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대학살 현장에서 유난히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진 한 장이 있다. 그것은 목이 잘린 중국인의 머리를 나무 가지 위에 올려놓고 입에는 담배꽁초를 물려 놓은 모습이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진이 《일본잔혹사진사(日本殘酷寫眞史), 2006, 도쿄 사쿠힌샤》에 실려 있어 섬뜩했다.
《일본잔혹사진사(日本殘酷寫眞史)》란 다름 아닌 시모카와 코우시(下川 耿史, 1942~) 씨가 쓴 책으로 이 책 29쪽에 실린 목 잘린 남자의 사진은 필자가 남경대학살에서 본 사진과 흡사하다. 일본군이 저지른 남경대학살의 참상은 이미 일본 내에서 학습(?)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책 제목 그대로 이 책은 에도시대(1603~1868) 말기부터 전후(戰後, 1945년 이후)까지 공개되지 않은 170점의 잔혹한 사진과 처참하게 죽어야했던 사람들의 사진을 소개한 것이다.
《일본잔혹사진사(日本殘酷寫眞史)》에는 모두 열두 가지 사건과 관련된 잔혹한 모습이 보인다. 그 가운데는 명치유신 과정에서 벌어진 처형사진과 청일전쟁, 러일전쟁, 관동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 사진을 비롯하여 남경대학살 때의 잔혹한 사진 등이 적나라하게 소개되어 있다.
눈에 띄는 것은 1870년(명치 3년) 5월, 명치정부가 “남성의 음경 밀매를 금지한다.”는 포고령을 내린 점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요코하마를 중심으로 주검을 팔고 사는 것이 성행했다고 한다. 이 책 216쪽에는 일본과 중국 사이의 사체매매 이야기와 일부 사체는 약용으로 이용했다는 기록도 있다.
시모카와 코우시 씨는 이 책에서 일본인의 만행을 일본에 한정하지 않았다. 일본인의 손으로 일본인을 처형한 것은 물론이고 조선인 학살이나 중국인 학살 등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제목만으로는 끔직한 책이지만 있는 그대로의 참상을 보여줌으로써 다시는 이러한 일을 반복하지 말았으면 하는 작가의 마음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