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은 한국과의 오랜 교류의 역사를 학교에서 상세히 가르치고 있지 않습니다. 고대로부터 오랫동안 일본과 한국이 교류해온 사실을 알고 더 나아가 일본이 행한 식민지시대의 사실을 알아야 우리 일본인들이 사죄의 마음이 생길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고려박물관은 많은 일본인에게 한국과의 역사적 사실과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일동포를 비롯하여 한국인과의 화해의 길을 열어 좋은 관계 개선을 이루고자 활동해왔습니다.” - 《나와 한국, 감사와 사죄를 위한 여행》 하라다 쿄꼬 지음, 197쪽- 일본의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 이사장을 지냈던 하라다 쿄꼬(原田京子) 이사장(재임기간, 2013.11~2018.10)으로부터 책 한권을 받았다. 이 책의 제목은 《私と韓国、感謝と謝罪の旅》이라는 제목으로 책 표지에는 한국어로 ‘나와 한국, 감사와 사죄를 위한 여행’ 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하라다 쿄꼬 이사장이라고 하면 한국에도 널리 소개되어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조선 침략 역사를 반성하는 대표적인 일본인' 가운데 한 사람인 하라다 쿄꼬 이사장은 올해 나이 81살로 그는 2002년 3월, 일본에서 장애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내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서서히 음의 기운이 커지는 24절기 열여섯째 추분(秋分)입니다. 《철종실록》 10년(1859) 9월 6일 기록에 보면 “추분 뒤 자정(子正) 3각(三刻)에 파루(罷漏, 통행금지를 해제하기 위하여 종각의 종을 서른세 번 치던 일)를 치면, 이르지도 늦지도 않아서 딱 중간에 해당하여 중도(中道)에 맞게 될 것 같다.”라는 내용이 보입니다. 여기서 중도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바른길’을 말하고 있는데 우리 겨레는 추분에도 더도 덜도 치우침이 없는 중용의 도를 생각하려고 했습니다. 또 추분 무렵이 되면 들판의 익어가는 수수와 조, 벼들은 뜨거운 햇볕, 천둥과 큰비의 나날을 견뎌 저마다 겸손의 고개를 숙입니다. 내공을 쌓은 사람이 머리가 무거워져 고개를 숙이는 것과 벼가 수많은 비바람의 세월을 견뎌 머리가 수그러드는 것은 같은 이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벼에서는 향[香]이 우러나고 사람에게서도 내공의 향기가 피어오름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귀뚜라미 맑은 소리 벽간에 들리누나 / 아침에 안개 끼고 밤이면 이슬 내려 / 백곡을 여물게 하고 만물을 재촉하니” 정학유(丁學游)의 ‘농가월령가’ 8월령에 나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한국의 풍물을 지도하고 있는 박호진 교장의 초청으로 잔치마당이 미국을 방문, 공연과 교육, 행진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한국의 풍물패가 미국 땅에서 공연을 펼친 예는 70년대 초, 미국 LA에서 열린 제1회 <코리안 퍼레이드>, 곧 <한국의 날>행사가 된다는 이야기, 이 행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국 고유미를 발휘한 풍물패의 행진이었고 그 가운데서도 모자에 달린 긴 줄로 그리는 원의 광경은(12발 상모) 누구나 ‘감탄할 묘기’였다는 신문 기사를 소개하였다. 이번 주부터는 2004년 7월, 인천에 세워진 국악전용 공연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본다. 이 전용 공연장은 인천시청이나 어느 구청에서 직접 새로 지었거나 기존의 건물을 증축한 형태도 아니고, 어느 독지가가 공공의 이익이나, 문화 예술의 발전을 위해 새로 건물을 신축한 것도 아니다. 단지, 풍물을 좋아하는 서광일을 위시한 풍물패 몇 사람이 의기투합해 그들의 연습 장소를 구하고, 그 건물의 지하층을 활용하여 공연을 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원래 이 건물은 <꿈나무 어린이 소극장>으로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잔치마당>의 나라 밖 공연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소개하였다. 그 가운데 하나는 상모에 모터가 달려 있는지 궁금해하는 아프리카 연주팀의 이야기와 우리의 장고가락을 흉내 내는 외국의 타악기 연주자 이야기, 그리고 기악의 경우에는 악기 편성이 음악의 성격을 판가름하는 데 있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샌디에이고에서 한국의 풍물을 전파하고 있는 열성 교포 한 분의 이야기를 소개해 보기로 한다. 