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6 (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상세검색
닫기

아오모리에 핀 봄까치꽃(큰개불알꽃)

[ 일본이야기 340 ]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데일리도호쿠신문 3월 8일치에는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八互市)의 봄소식을 알리는 사진 기사가 1면을 장식하고 있다. ‘봄소식, 가련한 큰개불알꽃’이란 제목에 어린 두 꼬마가 봄꽃 핀 언덕에 앉아 있는 사진이 귀엽다. 봄꽃 핀 동산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자세히 보지 않고는 봄꽃인지 잔디밭인지 구분이 안 갈만큼 ‘큰개불알꽃’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아오모리현은 일본의 북쪽 지방이지만 이곳에도 슬슬 봄기운이 돌아 어제 낮 기온은 13도나 올랐다고 한다. 봄꽃들이 바야흐로 기지개를 피는 계절이다. “마부치 언덕에는 새끼손가락 손톱만한 큰개불알꽃이 푸른 꽃을 피워 봄소식을 알렸다. 오후 무렵 근처에 놀던 어린이가 여린 꽃을 쥐고는 ‘저녁에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한다면서 신문은 짧게 ‘큰개불알꽃’이 피었음을 보도하고 있다.

글쓴이는 지난 1월 나라(奈良) 반야사(般若寺)에서 이 큰개불알꽃을 보았다. 이 꽃은 아주 작아서 몸을 땅에 납작 수그리지 않으면 도저히 눈에 띄지 않는 꽃이다. 왜 하필 개불알꽃이런가! 아무리 보아도 꽃 자체는 개불알을 연상하기 어렵다. 다만 이 꽃의 열매가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일본식물학자 마키노도미타로가 붙인 이름이다.

 

   
▲ 큰개불알꽃(봄까치꽃)-왼쪽, 큰개불알꽃의 열매

 풀꽃이름을 지을 때 꽃을 보고 지을 것인지 열매나 뿌리를 보고 이름을 지을 것인지는 이름 짓는 사람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본다. 일본말 오오이누(큰개), 후구리(불알)에서 유래한 큰개불알꽃은 지금 한국 표준말이다. 물론 두말할 것도 없이 일제강점기의 영향이다.

제국주의 식물학자들은 한반도를 손아귀에 넣은 뒤 대거 조선땅으로 건너와 한반도 식물조사에 착수했다. 물론 한국 식물학의 발전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의 식민 경영상 필요한 자원수탈의 차원이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 과정에서 한반도의 수많은 풀꽃들이 일본인 식물학자 이름으로 학명에 올랐고 큰개불알꽃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봄까치꽃, 또는 봄까지꽃이라 함), 개불알꽃(복주머니난, 또는 요강꽃) 같은 것은 일본말을 그대로 번역해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요새는 슬기전화(스마트폰)마다 성능 좋은 사진기가 붙어 있어 너도 나도 사진가 행세를 한다. 봄을 맞이하여 카톡방에서는 들꽃들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물론 개불알꽃들도 그 속에 들어 있을 것이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아름다운 마음이지만 자신의 말글로 붙인 이름이 아닌 일본말을 그대로 옮긴 풀꽃 이름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글쓴이의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인물과사상사》 은 그런 우리 풀꽃이름의 속사정을 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