하세요.”라고 한다. 여기서 아쉬운 것은 “한가위”라는 우리의 좋은 말이 있는데도 추석(秋夕)이라는 한자말을 쓴 것이다. 한술 더 떠 유한양행은 추석을 한자로 썼다. 물론 일동제약처럼 온전한 우리말 "한가위"라고 쓴 광고도 보인다. 그런데 우리의 삶 속에 아직 “한가위” 보다는 “추석”이 대세다. 특히 우리말 사랑에 앞장서야할 정부와 언론이 여전히 “추석”을 즐겨 쓰고 있으니 참 안타깝다. 추석이라는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유래한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이었으니 우리의 명절과 잘 맞지 않는 말이고, 더구나 중국 사람들조차 이 말을 거의 쓰지 않는다.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유래가 분명한 우리 토박이말이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이 합쳐진 것으로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삼국사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