잔치마당의 서광일 대표는 어느 날, 미국의 박호중 씨로부터 도움 요청이 담긴 다음의 문자를 받게 된다. “저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풍물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는 전문 인력이 부족한 탓에 교육의 한계를 느끼게 되어 이 점을 한국 <잔치마당>의 인력으로 보완하고 싶은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까?” 하는 내용이었다. “낯선 문자를 받기는 했으나 내심 뿌듯했습니다. 머나먼 바다 건너, 그것도 우리의 정서와는 완전히 상반된 서구문화권에 사는 분이 우리나라 문화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풍물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차마 감동을 거두기 어려웠습니다.” 초청
[우리문화신문= 이윤옥 기자] 그 꽃을 어디서 보았을까? 아주 오래전의 일로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어느 작고 아담한 암자의 뜨락이었던 것 같다. 한 겨울에 눈송이처럼 마른 벚나무 가지에 피어있던 연분홍이라기보다 흰색에 가깝던 그 연약한 꽃을 나는 어쩌다 핀 ‘겨울벚꽃’ 쯤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꽃에 이름이 있었다. 후단자쿠라(不断桜)! 얼마 전, 일본의 중견 시인이 보내온 시집 제목이《不断桜, 일본 발음은 후단자쿠라, 이하 ‘不断桜’》였다. 우리말로 한다면 ‘겨울벚꽃’ 쯤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쓴 일본의 중견 시인 우에노 미야코(上野 都, 75) 씨는 윤동주의《空と風と星と詩(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도쿄 콜삭사에서 펴내(2015년 7월) 한국에도 꽤 알려진 시인이다. “후단자쿠라(不断桜)는 11월부터 4월까지 피는 벚꽃입니다. 원래 벚꽃은 봄에 피는 것이지만 후단자쿠라는 늦가을부터 봄을 맞이하기까지 피는 꽃이라 더욱 마음이 끌려서 책 제목을 그렇게 지었지요. 이번에 낸 시집은 약 10년 만에 낸 책입니다. 약간 망설임이 있었지만 나이도 있어서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시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그동안 틈틈이 써둔 내용을 엮은 것입니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꼬리가 긴 남은 더위도 차츰 물러가고 산양에는 제법 추색(秋色, 가을빛)이 깃들고 높아진 하늘은 한없이 푸르기만 하다. 농가 초가집 지붕 위에는 빨간 고추가 군데군데 널려 있어 추색을 더욱 짙게 해주고 있는가 하면 볏논에서는 어느새 ‘훠이 훠이’ 새를 날리는 소리가 한창이다.” 위는 “秋色은 「고추」빛과 더불어 「白露」를 맞으니 殘暑도 멀어가”란 제목의 동아일보 1959년 9월 8일 치 기사 일부입니다. 오늘은 24절기의 열다섯째 <백로(白露)>인데 백로 즈음의 풍경을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백로는 “흰이슬”이란 뜻으로 이때쯤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힌다는 뜻이지요. 백로부터는 그야말로 가을 기운이 물씬 묻어나는 때입니다. 이때쯤 보내는 옛 편지 첫머리를 보면 “포도순절(葡萄旬節)에 기체만강하시고…….” 하는 구절을 잘 썼는데, 포도가 익어 수확하는 백로에서 한가위까지를 <포도순절>이라 하지요. 또 부모에게 배은망덕한 행위를 했을 때 <포도지정(葡萄之情)>을 잊었다고 하는데 이 “포도의 정”이란 어릴 때 어머니가 포도를 한 알, 한 알 입에 넣어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잔치마당>의 나라 밖 공연 이야기를 하였다. 30여 년 동안 프랑스를 비롯, 30여 개 나라, 50여 도시에 초청되어 공연해 왔으며, 한국 문화에 대한 방문국의 깊은 관심에 기뻤고, 책임감도 느꼈다고 이야기하였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세계 드럼 페스티벌> 때, 각국의 난타 공연이 끝나고, 한국 <잔치마당> 연주자들이 악기와 의상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아프리카 연주팀이 찾아와 잠시 머뭇거리더니 “상모에 모터가 달려 있는가?”라고 물었다고 한다. 해당 연주자는 즉답 대신 웃으면서 상모를 가져와 보여주면서 모터는 물론이고, 그 어떤 장치도 없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놀라움을 금치 못하던 그 아프리카 연주자는 한국의 타악기 연주자들이 아무런 도구 없이, 오직 몸으로만 상모를 돌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이로 보면 우리의 가락, 우리의 전통문화는 저물어가는 시대의 잔상이 아니라 새롭게 여물어가는 미래의 씨앗이라는 표현이 더더욱 적절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다. 