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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한일고대사 책 82권을 쓴 우에다 마사아키

[맛있는 일본 이야기 38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배우는데 나이의 많고 적음이란 없다.” 일본 고대사학계의 거목인 우에다 마사아키(上田正昭,1927-2016) 교수는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세네카의 말을 빌려 생의 마지막 책 《고대사연구 70년의 배경(古代史硏究の70年の背景)》 머리말에 그렇게 썼다.


70년간 고대사 연구에 힘을 쏟은 우에다 마사아키 교수는 평생 82권의 고대사 관련 책을 집필했다. 1956년 《신화의 세계(神話の世界)》를 시작으로 《고대사연구 70년의 배경(古代史硏究の70年の背景)》 까지다. 그를 주목해야하는 것은 그의 연구가 전시대 학자들과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백제와 일본 왕실의 혈연관계 등 한일 고대사 연구에 평생을 바쳤던 우에다 교수의 시각은 그러나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없는 사실을 연구한 게 아니라 기존의 연구자들이 “일본의 모든 고대사는 중국에서 유래”라는 기존의 틀을 깬 것이기에 의미 있고 어쩌면 용감한 연구였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초순 필자는 와세다대학 서점에서 이 한권의 책 《고대사연구 70년의 배경(古代史硏究の70年の背景)》을 만났다. 우에다 교수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쓴 책이다. 필자는 우에다 교수의 책을 상당수 읽었다고 자부하고 있었지만 이 책 말미에 그의 저서 목록을 보고는  아직 절반도 못 읽었음을 알았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선생 집에 놀러갔다. 선생님의 서재에는 당시 판매금지 목록이었던 츠다소키지의 《고사기 및 일본서기의 신연구》 책이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빌려주기를 꺼렸지만 나는 선생님을 졸라 이 책을 빌려와서 뜻도 모르면서 읽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당시 신전(神典)으로 여기던 《고사기》와 《일본서기》가 윤색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우에다 교수는 《고대사연구 70년의 배경(古代史硏究の70年の背景)》에서 자신이 고대사 연구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를 그렇게 밝히고 있다. 2001년 일왕이 “《속일본기에 ‘간무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다’라고 적혀 있어 한국과 깊은 인연을 느낀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는 1965년 발표된 우에다 교수의 연구 결과였다.


우에다 교수는 1950년 교토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63년부터 30여 년간 이 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이 왜곡한 한일 고대 교류사의 객관적 사실을 밝히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말한다.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에 이르도록 군국주의 일본에서 학도(學徒)는 황국신민으로서 천황과 황국에 순종해야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나 이러한 신국(神國) 일본의 패전은 나를 허탈하게 하고 내 마음속에 회의감을 일게 했다. 나의 고대사연구는 19살에 겪은 패전의 허탈감과 회의감에서 비롯된다. 천황제라는 용어가 일본에 등장한 것은 1931년 세계 각국의 공산당 국제조직인 코민테른의 31년 테제에 기초한 것이다. 그 천황가에 활약한 고대한반도 출신 여인들만 해도 50대 천황의 어머니인 고야신립을 비롯하여 9명에 이른다.”



우에다 교수의 업적이라 하면 뭐니 뭐니 해도 8세기 일본조정의 “소중화사상(小中華思想)”의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천평10년(738)에 쓰여진 《대보령(大寶令)》의 주석서인 《고기(古記)》에 “린국(隣國, 이웃나라)은 대당(大唐), 번국(蕃國, 중국의 변방나라)은 신라”라는 표현을 들어 당시 일본은 소중화사상에 빠져있었으며 이러한 시각으로 당시 역사서들이 기술되어 있음을 밝혔다.


우에다 교수는 또한 일본의 국민 작가 시바 료타로 등과 함께 1969년부터 1981년까지 계간지 ‘일본 속의 조선 문화’를 펴내면서 고대 일본에 건너간 한반도인의 명칭을 일본 중심적인 ‘귀화인’에서 객관적 시각이 담긴 ‘도래인’으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일 고대사의 중요 부분을 균형 감각으로 읽어낸 우에다 교수는 2016년 3월 13일 89살을 일기로 숨을 거두면서도 그의 82번째 책 《고대사연구 70년의 배경》을 마무리했다. 이 책은 그가 숨을 거둔 3달 뒤 6월 10일 출간되었다. <일본 도쿄 후지와라서점(藤登原書店),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