과거의 전통문화를 현대라는 틀에 접목해서 색다른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예술의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일본문화를 접근하는 길은 폭넓고 다양하다. 좋은 접근 방법은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자신이 직접 체험해보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속속들이 일본문화를 알게되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간접체험이다. 간접체험 가운데는 강의나 강연 또는 지인의 이야기를 통해서 얻는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손쉬운 것은 독서를 통해 얻는 방법일 것이다. 일본문화를 책을 통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있어 소개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고전독회(이하 고전독회)에서 펴낸 책이 그것이다. 고전독회에서 펴낸 일본문화 관련 책 가운데 《의식주로 읽는 일본문화》, 《놀이로 읽는 일본문화》, 《동식물로 읽는 일본문화》 세 시리즈는 그 내용에 있어 웬만한 ‘일본문화’를 포용하고 있어 이 분야에 목말라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의식주로 읽는 일본문화》를 보면, 문학작품에 나타난 복장, 옷 선물, 속대, 향기, 머리, 머리카락, 빗 등을 다루고 있다. ‘옷에 물든 여인의 매력’ 편에서는 헤이안 시대 문학작품인 《겐지 이야기》에 나타난 새해맞이 옷을 선물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옷을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예술품의 순환과 유통에 관한 이야기로 폐품이 된 타악기들을 되살려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 유통과 지속적인 임대 사업 이야기, 그리고 인천에 있는 <라이브 치과병원>과의 상생 협력에 관한 이야기 등을 하였다. 특히 상생 협력은 예술가, 병원, <잔치마당>이 각기 상생의 길을 추구한 선례가 되었으며 이를 본보기로 삼아 다양한 방법의 전통문화 확산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번 주에는 창단 이래 30여 개 나라, 50여 도시에서 초청을 받고, 세계무대로 진출하여 한국을 빛낸 연희집단, <잔치마당>의 활동상을 소개한다. 《부평 풍물축제》가 시작되었을 당시만 해도, 한국의 전통문화는 현대인들에게 도외시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행사를 주관하던 주최자들이나 전문가들도 ‘우리의 전통놀이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할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그러기에 그 방법이나 방향을 논의할 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은 당시 축제 준비위원의 한 사람이었던 <잔치마당> 서광일 대표의 말로 충분히 짐작이 된다. “그러나 정작 길놀이가 시작되었을 때,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온고작신(溫故作新)>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풍물에 참여하는 악기들은 대부분 쉽게 폐품이 되게 마련인데, 악기의 기능을 잃게 되면, 이를 쓰레기로 버릴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자원으로 활용해 보자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 바로 <온고作신>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앞에서도 잠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음악에는 대략 60여 종의 악기들이 쓰여 왔는데, 이 악기들을 분류하는 방법으로는 음악의 계통, 재료, 소리 내는 방법 등에 따른 분류가 있다. 악기재료는 금(金),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 등 8종인데 이를 8음(八音)이라고 한다. 이 8종의 재료 가운데 풍물놀이나 타악 공연에 사용되어 온 악기들은 대체로 금(金) 곧 쇠붙이, 혁(革), 곧 가죽 악기들이 중심이 되는데, 이런 재질은 쉽게 찢어지고 깨지기 마련이다. 특히 타악기의 경우에는 마찰과 충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자칫하면 깨지거나 찢어지기 쉬워 그 수명이 더더욱 짧다고 하겠다. 맑고 건강한 소리를 자랑하던 악기들이 깨지거나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찌 되겠는가? 악기로서의 존재 값어치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